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까지? 그런 의도 아닌데…” PR·마케팅 기획자가 깜빡 놓치는 차별 요소들
"이런 것까지? 그런 의도 아닌데…” PR·마케팅 기획자가 깜빡 놓치는 차별 요소들
  • 김민지 기자 (mjk@the-pr.co.kr)
  • 승인 2023.12.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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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 STRATEGY] 광고주협회 2023 홍보전략워크숍
현업 전문가들이 PR인에게 전하는 슬기로운 언론대응 방안 ①

위기 관리 핵심 '분노 관리'…문제 인식 못하면 '대응' 대신 '반응'
경쟁 기업에 닥친 위기, 보고 비웃지만 말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국광고주협회(KAA)는 11월 22~23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2023 홍보전략워크숍’을 열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따른 PR환경을 분석하고 효율적인 전략 수립 방안을 모색했다. 본 워크숍의 핵심은 ‘홍보인을 위한 슬기로운 언론대응 방안’의 공유였다. 위기요소와 이해관계자를 명확히 하고 대응 방안을 강구하는 것 외에도, 기업의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국내 PR트렌드, 보다 효과적인 홍보인들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해외 사례로 짚어본 소셜미디어의 미래 등을 주제로 현업 전문가들이 생생한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편집자 주]

더피알=김민지 기자 | 기업마다 사과문을 안 쓰는 곳이 없을 정도로 각 업계에서 매일 같이 논란거리가 터진다. 그중 홍보 콘텐츠에 적절치 못한 워딩이나 콘셉트가 들어가 기업이 사회적 생명을 잃는 일도 번번히 일어난다.

‘혹여나 이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인식조차 없으면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반응’을 보이면서 이슈를 더 크게 키운다.

한국광고주협회 주최 ‘2023 홍보전략워크숍’에서 강연에 나선 밍글스푼 송동현 대표는 다수의 기업·기관을 대상으로 위기 관리 컨설턴트로 활약해오면서 이런 상황을 자주 발견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밍글스푼 송동현 대표는 2023 홍보전략워크숍에서 ‘변화된 미디어 환경, 위기요소, 이해관계자 그리고 위기대응’를 주제로 발제했다

위기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을 홍보·마케팅 관계자들에게 알리고자 이번 워크숍에 참석했다는 송 대표는 “이해관계자는 언제든 분노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라고 여러번 강조했다.

이해보다 오해를 더 많이 하고 쉽게 기업 편이 되어주지 않는 집단이 ‘이해관계자’라고 설명한 송 대표는 “맞고 틀리고를 떠나 시대의 흐름에 맞춘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들에게 접근해야 한다”고 핵심을 짚었다.

이날 송 대표는 이해관계자에게 오해받기 쉬운 10가지 요소를 주요 내용으로 강연을 이끌어나갔다.

△성별 △인종 △소수 계층 △직업 △연령 △지역 △소득 △동물 △국가 △역사 등의 맥락은 창작자의 의도와 다르게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로 소개한 기업 사례를 보고 참석자들은 자신이 속한 기업 홍보 전략에 대입하며 강의에 경청했다.

남녀 비율 가능하면 맞추기…얼굴 검게 칠하는 것은 금물

젠더 이슈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이슈다. 성적 비하·성 희화화·성역할 고착화·성 관련 능력 비하 등 사례도 구체적이고 광범위해서 꼭 살피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안전한 스포츠 활동 캠페인’을 공개했으나 성별 구도를 불필요하게 넣은 것으로 비판 받아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남성만 있는 헬스장에 유일하게 있는 여성이 코로나 방역 마스크를 끼지 않거나 셀카를 찍어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모습을 담았다. 반면 남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영상에서는 주변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보다 자기 자신에게, 또 용인할 만한 수준으로 코믹하게 그려졌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지난해 공개한 ‘안전한 스포츠 활동 캠페인’은 젠더 이슈로 비난받았다. 현재는 비공개 상태다. 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유튜브

송 대표는 젠더 이슈가 심화되면서 대기업의 콘텐츠 제작 가이드라인도 계속해서 업데이트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중 “논란을 피하고 싶다면 남녀가 나와야 할 경우 성별 비율을 맞추는 것이 좋고, 애매하면 성별이 없는 캐릭터를 사용할 것”을 당부했다.

성차별 표현인지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도 흔하다. 가령 ‘효자손’, ‘효자상품’은 가부장제 흔적이 남아있는 표현이다. ‘가정부’의 ‘부(婦)’는 며느리를 의미해 성역할을 고착화할 수 있어 ‘가사도우미’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

‘남자가 돼서 좀 봐줘라’라는 말도 성차별 표현이며, 여성을 젖소에 빗댄 광고도 성인지감수성이 부족한 콘텐츠 기획이라고 사례를 들었다.

인종 표현도 그릇된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으로 구현하다가 국제 사회의 비난을 초래할 수 있는 위기 관리 맥락 중 중요한 요소다.

송 대표는 최근 동남아 산지 커피 홍보로 등장하는 사람들의 피부를 일부러 검게 칠한 경우를 발견했다며 “인종 표현을 위해 피부에 무언가를 칠할 생각을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베카가 화장품 흑인 모델의 손바닥을 어둡게 칠해 공개한 사진 (아래) 재촬영해 공개한 사진
(위) 베카가 화장품 흑인 모델의 손바닥을 어둡게 칠해 공개한 사진 (아래) 재촬영해 공개한 사진. 사진=Becca Cosmetics

다양한 인종 피부 색상을 모두 갖춘 파운데이션을 출시했다가 돌연 사과문을 낸 경우도 있다. 흑인의 손바닥은 본래 색상이 밝은데 어둡게 칠해 사진을 올린 것이다. 이 사진을 올린 화장품 브랜드 베카(Becca)에 비난이 쏟아졌고 베카는 사진을 재촬영한 이미지를 공개했다.

송 대표는 장애인, 성소수자 등 사회소수계층을 향한 혐오 표현도 짚고 넘어갔다. ‘찐따’는 일본어로 절름발이를 뜻하는 ‘찐바(ちんば)’의 잔재 용어고, ‘땡깡을 부리다’의 ‘땡깡’은 뇌전증을 뜻하는 일본어 ‘덴칸(てんかん)’에서 유래한 말로 표현을 삼가길 권했다.

비싼 아파트 입주민에 혜택 준 백화점…지역·소득 차별도 늘 유념해야

최근 강남구 공식 홍보 영상 또한 지역 차별성 콘텐츠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영상에는 ‘촌스럽게 건물들 좀 그만 쳐다봐 완전 시골에서 온 사람들 같아 보이거든’ ‘뭔가 비싼 냄새가 나는 거 같아’라는 대화가 담겼다. 해당 영상은 한 유튜브 채널이 강남구의 외주를 받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대표는 “재미에만 집중하다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며 크리에이티브한 것만 생각하다보면 오해의 소지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올해 강남구가 공개한 공식 홍보 영상에는 지역 차별성 대사가 담겨 보는 이들의 공분을 샀다. 이 영상 역시 비공개 상태다. 사진=강남구 유튜브
올해 강남구가 공개한 공식 홍보 영상에는 지역 차별성 대사가 담겨 보는 이들의 공분을 샀다. 이 영상 역시 비공개 상태다. 사진=강남구 유튜브

지역 차별 표현은 평소 주변인과의 대화에서도 종종 쓰여 주의를 더 기울이기 어렵다. ‘외모가 도시적이라 지방 출신인지 몰랐다’, ‘고향에 스타벅스가 있냐’ 와 같은 말도 지방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송 대표는 “지역 다양성을 이해하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각 기업에서 내세우는 VIP 마케팅에서도 자칫 소득 차별 요소가 포함될 수 있다. 롯데백화점 평촌점은 2021년 고가 아파트 거주민에게만 할인·무료주차 혜택을 주는 멤버십 프로그램을 시행해 공분을 샀다.

2년 전 롯데백화점 평촌점에서 진행한 ‘평촌 시그니엘 클럽.’ 특정 고가 아파트 거주민에게만 혜택을 제공해 논란이 됐다.
2년 전 롯데백화점 평촌점에서 진행한 ‘평촌 시그니엘 클럽.’ 특정 고가 아파트 거주민에게만 혜택을 제공해 논란이 됐다. 사진=롯데백화점 홈페이지

대상이 된 22개의 아파트는 당시 지역 내에서 고가로 매매되는 아파트다. 롯데백화점은 매출액이 큰 아파트를 선정했다고 해명했으나 “아파트로 사람 등급을 나누냐”며 항의가 빗발쳤다.

송 대표는 소수 VIP 집단에 들어가는 기준이 다수가 범접하기 어려운 정도라면 대체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마케팅이 된다고 설명했다.

가령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를 갖춘 1000명에게만 발급해주는 현대카드 블랙에디션은 특별한 비난을 받지 않는 점이 그에 해당한다.

반면 누구에게나 혜택 수혜 가능성이 있는데 기업이 일방적으로 나눈 비합리적인 기준이라면 이는 다수에게 분노를 안길 ‘차별’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것까지?” 현 시대상이 그렇다면 그런 것

송 대표는 위기 관리의 핵심은 ‘분노 관리’라고 요약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해관계자들은 우리를 이해하려 하는 집단이 아닌 언제든 분노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지, ‘우리 편’이 아닌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현재 고객들은 부가적인 정보 습득 없이 텍스트로만 혹은 이미지·동영상으로만 맥락을 이해한다. 잘못된 방식으로 맥락을 전달할 경우 보는 이에 따라 분노를 유발할 수 있다.

질문 기회를 준 송 대표에게 돌아오는 홍보·마케팅 기획자들의 말은 “그럼 무엇이 맞는지 모르겠어요”다. 그럴 때마다 그는 “그때는 그게 맞고 지금은 이게 맞다”고 설명한다.

콘텐츠 제작에서는 옳고 그름만큼이나 ‘적절성’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핵심 의견이다. 합리적이고 적절한 설명이 가능하다면 또는 애초에 전달하고 싶은 의도가 있다면 재고를 미뤄도 되지만, 위험 감수를 줄이고 싶다면 콘텐츠 방향을 수정하는 것을 권했다.

송 대표는 “이해관계자는 원래 통제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 통제할 수 없음을 가지고 최대한 통제하는 것이 위기 관리 측면에서의 마케팅과 광고”라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눈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쟁사 또는 속해 있는 업계에 이슈가 생겼을 때 비웃고 있을 게 아니라 반면교사로 삼고 학습하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그가 업계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슈 관리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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