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 소실된 패션 재고, 보험금보다 실질 가치 낮았다
불타 소실된 패션 재고, 보험금보다 실질 가치 낮았다
  • 한민철 기자 (kawskhan@naver.com)
  • 승인 2023.11.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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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철 기자의 법정 취재파일] 이재용 삼성 재판 ⑤

손실 추산 약 2천억 원=소비자 정가 기준…보험가입액은 1819억 원
극비 보안이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정보 유출 가능성이 더 위험
온갖 이슈 제기하던 엘리엇조차 문제 안삼은 이슈, 검찰 쟁점화 지속

이재용 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13명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재판의 1심 판결이 내년 1월 26일 내려집니다. 검찰수사심의원회의 불기소 결정을 누르고 강행된 2020년 9월의 검찰 기소로부터 구형이 나온 결심공판까지 총 106차례의 재판을 빠짐없이 참관한 한민철 기자는 ‘그간 많은 언론이 이 사건을 보도했지만 대부분 검찰 발표 중심이었고 실제 재판 현장의 이야기들은 잘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현장기자가 3년 2개월간 직접 쌓아올린 법정 취재파일을 통해 핵심 쟁점과 주요 증언을 짚어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더피알=한민철 기자 | 2015년 5월, 석가탄신일 새벽에 발생한 물류창고 화재 사고가 제일모직 주가 및 삼성물산과의 합병비율에 큰 영향을 줄 이슈는 아니라는 삼성그룹의 내부 판단과 이 판단에 근거해 양사 합병 이사회 일정 연기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은 사고 당일 정해졌다.

화재로 인한 피해 액수와 이로 인해 받을 수 있는 보험금 규모를 이미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먼저 읽을 기사 : 물류창고 화재, 제일모직에 정말 악재였을까

통합 삼성물산 출범 100일을 하루 앞둔 2015년 12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 앞에서 직원들이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통합 삼성물산 출범 100일을 하루 앞둔 2015년 12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 앞에서 직원들이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

실제로 모직은 5월 25일 당일 삼성증권 측으로부터 재고 손실이 약 2000억 원으로 추산된다는 정보를 공유 받았다.

이날이 휴일이었던 탓에 이사회 당일인 5월 26일 물류창고 화재 사고에 대해 보험가입금액이 1819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재산 피해 중 상당 부분을 보험금으로 메울 수 있다는 것을 이사회 전에 파악해두고 있었다는 의미다.

앞선 이○○ 팀장의 증언대로 5월 25일까지도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은 극비 보안 사안이었는데, 이미 이사회 일정이 결정된 상태에서 모직의 창고 화재로 이사회를 연기한다면 오히려 합병에 관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두 회사 모두의 주가에 영향을 주는 불상사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었다.

문 : 5월 26일 당시 화재가 발생해 소실된 곳은 모직 패션 재고품이 보관된 창고였고, 보험에도 가입돼 있어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죠.

답 : 그렇게 기억합니다.

문 : SK하이닉스의 화재 사례도 조사했던 것 같은데, 그때 SK하이닉스의 경우 주가에 대한 영향력은 상당히 제한적이었죠.

답 : 네.

문 : 증인은 당시 화재가 났다고 해서 이사회 일정을 연기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상장사 간 합병을 하는데, 합병 정보가 사전에 누설되면 그 정보가 양사 주가에 영향을 미쳐서 문제가 커지죠.

답 : 네.

문 : 5월 22일 주식시장이 끝난 뒤, 5월 26일 장이 열리기 이사회가 개최돼서 합병 결의를 하면 미공개 정보가 유출되더라도 합병비율은 변동이 안 되죠.

답 : 네.

문 : 그런데 갑자기 5월 25일 발생한 화재로 인해 이사회가 연기가 된다고 하면, 합병 정보가 누설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주가가 요동치는 위험이 있는 상황이었죠.

답 : 네, 아마 이사분들도 이사회 일정을 통보받았을 텐데, 제 생각이지만 이사회 일정 변동에 따른 주가 변동성과 화재로 인한 주가 변동성을 비교한다면 화재로 인한 주가 변동은 작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 : 실제로도 화재 보도가 난 이후 5월 26일 개장했지만 모직의 주가는 떨어지지 않고, 합병 발표 후 주가가 상한가로 올라갔죠.

답 : 네.

- 2021.7.22.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증인 이○○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 내용

실제로 이사회 결의로 합병 소식이 나오자, 당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7거래일 동안 등락을 거듭했지만 상한가는 유지된 상태였다. 물류창고 화재가 합병 이슈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성 내부에서 당시 물류 창고 화재를 큰 악재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유는 또 있었다. 화재로 소실된 대부분이 ‘재고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 입장에서는 할인해 판매해야 할 상품이 화재로 소실돼 오히려 제값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 소속이자 삼성물산 측 합병 TF 팀장이었던 허○○ 상무는 화재 사고 이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법정 증언했다.

문 : 증인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제시합니다. 증인께서는 검찰 조사에서 2015년 5월 25일 모직 물류창고의 대형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 모직 소속 이○○ 상무에게 전화해서 이사회 개최 일정에 대해 확인했다고 진술했죠.

답 : 네.

문 : 증인은 이○○ 상무에게 “이사회 여는 것에 문제가 없겠는가”라고 물어보셨고, 화재가 모직 주가에 변동을 줄 수 있어 이사회 일정을 정하는 데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생각했다고 진술했죠.

답 : 일단 화재라는 이벤트가 있었기에 그 부분을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문 : 증인께서는 모직 창고에 화재가 발생해서 모직의 손실이 크다면 모직 주가가 변동될 수 있고, 그럼 이사회 일정을 정하는 데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이○○에게 이사회를 여는 것이 문제가 없겠느냐고 물어보셨던 것인가요.

답 : 그 당시 화재를 저도 뉴스에서 확인했고, 기본적 상황 파악을 해야 해서 전화했던 것입니다. 그때 들은 것은 정품 소비자가 기준으로 2,400억 원 정도로, 또 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가입금액이 매각 목표 금액이 됩니다. 제가 입사 후 5년 정도 경리·회계 업무를 했는데, 당시에는 물산에 패션 부문이 있어서 재고 조사를 많이 다녔고, 밸류에이션 관련 실무 경험도 있습니다. 일단 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하면 보험금 자체가 매각 목표 금액이 됩니다. 정품 소비자가 판매 대상에서 제외돼서 못 팔고 할인 매장으로 넘어가고, 할인 매장에서도 못 팔게 되면 또 디스카운트를 해야 하는데 보험 가입이 돼 있다면 실질적인 손해는 거의 없습니다. 그건 그 당시 이 상무와 같이 얘기했습니다.

- 2022.5.12.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증인 허○○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 내용

이처럼 본래 판매금액에서 대폭 할인해 아울렛 등으로 넘어갈 재고였음에도 화재로 소실돼 오히려 원래 판매가격에 가까운 보험금을 받는다면, 실질적 손실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역시 향후 실적에 반영되는 것이었고, 모직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당연히 이사회 연기를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도 없었다. 앞선 허○○ 상무는 당시 화재가 재고 상품 처리라는 경영 현안을 해결해준 꼴이라는 취지로도 증언했다.

문 : 제일모직의 2015년 5월 26일 재해 발생 공시를 제시합니다. 모직에서는 합병 발표 당일인 5월 26일, 물류창고 화재에 대해서 공시했는데 이 내용처럼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죠.

답 : 네.

문 : 화재로 인한 손실을 보험금으로 보상받을 수 있고, 소실된 의류도 재고 의류이기 때문에 영업에 별다른 지장이 없는 상황이었죠.

답 : 네.

문 : 그래서 증인께서는 모직 창고 화재가 모직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셨던 것입니까.

답 :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원래 의류나 섬유 장사를 하다 보면 정기적으로 재고를 처분하는 게 큰 현안이고, 매각하면 마진이 생기지만, 매각이 안 되고 재고 창고에 쌓여있다면 그 재고를 어떻게 처리할지 큰 과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옛날에는 섬유 창고에서 불이 나면 담당자들이 나와 박수 칠 정도로, 할인 매장으로 넘어가는 재고는 사실 손실은 거의 없고 경영 현안이 해결되는 그런 부분까지도 있었습니다.

- 2022.5.12.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증인 허○○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 내용

삼성 측도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생산 공장도 아닌 재고 물류 보관 창고에서 일어난 화재였던 만큼, 검찰 측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삼성 측 반박에서는 이미 증언과 증거로 문제가 없음을 충분히 소명한 것을 검찰 측에서 지속적으로 쟁점화하는 점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검찰 측이 마지막까지 주장의 근거로 들었던 SK하이닉스 중국 공장 화재와 크리스에프앤씨 물류 창고 화재 사고로 인한 주가 하락 사례에 대해서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반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뉴시스

“검사님은 오늘 오전에도 또다시 모직 창고 화재를 언급하면서, 이런 악재가 있었기 때문에 합병이 늦춰졌다면 모직 주가가 떨어지지 않았겠는가 얘기하십니다. 검찰 측이 예로 든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화재 사례는 전 세계 D램 15%가량을 생산하고, 이 화재로 인해 생산 라인의 전면 가동 중단되고 세계 반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친 사건입니다. SK하이닉스 화재 이후 주가가 하루, 이틀 떨어진 자료가 나옵니다만 이후에 곧바로 주가가 회복돼 화재 시점보다 오히려 더 높게 상승했습니다. 그럼에도 SK 화재 때 이렇게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에 모직도 마찬가지로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충분히 예상하지 않았는가 얘기하지만, 재고 창고 화재의 모직인 경우가 SK보다 더욱 주가에 영향이 없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것입니다. 또 검사님은 오전에 크리스에프앤씨 물류센터 화재가 모직 창고 화재와 유사하다고 하지만, 이 화재는 배송 거점 장치가 붕괴한 사례입니다. 모직 창고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또 크리스에프앤씨의 주가 하락도 당시 골프 관련주가 전체적인 하락 시점이었습니다. 오히려 다른 골프 관련주보다 크리스에프앤씨는 적게 하락했습니다. 화재로 인한 하락인지도 불분명한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모직 화재 사고는 합병을 앞두고 온갖 이슈를 제기한 엘리엇조차 전혀 문제 삼지 않았는데, 검찰은 또다시 이것 때문에 모직 주가가 하락할 우려가 있었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 2023.10.27.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변호인 쟁점 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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