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된 우물 있는 한식집 어때”…핫플 비결은 ‘콘텐츠’다
“100년 된 우물 있는 한식집 어때”…핫플 비결은 ‘콘텐츠’다
  • 이승윤 (seungyun@konkuk.ac.kr)
  • 승인 2023.12.1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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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의 DIGILOG]
로컬은 왜 고객 경험의 핵심 키워드가 되어가는가? (上)

“강남에서 만나자” → “○○식당에서 만나자” 약속 달라져
로케이션(Location)보다 콘텐츠가 더 중요해진 공간 기획
글로우서울 유정수 대표. 사진=SBS 제공
글로우서울 유정수 대표. 사진=SBS 제공

더피알=이승윤 | ‘망해가는 상권을 손만 대면 핫플레이스로 만드는 미다스의 손(Midas Touch)을 가진 사람.’

최근 ‘손대면 핫플! 동네멋집’이란 SBS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중에게 잘 알려진 유정수 글로우 서울(Glow Seoul) 대표를 가리키는 말이다.

넥스트 ‘백종원’으로 불리는 유정수 대표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익선동과 창신동의 ‘지금’을 만든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익선동의 경우 종로3가 지하철역 근처 후미진 뒷골목들로 구성된 도심 중심부의 낙후된 장소였다.

글로우 서울이 익선동에 만든 공간 ‘청수당’은 지역을 대표하는 한옥을 개조하고 대나무 숲과 시냇물을 만들어, 고요하고 잔잔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이색적인 도심 속 정원이란 콘셉트를 담은 곳이다.

이후 서울 시내에 오래된 지역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의 로컬적 특성을 반영한 독특한 공간들을 내놓으며, 글로우 서울은 대표적인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지역 가치 창출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우 서울이 익선동에 만든 베이커리 카페 '청수당' 사진=청수당
글로우 서울이 익선동에 만든 베이커리 카페 '청수당'. 사진=청수당

디지털 시대에는 로컬의 역할을 재정의

글로우 서울의 많은 공간은 ‘로컬’(Local)이라는 키워드를 잘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종로구 창신동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가 된 ‘우물집’의 경우, 해당 지역에 100년 동안 자리 잡아 동네의 정체성을 가장 잘 담아낸 우물을 주 콘셉트로 한 한식집이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한식집 '우물집'. 사진=우물집 인스타그램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위치한 한식집 '우물집'. 100년 된 우물이 있다. 사진=우물집 인스타그램

이처럼 최근 로컬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공간 경험을 전달하려는 시도가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무분별하게 개성 없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로컬적 특성을 잘 담아낸 공간을 만들어내 특별한 고객 경험을 전달하겠다는 시도다.

그렇다면 왜 지금 고객 경험은 ‘로컬’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는 것일까?

우선 이제는 로컬이 가진 로케이션(Location)적인 측면을 넘어, 로컬이 지닌 콘텐츠(Contents)적인 측면을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는 움직임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로컬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있다. 과거에 소비자는 자신이 방문할 장소를 정할 때 로케이션만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디서 볼까?’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가로수길, 압구정로데오역 등 유명 지역을 중심으로 역 주변에서 만나 주변 공간을 탐방하는 형태의 고객 경험을 선호했다. 즉 지역을 먼저 정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전달하는 공간들을 살펴보고 선택하는 형태였다.

이제는 ‘어디서 볼까?’라는 질문에 ‘글로우 서울이 창신동에 우물 콘셉트의 새로운 식당을 만들었다는데 거기서 밥을 먹고 근처도 둘러보자’는 식으로, 특별한 콘텐츠 경험을 담은 공간이 우선 언급되고 그에 따라 지역이 결정되는 의사결정 구조가 생겨났다.

유인촌 장관은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콘텐츠·명인 등 문체부가 선정한 ‘로컬100선’ 현장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인촌 장관은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콘텐츠·명인 등 문체부가 선정한 ‘로컬100선’ 현장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흔히 잘 알려진 장소보다는 방문했을 때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장소를 좋아하는 MZ세대가 소비 주체로 등장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고객 경험 탐방 방식이다.

어디에 있든 간단한 검색만으로, 그리고 네이버 지도만으로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디지털적 도움도 이런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제는 위치적으로 찾아가기 힘들어도 특별한 콘텐츠를 담은 공간이 먼저 언급되고, 그에 따라 방문 지역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로컬이 가진 로케이션 측면이 중요할 때는 주로 해당 지역에서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자리 잡은 공간이 인기를 끌었다. 가로수길, 압구정로데오역 등 사람들이 몰리는 좋은 입지적 위치에 자리 잡은 공간이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다.

이 시절에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지역의 목 좋은 곳에 보편적으로 프랜차이즈화된 공간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돈을 벌 수 있었다. 물론 지금도 이런 로케이션 측면이 중요하지만, 이제는 콘텐츠적 매력이 충분하다면 해당 공간이 찾기 힘든 다소 생경한 위치에 자리 잡았더라도 사람들의 방문을 이끌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공간이 가진 콘텐츠의 힘

공간이 가진 콘텐츠의 힘이 중요해지자, 로케이션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찾기 힘들수록 손님이 늘어나는 특이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용산구 한강로 삼각지에 위치한 내추럴 와인바 ‘하리’(Hari)는 눈에 띄는 간판도 없는 곳이지만, 독특한 운영 방식과 인테리어로 늘 사람들이 붐빈다.

주문서에 연필로 직접 체크해야 하는 TXT Coffee의 주문방식. 사진=네이버 지도 TXT Coffee 방문자 사진
주문서에 연필로 직접 체크해야 하는 'TXT Coffee'의 주문방식. 사진=네이버 지도 방문자 사진

과거에는 북촌 가회동 안쪽 끝자락 한적한 골목길에 자리 잡은 ‘TXT Coffee’ 같은 가게들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위치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TXT Coffee는 커피 한잔의 특별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주문하는 방식에 집중한다. 커피숍 내부에 비치된 종이에 정성스럽게 글을 써서 주문하고, 바리스타가 종이를 통해 서로 의사소통하는 특별한 경험을 만들었다. 브랜딩 로고를 텍스트(TEXT)의 약자인 .txt로 한 것도 그런 이유다.

확실히 차별화된 콘텐츠를 전달하니 팬이 만들어지고, SNS를 중심으로 바이럴이 발생한다. 방문 장소를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검색하는 Z세대에게 로케이션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디에 있든 해당 공간을 방문했을 때 얻어갈 수 있는 독특한 콘텐츠가 있는지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12월 12일 성수·파주·제주는 왜 떴을까…거기에만 있는 곳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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