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G] 시대 역행? 종이로만 내는 미국 신문 창간 화제
[브리핑G] 시대 역행? 종이로만 내는 미국 신문 창간 화제
  • 박주범 (joobump@loud.re.kr)
  • 김경탁 기자 (gimtak@the-pr.co.kr)
  • 승인 2023.10.06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옵저버 “미국의 인쇄 전용 신문이 천천히 읽는 법을 재발명하다” 보도
격월간 19세기 풍 신문 ‘카운티 하이웨이’ 창간호, 입소문 타고 매진
카운티 하이웨이 창간호 1면 상단 캡쳐
카운티 하이웨이 창간호 1면 상단 캡쳐

더피알=박주범 | 하루 24시간 내내 인터넷 뉴스가 제공되는 디지털 시대를 넘어 이제는 인공지능(AI)이 기사와 사진까지 만들어내는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세기 스타일의 인쇄판 전용 신문이 미국에서 창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가디언 주말판 옵저버(The Observer)는 “미국의 인쇄전용 신문이 천천히 읽는 법을 재발명하다(America’s new print-only newspaper reinvents the art of reading slowly)라는 기사를 통해 ‘카운티 하이웨이(County Highway)’라는 신문을 소개했다.

제호인 ‘카운티 하이웨이’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걸쳐져 있는 고속도로 이름이다. 이 고속도로는 자연경관을 방해하지 않고 과거 모습을 보존하기 위해 일부러 일부 구간의 도로 포장 상태가 좋지 않거나 아예 비포장 상태 혹은 자갈길로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트윈스가 29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전한 스포츠서울 10월 4일자 지면. 야구 커뮤니티 MLB파크에는 스포츠서울 지면 기사가 인기폭발이어서 추가인쇄에 들어갔고 코리안시리즈 경기가 있는 날 현장판매할 것이라는 '지인피셜' 게시물이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종이신문에 '기념품'으로서의 가치가 여전히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LG트윈스가 29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을 전한 스포츠서울 10월 4일자 지면. 야구 커뮤니티 MLB파크에는 스포츠서울 지면 기사가 인기폭발이어서 추가인쇄에 들어갔고 코리안시리즈 경기가 있는 날 현장판매할 것이라는 '지인피셜' 게시물이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종이신문에 '기념품'으로서의 가치가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인터넷 버전 없이 구독을 통해서 혹은 서점에서 8불 50센트에 판매되는 종이신문 ‘카운티 하이웨이’는 깊이 있는 이야기와 음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글에 대한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창간된 20페이지 분량의 신문으로 연 6회 발행된다.

내용은 미국의 정치적, 정신적 위기와 심도 있는 문화적, 역사적 소스를 다룬 기사와 농업, 시민 자유, 동물, 약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표준에서 벗어난 생활에 관한 정기 칼럼, 문학과 예술에 관한 에세이와 음악에 관한 섹션 등으로 구성된다.

신문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에디터스 노트는 “사람들은 스크린에서 보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인쇄된 지면의 글을 읽는다”며 “우리의 출판물은 매일 아침 스크롤하는, 대부분 로봇에 의해 생성된 획일적인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일종의 대안적 수제품”이라고 신문을 소개했다.

이 에디터스 노트는 편집장을 맡은 데이빗 사뮤엘스(논픽션 및 소설 작가)와 특약 편집자(Editor-at-large)를 맡은 월터 컨(소설가, 수필가)이 공동으로 작성한 것이다.

사뮤엘스 편집장은 “인쇄된 지면에서 글을 읽을 때는 집중에 대한 끊임없는 방해에서 자유롭고, 소셜 미디어에서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대한 걱정이 없는 몰입형 경험을 할 수 있어 훨씬 더 풍부하고 인간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새로움을 발견하기 위한 기사들 중에 일부는 찰스 디킨스 등 19세기 작가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형식으로 제작되며, 대기업에 맞서기 위해 새로 설립한 독립 출판사의 연재 도서도 포함된다고 한다.

카운티 하이웨이 신문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발행인 판권 소개
카운티 하이웨이 신문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발행인 판권 소개

에디터스 노트에는 이런 메시지도 있다.

“카운티 하이웨이는 밥 딜런이 미국을 위해 포크송을 작곡했을 때와 같은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한다. 마크 트웨인, 윌리엄 포크너, 랄프 엘리슨, 톰 울프 등이 미국과 미국인에 대해 글을 썼던 주제에 대해 같은 관계를 공유하고 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사람들이 정치, 제품, 기호학 등에 대해 과장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매우 지루하기 때문이다."

옵저버는 카운티 하이웨이의 잠재력이 미국과 캐나다 전역의 서점과 음반 상점에서 크게 인정 받았다며, 1부당 8.5달러의 가격으로 광고 없이 여름에 창간호를 출시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2만5000부가 전부 매진되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사무엘스 편집장은 “반응이 엄청났다. 첫 호를 발행한 후 3주 만에 3년 구독 및 판매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10월 첫 주에 발행된 두번째 호는 UFO부터 노새를 기념하는 축제까지 다양한 주제로 마련됐는데, 신문사의 인스타그램과 X(전 트위터) 계정에는 신문을 받아서 읽었다는 독자들의 간증이 이어지고 있다.

카운티 하이웨이 인스타그램 계정
카운티 하이웨이 인스타그램 계정
2호를 받아봤다는 X(전 트위터) 인증 게시물
2호를 받아봤다는 한 독자의 X(전 트위터) 인증 게시물

신문의 발행인은 영화제작자이자 현대미술 수집가로 알려져 있는 도날드 로젠필드 전 머천트 아이보리(Merchant Ivory) 사장(1986~1998년 재임)이다.

머천트 아이보리는 ‘전망 좋은 방(1986)’, ‘하워드 엔드’(1993) 등의 아카데미 수상작을 제작한 인도 영화사이고, 도날드 로젠필드는 2011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트리 오브 라이프’의 총괄프로듀서였다.

로젠필드 발행인은 옵저버와의 인터뷰에서 “심층 기사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며, 한 대기업에서 ‘구독권 1000장을 사서 직원들에게 주고 싶다’며, 직원들에게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대신 좀 고상한 글을 읽으라고 얘기하겠다고 말하는 전화를 받았던 사례를 소개했다.

로젠필드는 “최고의 작가들에게 그들이 열정을 느끼는 것에 대해 글을 쓰도록 의뢰하고 있다”며 “카운티 하이웨이는 현재처럼 유명해지기 전의 ‘뉴요커(New Yorker)’나 옛 ‘아틀란틱(Atlantic)’ 잡지와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잡지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흥미로운 글이었다”며 “한 예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논픽션의 대가 존 맥피가 쓴 오렌지에 관한 글은 다른 데서는 읽을 수 없는 아름답게 만들어진 이야기다. 그들은 인간의 관심사를 잘 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카운티 하이웨이 창간호 표지
카운티 하이웨이 창간호 표지

한편 ‘카운티 하이웨이’ 창간 정신이라는 맥락의 연장선상에서 이들은 독립 출판사 팬아메리칸북스(Pan American Books)를 신설했다. 이 출판사는 대기업들이 외면하는 책들에 포커스를 맞출 예정이라고 한다.

팬아메리칸북스는 책 판매 수익금을 저자와 50대 50으로 분배한다는 이례적인 방침을 세우고 있는데, 이에 대해 로젠필드는 “우리 아이디어는 일반적으로는 낮은 선금과 적은 수익을 받는 작가와 절대적인 파트너쉽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젠필드는 이 출판사에서 발간하는 책들을 ‘카운티 하이웨이’ 신문과 마찬가지로 전자출판은 물론 오디오북으로도 내지 않을 방침이라며 “우리는 사람들이 실제 잡을 수 있는 책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