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고충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는 진성성 있는 일꾼

더피알=김영순 기자 | 박춘선 서울시의원은 사단법인 한국난임가족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정부 난임 부부 지원사업, 건강보험 적용, 난임휴가제 등을 실현한 활동가 출신이다. 자연스럽게 의료 현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환자들이 겪는 커뮤니케이션의 고통을 대변했던 그녀는 의료 체계가 환자 중심이 아니어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에 대해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환자의 권리가 우선되는 사회로
박 의원은 환자기본법 제정에 적극적인 찬성 의견을 밝혔다. 환자기본법은 환자의 투병 및 권익 증진에 관한 법률로, 의료 업계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법이다.
“그동안 환자의 권리보다는 의사의 권리가 우선이었어요. 그런데 병원 입장에서 환자는 소비자예요. 그러면 소비자 중심으로 가야죠. 환자 중심으로 가는 게 맞아요. 돈도 낸 우리가 의사 앞에서 주눅 드는 그런 정서는 이제 좀 바뀌어야 해요.”
그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병원 평가할 때 환자의 만족도 평가도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문제 제기를 계속 해왔다.
“환자와의 소통, 직원의 태도, 심지어 주차장 직원의 태도까지 평가에 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해외에서는 그렇게 하고 있고요. 그래서 평가 지표와 평가 도구 개발도 필요해요.”
물론 이러한 입장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의료계는 의료 인력 증원과 의료수가 문제 등으로 정부와 여러 차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환자가 주로 대형 병원으로 쏠리는 우리나라 특유의 현상 또한 소비자 중심 의료 문화를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된다.
“환자의 만족도는 질 관리에서부터 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암 환자는 웰다잉을 해야 되잖아요? 그냥 돌아가시는 것보다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암 환자지만 정말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게 웰다잉이잖아요. 그러한 것들을 누가 만들어줘야 해요? 본인 스스로도 해야 하지만 의사와 동행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환자 본인뿐 아니라 병원의 역할이 굉장히 커요. 굉장히 크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포용하고 같이 가야 되는 겁니다. 그랬을 때 환자가 자기 존엄이 높아지고 뭔가 하더라도 의지가 생기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환자기본법이 사회적 부분을 충족시켜줘야 합니다.”

저출산 문제와 외국인 도우미
기회 있을 때마다 자주 인식 개선, 권리 증진을 얘기함으로써 집행부의 생각과 태도를 변화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박 의원의 생각이다. 그녀가 이룬 성과는 그것을 증명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2005년부터 난임에 대한 인식 개선을 시작하며 불임을 난임이라 부르게끔 사회적 캠페인을 진행했다. 난임 교육을 156회 진행하면서 2928명이 이수했고, 그중 175명이 난임을 극복하여 임신과 출산에 성공했다. 요즘 국가적 문제인 저출산 문제에 대해 충분히 할 말이 있는 사람이다.
“난임 부부들은 가족과의 갈등이 있어요. 가족이 일단 나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우리나라 문화는 가부장적인 정서가 강하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여성이 임신・출산으로 인해 경력 단절이 되고 일과 가정의 균형이 어렵고, 그러니 점점 아이를 안 낳게 되는 거예요. 그런 부분에서 더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정부에서는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외국인 도우미를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 중이다.
“지금 보육 현장에서는 아이를 주로 부부의 부모가 키워주더라고요. 그러면 그에 대해 부모한테 뭔가 이득을 주든가 해야죠. 그런데 정책은 외국인 도우미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요. 문제는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동하려 한다는 거예요. 싱가포르 등에서는 외국인 도우미를 써요. 그런데 그게 일장일단이 있어요. 어떤 부분은 도움이 되겠죠. 그러나 그게 아이의 정서에 어떻게 작용할까, 그걸 고민해봐야 해요. 부모는 편할 수 있겠죠. 그런데 내 아이한테는 정말 어떨까?”

물질만능주의적 해법이 사회를 망친다
박 의원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무차별 살인・ 폭행 범죄를 물질만능주의에 의한 가정교육의 파괴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 문제의 발생 이면에는 공감과 정서의 결여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인 도우미라는 물질만능주의적 해법이 문제를 더 악화시키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래서 그런 걸 시행할 때는 고민을 충분히 많이 하고 전수조사도 해보고 여론조사도 해봐야지 지금 당장 급하게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인구 대책에 이민 정책을 쓰는 것에 대해선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이민 정책을 도입하면 이 조그만 나라에 나라가 하나 더 들어오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이민 정책을 실시하면 필연적으로 문화, 치안, 교육, 복지에 대한 온갖 복잡한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유럽이 이민 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에 계속 시달리는 중이다.
“지금 저출산 정책도 380조 원을 썼다고 하는데 15년 동안 결과가 제대로 나온 게 없잖아요. 인구 감소만 됐지. 그러면 진단을 해야 돼요.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점검해 봐야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 백화점처럼 칸만 더 늘어났어요. 그런 부분에 대해 우리가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입니다.”

환경 문제, 작은 것부터 대처해야
박 의원은 저출산이 환경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뭘 남겨주고 갈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우리가 해결해놓고 가야죠. 그런데 일회용 제품, 패스트푸드, 미세 플라스틱이 임신 기능을 떨어뜨린다고 나와 있어요. 이에 대해 저는 거창하게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보다는 나부터, 가정부터, 그다음에 사회, 국가 순서로 가야 한다고 봐요.”
예를 들면 전기 콘센트는 안 쓰면 빼놓고 세탁물은 매일 세탁기를 돌리는 게 아니라 모아놨다가 일주일에 한두 번 하는 습관, 그런 작은 것부터 중심에 두고 정책으로 뭘 어떻게 도와줄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에코마일리지가 그에 부합하는 사례다.
“에코마일리지처럼 다 연동되어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해요. ‘내가 이렇게 하면 에코마일리지를 잘 쓸 수 있을까, 내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처럼 이익을 주는 식으로 동기부여를 확실하게 하자는 거죠. 주변에 있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게 하고, 그것이 현장에서 잘 작동되어 그로 인한 이익이 오는 구조를 만들자는 거예요. 그리고 중요한 점은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거죠. 잠깐 하다 말면 안 됩니다. 지속적으로 실천하면서 우리 몸에 체화되어 루틴이 이루어져야 이 일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내 주변의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야만 환경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관점은 개개인의 도덕성과 윤리 의식이 지금보다 강화되어야 한다는 요구이기도 했다. 이는 박 의원의 현장 활동가다운 실천적 지향성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환경 교육이 굉장히 중요해요. 버릴 때 재활용될 수 있도록 제대로 버리며 분리수거를 잘해야 한다는 것. 중요한 건 안 버리는 거죠.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나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얼마나 잘 작동되는지, 행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점검할 수 있는 정책을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