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이 형, 영화가 왜 이래요
우성이 형, 영화가 왜 이래요
  • 성장한 (sickarl@gmail.com)
  • 승인 2023.08.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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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칼의 PICK THE CULTURE] 보호자

한국 최고의 액션 스타, 말 타면서 장총 돌리던 패기는 어디로?
앞으로도 모든 활동 기대하겠지만 이것보다는 많이 좋아야…제발
보호자

더피알=성장한 |우성이 형, 아니 정우성 씨는 제 우상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정우성이란 존재를 알게 된 건 초등학생 때 받은 연애편지 때문이었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상급생에게 받은 연애편지의 뒷면에는 처음 보는 남자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있다니.

저의 관심은 편지의 발신자가 아니라 바로 그 편지 뒷면의 남자가 전부 가져갔습니다.

비트의 정우성
비트

이후 제 세대의 많은 남자들이 그랬듯이 영화 ‘비트’를 보고 형의 팬이 되었습니다. ‘태양은 없다’, ‘러브’, ‘유령’ 등 형이 나오는 영화는 놓치지 않았습니다.

연기력이나 선구안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저는 항상 형의 편이었습니다. 작품을 가려 받느라 활동이 적은 것보다는 다작을 해 주는 편이 팬으로서는 좋았습니다. 광고, 예능, 홍보 대사 등 형의 대부분의 활동이 저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편을 들어드릴 수가 없습니다.

어떤 활동을 하든 늘 새롭고 짜릿했는데…
어떤 활동을 하든 늘 새롭고 짜릿했는데…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시놉시스부터 보지요. 전직 조폭, 10년만에 출소, 남겨진 여자아이. 다분히 세가의 2005년작 ‘용과 같이’ 1편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설정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 설정을 넣은 건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용과 같이에서는 10년형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내러티브가 준비되어 있거든요. 이후의 이야기 진행을 위해 꼭 필요한 빌드업이지요.

하지만 ‘보호자’에는 아무 이유가 없습니다. 1년형이든 3년형이든, 아니면 친구와의 갈등으로 하와이에 갔다 온 것이든 이후의 이야기에는 큰 영향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여자아이를 지키려는 아저씨’라는 설정은 보다 흔합니다. 많은 관객들이 2010년작 ‘아저씨’나 2020년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이 두 작품도 발상이나 내러티브로 대단한 호평을 받은 작품들은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3년 전의 ‘다만 악’은 적어도 스타일은 좋았습니다. 팝콘 무비로 충분히 즐길 수 있었고요. 혁신적인 연출로 세계 액션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아저씨’는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후대의 작품이라면 혁신을 제안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선대의 유산은 물려받았어야 합니다. ‘아저씨’의 충실한 아류작이라도 되었다면 훨씬 볼만했을 겁니다. 하지만 설정이 비슷한 선대의 영화들보다 나은 점을 찾기가 어렵더군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가장 실망스러운 건 액션입니다.

형, 본인이 한국 최고의 액션 스타 아니십니까. 말 타면서 장총 돌리던 패기는 어디 갔나요?

이렇게 액션을 하다 마는 듯한 액션 영화는 처음 봅니다. ‘이제 액션씬 들어가나 보다’ 하면 끝나 있어요. ‘범죄도시’가 왜 훌륭한 시리즈인지 새삼스레 깨달았습니다. 얼마 전 개봉하여 흥행에 실패한 ‘귀공자’도 재평가를 하게 되네요.

카 체이싱도 하셨는데, 역시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아수라’입니다. 이것도 형이 하셨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아수라’의 카 체이싱이 훨씬 좋았거든요. 그렇게 할 수는 없었던 걸까요?

정우성의 최근 10년 주요 영화.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감시자들, 아수라, 더 킹, 강철비, 헌트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감시자들, 아수라, 더 킹, 강철비, 헌트

캐릭터도 너무 약합니다. 그동안 좋은 캐릭터 얼마나 많이 맡으셨나요? 10년 이내의 액션 영화들만 잠시 떠올려 봐도 ‘감시자들’의 ‘제임스’, ‘아수라’의 ‘한도경’, ‘더 킹’의 ‘한강식’, ‘강철비’의 ‘엄철우’, 그리고 작년 ‘헌트’의 ‘김정도’ 등 아직까지도 인물상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강렬한 캐릭터들이 많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제 눈은 형을 볼 때 콩깍지가 씌워져 있단 말입니다. 그런데 수혁이라는 이 친구는 도대체 매력이 뭔지 모르겠어요. 흐리멍덩하고 밋밋하고 납작합니다. 배우 정우성을 이렇게 활용하면 안 되는 겁니다.

조연들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하나도 없습니다. 내러티브를 내려놓을 거라면 캐릭터에는 확실히 힘을 줬어야 하잖아요. ‘아저씨’나 ‘다만 악’도 공통적으로 악역이 잘 나왔잖아요.

조직의 인물들은 애초에 캐릭터를 구축할 의지조차 있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그나마 김남길 2인조가 뭐라도 해 보려고 한 것 같기는 한데, 너무 갈팡질팡합니다. 무섭든지 사랑스럽든지 둘 중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보호자의 배우들
보호자의 주요 배우들

사제 무기를 직접 만들어 쓰는 컨셉은 좋았습니다. 다만 활용법이 아쉬웠습니다. 일단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첫 번째 문제고, 컨셉을 이용한 액션의 분량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 두 번째 문제입니다.

액션을 늘리고 시퀀스마다 계속 새로운 창작 무기를 등장시켰다면 안 그래도 개성이 없는 이 영화에 그나마 개성을 부여하고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성이 형. 형의 오랜 팬으로서, 형이 카메라 앞에 앉아서 한 시간 동안 본인 얘기만 늘어놓으셨어도 이거보다는 재밌었을 거 같아요. 저는 밀수, 더 문, 비공식작전, 콘크리트 유토피아보다 보호자를 더 기대했다고요.

정우성은 감독 데뷔작인 '보호자' 홍보를 위해 많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사진은 SNL코리아 출연 보도자료 이미지.
정우성은 감독 데뷔작인 '보호자' 홍보를 위해 많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사진=SNL코리아 제공

많이 아쉽고 안타깝고 슬프고 아프고 유감입니다만, 저는 앞으로도 형의 모든 활동을 기대할 겁니다. 다시 메가폰을 잡으신다면 또 극장 가서 첫 주에 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보다는 많이 좋아야 합니다. 제발요.

보호자 메인 포스터.
보호자 메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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