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모두 살고 싶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모두 살고 싶었던 사람들입니다
  • 최원준 엔자임헬스 본부장 (thepr@the-pr.co.kr)
  • 승인 2023.12.1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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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 기고] 한국PR대상 공공/공익 캠페인 최우수상 소개
‘2023 자살예방 캠페인’, 어떻게 기획하고 어떻게 진행됐을까

PR은 소통이고, 소통은 관계의 핵심이며, 관계는 삶 그 자체입니다. 너와 나의 삶을 함께 보듬을 수 있을 때 진정한 상호 관계가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2023 한국PR대상’에서 공공/공익 캠페인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엔자임헬스가 ‘2023년 자살예방 캠페인’을 소개합니다. 추진 배경과 진행경과를 읽어내려 가면서 느꼈던 소통·관계·삶에 대한 따뜻하면서도 고정관념을 흔드는 시선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편집자 주]

더피알=최원준 | 올해 칸 라이언즈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작품 중 자살 문제를 다룬 ‘The Last Photo’ 캠페인이 있다.

자살한 이들의 휴대폰 속 마지막으로 저장된 사진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하는 자녀와 함께 찍은 사진, 친구들과의 즐거운 술자리, 갖고 싶었던 상품을 구매한 후 행복해하는 모습.

이 캠페인이 말하고 싶은 바는 명확하다. 자살은 오랫동안 우울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영국에서 전개된 자살예방캠페인 ‘The Last Photo’ 사이트 캡쳐. 캠페인은 매주 125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지만 자살자들의 마지막 사진에는 자살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며 자살 문제를 대화의 주제로 꺼내야한다고 제안한다.
영국에서 전개된 자살예방캠페인 ‘The Last Photo’ 사이트 캡쳐. 캠페인은 매주 125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지만 자살자들의 마지막 사진에는 자살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며 자살 문제를 대화의 주제로 꺼내야한다고 제안한다.

‘OECD 가입 국가 38개국 중 1위’는 대한민국의 자살 문제에 늘 따라붙는 수식어다. 대한민국은 연간 약 1만 3000여 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사망자 수보다 높은 수치다.

초등학교 학급 수와 비교하면 전국 1개 학급 평균 23명 기준으로 580개 학급과 맞먹는 수치다. 시간으로 보면 40분에 1명꼴로 자살을 하고 있으니 자살공화국으로 불릴 만하다.

이런 자살 사망자 수는 2011년 1만 5906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조금씩 감소했으나, 그 감소 폭이 낮아 사실상 정체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한민국의 자살 문제 해결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렇게 자살 문제 해결에 애로사항을 겪는 이유는 자살에 이르는 원인이 다양하다는 데 있다.

자살 문제는 사회구조적·경제적·관계적·환경적·건강적·정신적 요인 등 복합적인 문제로 그 원인을 하나로 규정하기 어렵다.

때문에 지금까지 자살 문제의 원인 해결보다는 자살 징후 파악에 중점을 두고 예방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90%는 자살 신호를 보낸다는 데 기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감정 변화, 수면 상태 변화, 무기력, 대인기피 등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에게 종종 발견되는 증세이기 때문에 그 징후를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느슨한 사회관계를 추구하는 지금으로선 더 그렇다.

때문에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또 다른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가장 시급한 것이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것이다.

정부나 단체, 언론의 한편에서는 자살 문제와 심각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를 비판하는 용도로 자살 문제를 언급하거나 자살을 미화하기도 하고, 드라마의 소재로 삼기도 한다.

그만큼 자살 문제가 수년에 걸쳐 우리 사회에 익숙해지고 무뎌진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또 자살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나와 전혀 관계없는 문제로 치부되어 그만큼 관심도 낮다. 이런 상황에선 어떠한 캠페인이나 메시지도 허공에 메아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자살 문제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사회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가장 쉽게 체감하고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때문에 최근에 발표한 자살 사망자 수 통계 1만 3352명이라는 숫자가 중요해진다. 숫자만큼 직관적으로 그 규모와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도구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그 심각성을 높일 수 있도록 1만 3352명의 비교군을 대조하는 것도 필요하다. 앞서 초등학교 학급 수와 비교한 것처럼 말이다. 이를 통해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더 체감되도록 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지금껏 해왔던 방식이라면, 이제 자살 문제에 대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하나의 요소를 더 얹을 차례다.

2023년 자살 예방 캠페인은 자살한 사람들의 심리 상태에 조금 더 집중했다.

자살에 이르게 하는 외부적 요인은 다양하지만 귀결되는 것은 자살이라는 행동 하나이기에, 내면의 심리 안에는 모두를 관통하는 공통된 실마리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공통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그들은 모두 ‘살고 싶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살한 사람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자살 시도자 또는 자살한 사람들 역시 건강 상실, 경제력 상실, 학업 문제, 관계 문제 등 외부적 자극에서부터 자살 시도가 시작된 경우가 많다.

그 때문일까, ‘죽고 싶었기 때문에 자살을 했다’고 우리는 쉽게 판단한다.

하지만 이들이 결국 살고 싶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떨까?

많은 자살 유서에서도‘00 때문에’, ‘00만 없다면’이라는 가정법을 쓰고 있다. 이는 쉽게 말해 그 문제만 없다면‘살고 싶었던 사람들’이라는 전제가 성립된다.

건강을 잃은 사람은 더 건강하게 살고 싶었던 사람이며,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사람은 조금 더 보란 듯이 잘살고 싶었던 사람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관점 변화는 자살이 왜 사회적 타살인지, 왜 우리가 더 관심 있게 바라봐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를 만들어주고 있다.

그래서 엔자임은 이러한 방향성에 기반해 ‘13352+1393=0’이라는 구체적인 슬로건과 ‘살고 싶었던 13,352명, 살릴 수 있는 1393’이란 메시지로 TV, 라디오, 신문, 온라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자살 예방 상담전화 1393’을 알리고, 자살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바꿔내는 데 집중해왔다.

이러한 캠페인의 변화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여기저기서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자살 예방 캠페인은 이제야 시작이고, 이제 겨우 조금의 관심과 관점을 바꿔냈을 뿐이다.

2024년부터 자살 예방 관련 상담번호가 ‘109’로 통합된다. 더 짧고 기억하기 쉬운 번호이니 ‘살고 싶어 하는’ 모든 이들에게 ‘살리고 싶어 하는’ 모두의 노력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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