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과 꿈이 넘치는 대학로의 재탄생
젊음과 꿈이 넘치는 대학로의 재탄생
  • 이상국 (isomis@naver.com)
  • 승인 2023.09.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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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브랜딩] ‘또 놀러와! 대학로 차없는 거리로’를 주목한다

‘비워주고 열어두는’ 공간으로 접근하는 계기 마련

더피알=이상국 | 14세기 유럽의 흑사병이 부른 암흑시대는 르네상스라는 거대한 인본주의 문화운동을 만들어냈다. 역병의 공포와 고통에 갇힌 인간이, 스스로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면서 마침내 문명의 새로운 버전을 탄생시킨 셈이다.

마치 그 역사적인 기억을 되살리게 하듯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었다. 3년에 걸친 전염병의 그림자는 길었다. 비대면이 모두의 일상이 되었고, 공동체 속의 청년세대의 대면문화도 마스크와 거리두기의 규제 속에 자취를 감출 수 밖에 없었다. 온라인을 통한 소통과 영상 강의, 시험으로 전환된 대학생들의 ‘방구석 대학교 생활’은 돌아보기만 해도 갑갑한 청춘이었다.

코로나가 세력이 약화되어 물러나면서 우리의 일상도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대학가 또한 그간 퇴조했던 대학문화와 청년문화를 되살리면서 코로나 이전보다 더 청년답고 미래 지향적인 흐름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듯, 대학로가 마치 되살아난 생물처럼 꿈틀거리고 있다. 종로구가 지난 8월 성균관대학교에 이어 이번에는 상명대학교와 함께, 이곳을 청년들의 공간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지난 9월23일 낮 12시부터 저녁 7시 30분까지 대학로는 놀라운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대성황을 거둔 ‘또 놀러와! 대학로 차 없는 거리로’ 행사가 그것이었다.

9월 23일 종로 대학로에서 종로구(구청장 정문헌)가 주최하고 상명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가 주관한 ‘또 놀러와! 대학로 차 없는 거리로’ 행사에서 문화, 놀이, 공연, 체험 프로그램들이 가득 채워져 젊은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종로구(구청장 정문헌)가 주최하고 상명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가 주관한 ‘또 놀러와! 대학로 차 없는 거리로’ 행사에서 문화, 놀이, 공연, 체험 프로그램들이 가득 채워져 젊은 청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이날 행사는 평소에는 차량들로 가려져 사람들이 제대로 누릴 수 없었던 공간의 재발견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원래 있던 것의 새로운 면을 부각시키고 부활시킨 시도였다.

거리가 차가 아닌 시민을 위한 공간이 되는 발상의 전환으로 시민들은 보다 풍요로운 도시 생활이 가능하고 지역에 대한 애정은 높아진다. 또한 이는 대학로가 젊은이들이 즐기는 문화 거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비워주고 열어두는’ 공간으로 접근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종로구는 여러 대학교 학생들이 교차하며 이동하고 이용하는, 이 대학로 거리를 차량 통행 금지 등의 조치를 통해 문화 공연 특화 거리로 조성하는 노력을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또한 오랜 시간 누적된 역사가 있는 공간이기에, 청년을 주체로 하면서도 전 세대를 아우르는 시민적 문화의 가능성 또한 발견할 수 있는 장소기도 하다.

지자체의 이런 의도는 행사장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아스팔트 대신 녹색 인조잔디가 깔린 길이 자동차가 사라진 공간의 자연미를 일깨웠고 시민들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발걸음을 재촉했다.

캐스팅 경연을 위한 캐스팅 스폿, 축구와 하키 슈팅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존, 영화<스타워즈> 소장품 전시와 코스튬 플레이어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색적인 포토존, 상명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가 기획한 영플레이존, 다양한 공예와 예술 체험을 할 수 있는 거리미술관, 뮤직폭포 연인들의 프로포즈, EDM 디제이 댄싱경연대회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는 메인 스테이지존 등등이 마련되어 다양하고 즐거운 체험이 가능했다.

파라솔 아래에 누워 가을날을 즐길 수 있는 그린파크 쉼터가 휴식의 여유를 만들어줬다. 현재의 대학로가 ‘젊음의 거리’만을 상징하지는 않게 되었지만, 이처럼 새로운 것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대학로는 저절로 그 어느 곳보다 젊음이 넘치는 도시로 변신했다.

마음껏 즐기고 자유롭게 참여하는 '또 놀러와 대학로 차 없는 거리로' 행사는 대학생들에게는 축제 분위기 같았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마음껏 즐기고 자유롭게 참여하는 '또 놀러와 대학로 차 없는 거리로' 행사는 대학생들에게는 축제 분위기 같았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사실 요즘 대학교 축제들은 개성을 잃어버리고 젊음의 주체적인 에너지와 행사의 재미도 줄어든 느낌이 있다. 스타들이 와서 춤추고 노래하는 공연으로 채워지는 구성에 학교들마다 경쟁하듯이 ‘아이돌 축제’로 만들어왔고 청년 학생들은 객석에 앉아 박수치고 환호하는 관객이 되어버렸다.

코로나 시절엔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개성없는 잔치들이 어쩔 수 없이 치러졌다 하더라도, 비대면 생활을 탈출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적절하다고 하긴 어렵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대학교 간 상호 교류와 함께 대학생들의 모임이 문화를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하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무는 대학로 공간에는 자유가 있고,  하나가 된 관객과 댄서들은 저절로 춤추고 마음을 들뜨게 한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무는 대학로 공간에는 자유가 있고, 하나가 된 관객과 댄서들은 저절로 춤추고 마음을 들뜨게 했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서울시와 지자체가 이번처럼 대학로를 차 없는 공간으로서 정기적으로 운영한다면 진정한 대학로 문화, 결과 수준이 다른 대학 문화가 새롭게 시작될 것이다.

그날처럼 6차선 도로에 가득 찼던 시민들의 행복한 웃음이 종로구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잡는다면 문화를 통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상생의 도시로서 스토리 브랜딩이 시작될 것이다.

청년을 춤추게 하라. 그들을 또 놀러오고 싶게 하라. 그들이 마음껏 꿈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일에 팔을 걷어붙여라. 그러면, 종로구가 젊어지고 시민문화와 삶이 싱싱해질 것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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