호쾌 액션 활극이 된 D.P., 아쉬움과 의문들
호쾌 액션 활극이 된 D.P., 아쉬움과 의문들
  • 성장한 (sickarl@gmail.com)
  • 승인 2023.08.11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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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칼의 PICK THE CULTURE]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1, 군대 이야기의 ‘뻔함’을 수사물 형태 차용해 정면 돌파
전혀 달라진 시즌2, 주인공 팀은 머리 대신 주먹과 발을 쓴다

더피알=성장한 | 넷플릭스 시리즈 ‘D.P.’는 시즌 1 공개 당시 큰 반향을 불러 온 작품이다. 징병제 국가인 우리나라의 특성상 군대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은 이전에도 많이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 ‘군대 미화’ 논란이 따라 붙었다. 그렇지 않은 소수의 작품들은 흥행이 부진하여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아마 이것은 애초에 군대가 재미없는 곳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문제일 것이다. 군대를 현실적으로 묘사하자니 재미가 없어지고, 사회 고발에 무게를 두자니 이미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실상을 알고 있다.

군대 이야기는 뻔하다. 기존 창작물들의 군대 미화를 비난했던 이들도 군생활을 그대로 담기만 한 작품을 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D.P.는 수사물의 형태를 차용하는 것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탈영병을 체포하는 군탈체포조를 주인공으로 세워 군대가 배경인 형사 드라마를 만든 것이다. 이런 선택 덕분에 군대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할 수 있게 됐다.

탈영병들의 사연은 개개인의 드라마를 구축하는 것과 동시에 병영 부조리를 고발할 수 있었다. 주인공은 당사자이자 관찰자가 되어 시청자와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었다.

D.P.는 기존의 어떤 작품보다도 군대를 현실적으로 묘사하여 부조리를 분명하게 다루는 데 거침이 없었고, 수사물로서 장르적인 재미 또한 잃지 않았다. 아마 D.P. 시즌 1은 대한민국 군대를 다룬 창작물 중 가장 높은 성취를 이룬 작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D.P. 시즌 2에서는 시즌 1에서 빛났던 부분들을 전혀 찾을 수가 없다.

시즌 1의 기본적인 서사 구조는 주인공 팀이 수사를 하고, 그 결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었다. 시즌 2에서는 이 구조를 따르는 에피소드가 하나도 없다. 수사를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주인공 팀과 무관하게 사건이 진행되고, 수사의 결과가 아닌 우연에 의해, 혹은 제삼자의 도움에 의해 문제가 해결된다. 주인공 팀이 하는 것은 쫓고, 도망가고, 싸우는 것뿐이다. 시즌 1에서는 머리를 썼지만 시즌 2에서는 주먹과 발을 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시즌 1이 시스템 안에서 병사가 가해자와 피해자, 또는 양쪽 모두가 되기도 하는 ‘악의 평범성’을 주로 다뤘다면 시즌 2는 타깃을 국가와 수뇌부로 돌려 좀 더 거시적인 문제를 다루려는 듯하다.

이로 인해 시즌 1에서 하나의 축이었던 생활관 이야기가 시즌 2에서는 생략되면서 주인공 안준호는 완전한 관찰자가 된다.

제작진은 안준호가 이미 시즌 1의 경험을 통해 성장했으니 생활관 차원의 문제에서는 졸업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포지션의 변경은 안준호를 마치 외부인처럼 느껴지게 한다. 안준호는 여전히 군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고민을 하지만 그것이 ‘병사'로서의 고민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후반에는 안준호가 슈퍼히어로처럼 그려지면서 안 그래도 삐걱대던 시청자와의 거리감이 더 벌어진다. 평범했던 주인공이 거대한 책임을 떠안게 되는 구도 자체는 문제가 없다. 매끄럽게 연출되기만 하면 카타르시스가 보장되는 효과적인 클리셰다.

하지만 제작진은 시간이 부족했는지, 각본을 쓰는 대신 다수의 액션 배우를 고용하는 방법을 택한다.

액션배우다.
액션배우다.

‘범죄도시’가 한국 영화 위기의 시대에 드물게 대성공을 거둔 귀중한 영화임을 부정하진 않겠다. 하지만 D.P.에서까지 마석도 형사를 보고 싶었던 건 아니다. 악역 또한 D.P. 시리즈의 가치를 퇴색시키는 데 중대한 역할을 했다.

수뇌부와 부패 문제 역시 군 문제를 다룰 때 배제할 수 없는 타깃이긴 하겠으나 그것이 꼭 D.P.에서, 그것도 2기에서 다루어야 할 소재였는지는 의문이다.

시즌 1이 깊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나 혹은 내 가족이 직접 겪었거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어디에나 있고 언제든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황장수와 달리 구자운은 극 중의 인물일 뿐, 내 인생과는 상관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더 큰 권력을 휘두르고 더 큰 폭력을 행사해도 그다지 위협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전작이 훌륭했다고 해서 전작을 답습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창작물이 독창성을 포기한다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러나 좋은 속편이란 버릴 것과 가져갈 것을 적절하게 고른 작품일 것이다.

제작진은 D.P.가 호평을 받았던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다음 작품이 향하는 곳은 시청자들의 기대와 같은 방향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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