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시즌 포석? 팀업 영화 빌드업 모범 사례 가능성 보여준 무빙
다음 시즌 포석? 팀업 영화 빌드업 모범 사례 가능성 보여준 무빙
  • 성장한 (sickarl@gmail.com)
  • 승인 2023.10.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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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칼의 PICK THE CULTURE] 디즈니+ 오리지널 ‘무빙’

‘중심서사 부족’이라는 고질적 단점, 장점의 극단적 강화로 상쇄시켜
일관적이지 않은 에피소드별 톤·퀄리티…팀업 파트 폭발력도 아쉬움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더피알=성장한 | 강풀 작가의 고질적 단점 중 하나는 중심 서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많은 작품에서 캐릭터의 배경을 설명하는 분량이 너무 길고, 그것에 비해 중심 서사가 짧고 단조롭다. 빌드 업이 탄탄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캐릭터 소개만 하다가 끝나버린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무빙’에서도 이런 특징은 그대로 존재한다. 하지만 장점을 극단적으로 강화하는 방법으로 단점을 상쇄했다. 캐릭터를 설명하는 파트에 기승전결을 디테일하게 부여하여 마치 한 편의 독립된 영화처럼 만들어낸 것이다.

실제로 이미현의 과거사를 다룬 8, 9화를 합치면 100분, 장주원의 과거사를 다룬 10, 11화를 합치면 103분으로, 영화 한 편의 길이와 비슷하다.

이런 구성으로 인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떠오르기도 한다. 하나의 긴 이야기라기보다 장편 영화 몇 편을 묶어 한 페이즈를 완성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 중에는 드라마 전체가 아니라 특정 에피소드만 시청하길 권하는 사례도 많다.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인 경우다. 각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 완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특정 에피소드만을 권한다는 것은 다른 에피소드를 배제하는 것과 같다. 톤과 퀄리티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건 이 작품의 단점이기도 하다.

1화부터 7화까지는 2세들의 하이틴 로맨스가 펼쳐진다.

학원물 중에는 처음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제작하는 작품들이 있지만 무빙의 학원 파트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요컨대 10대 시청자를 대상으로 연출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이 작품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청소년은 감상할 수가 없다.

프랭크 파트의 폭력 묘사를 보면 이 작품이 왜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제작진이 청소년 관람불가 이외의 등급을 고려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학원 파트의 연출 방향이 틀렸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10대들의 이야기라고 연출까지 유치할 필요는 없다. 대상층이 성인이라면 더욱.

학원 파트와 교차되며 동시 진행되는 것이 프랭크 파트라는 것도 문제다. 이 둘의 온도차가 너무 달라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프랭크 파트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주범이기도 한데, 이 정도 수위의 잔인한 연출이 이 작품에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다. 학원 파트를 배제하더라도 작품의 전반적인 톤과 폭력적 연출이 조화롭지 않아 보인다.

이 학원 & 프랭크 파트는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큰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합당한 분량을 할당받은 것 같지는 않다. 프랭크 파트는 아예 빼 버려도 전체 서사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프랭크는 완급 조절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뿐이다.

학원 파트는 이후 다른 에피소드에 비해 지나치게 길고 서사는 얕다. 이야기의 시작 부분이라 호흡을 길게 가져가고 싶었다면 그에 걸맞도록 서사를 더 충실하게 채워 넣었어야 한다.

이 부분의 서사가 충실했다면 7화까지가 1부, 17화 이후가 2부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서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7화짜리 긴 프롤로그로 느껴질 뿐이다.

이 작품의 중심 서사라고 할 만한 것이 시작되는 것은 17화부터다. 다른 드라마였다면 이것 자체가 큰 문제였겠으나, ‘무빙’에서는 큰 문제는 아니다. 상기한 것처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같은 구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17화부터 20화까지는 ‘어벤져스’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문제라면 이 파트의 퀄리티가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다.

과거 파트를 단순 캐릭터 소개에 그치지 않고 밀도 높은 하나의 이야기로 승화한 것은 ‘무빙’의 훌륭한 점이다.

하지만 그렇게 쌓아 올린 빌드업을 폭발시키는 부분이 있어야 앞의 긴 빌드업이 비로소 가치를 발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무빙’은 가장 중요한 이 부분에서 처참하게 실패했다.

빌런은 프롤로그에 등장한 프랭크보다 위협적이지 않고, 액션신은 앞서 나왔던 대부분의 액션신보다 떨어진다. 여태껏 크게 문제없던 개연성도 눈에 띄게 엉망이 되어 몰입을 방해한다.

무엇보다 서사가 텅 비어있다. 결국 ‘무빙’은 개인 서사만 나열하고 끝난 꼴이 되어 버렸다.

다만 ‘무빙’이 드라마의 새로운 형식을 제안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팀업 영화를 위해 솔로 영화를 각각 제작하며 빌드업을 쌓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배트맨과 슈퍼맨을 보유한 ‘DC 확장 유니버스’의 실패는 이런 방식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준다. 하지만 드라마 한 시즌으로 그것을 구현한다면 리스크가 낮아진다.

‘무빙’은 그런 시도로서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도 있었다. 팀업 파트만 잘 살렸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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