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삼성, 엇갈리는 주장…확인된 ‘타임라인’은 이렇다
검찰 vs 삼성, 엇갈리는 주장…확인된 ‘타임라인’은 이렇다
  • 한민철 기자 (kawskhan@naver.com)
  • 승인 2023.12.21 08: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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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철 기자의 법정 취재파일] 이재용 삼성 재판 (10) 국민연금 의결권 이슈 ③

검찰, 안진회계법인의 ‘합병비율 검토보고서’에 조작된 자료 주장
삼성, 국민연금 측이 존재 인지하고 요청해 전달한 참고자료일뿐

이재용 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13명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재판의 1심 판결이 2024년 1월 26일 내려집니다. 검찰수사심의원회의 불기소 결정을 누르고 강행된 2020년 9월의 검찰 기소로부터 구형이 나온 결심공판까지 총 106차례의 재판을 빠짐없이 참관한 한민철 기자는 ‘그간 많은 언론이 이 사건을 보도했지만 대부분 검찰 발표 중심이었고 실제 재판 현장의 이야기들은 잘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현장기자가 3년 2개월간 직접 쌓아올린 법정 취재파일을 통해 핵심 쟁점과 주요 증언을 짚어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더피알=한민철 기자 | 국민연금의 찬성 의결권 행사에 대해 제기된 혐의에서 최대 쟁점은 과연 삼성 측이 국민연금 측에 합병 찬성을 유도하기 위해 합병 관련 허위의 자료를 제공하거나 허위의 IR을 했는지 여부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2015년 6월 1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회의실에서 연금과 삼성 측 합병 TF 인원의 미팅이 있었다. 

검찰 공소장은 이날 미팅에서 삼성 측 관계자가 “물산 합병 결의 이사회에서 합병비율의 적정성과 최적의 합병 시점 등에 관해 충분히 검토했다”는 취지로 국민연금에 설명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삼성 측의 설명을 들은 국민연금 관계자는 합병 시너지 효과와 합병비율의 적정성 등에 관해 물산 이사회에서 논의한 내용이 담긴 자료를 요구했다. 이에 삼성 측이 6월 24일 기금운용본부 책임투자팀에 이사회 경과 및 허위의 사업부문별 시너지 수치를 기재한 ‘2차 주주설명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공소장은 적시했다. 

그런데 6월 11일에 있었던 삼성 측 관계자의 설명과 다르게, 물산 합병 이사회에서 합병비율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만큼, 6월 24일까지도 이에 대한 자료를 국민연금 측에 제공할 수 없었다고 공소장은 지적한다. 

국민연금 측이 ‘이사회에서 합병비율 적정성을 판단한 자료’의 제공을 삼성 측에 독촉하자, 7월 1일이 돼서야 마지못해 딜로이트안진(이하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검찰 공소장은 이 안진회계법인의 보고서에 대해 “각종 수치를 조작한 자료”라고 규정했다.

“피고인들은 국민연금에 마치 물산 경영진과 이사회가 경영상 판단에 따라 합병을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 및 합병비율의 적정성 등을 실질적으로 검토하였으며, 또한 회계법인이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기업가치를 평가하여 합병비율의 적정성을 확인한 것처럼 허위로 설명하고, 그러한 허위사실이 기재된 2차 주주설명자료, 검토보고서, 답변자료 등을 제공했다.”

                                                                                                                                                                                                   -검찰 공소장 

반면 삼성 측은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합병비율 검토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주장을 반박해 왔다. 조작된 자료를 제공한 적이 없으니 허위 자료 제공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국민연금 관계자와의 미팅 당시에도 거짓말한 것이 없어 허위 IR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이 공소사실에 기재하지 않았지만, 2015년 6월 11일 삼성 합병 TF와 국민연금 관계자의 미팅은 연금 측에서 먼저 요청해서 성사된 자리였다. 이는 앞서 언급한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책임투자팀 소속 팀장이었던 정○○ 씨의 법정 증언을 통해 알 수 있다. 

문 : 국민연금은 2015년 6월 11일 삼성물산과 본건 합병에 대해 미팅했죠.
답 : 네.
문 : 국민연금 리서치팀의 신○○ 차장 알고 계시죠? 
답 : 네, 알고 있습니다. 
문 : 신○○ 차장이 삼성물산 IR팀의 이□□ 과장에게 전화해 ‘책임투자팀에서 삼성물산 담당자들을 만나고 싶어 한다’면서 미팅 어레인지를 하는 6월 8일자 전화통화 녹취록이 있습니다. 당시 6월 11일 미팅은 책임투자팀에서 삼성물산 합병 관련해서 질의하고 여러 자료를 요청하기 위해 미팅을 제안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답 : 그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변호인, 신○○-이□□ 간의 전화통화 녹취 파일 법정 재생)

- 2022.4.7.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증인 정○○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  

삼성 측에서는 위 증인 신문 과정에서 국민연금 신○○ 차장과 삼성물산 이□□ 과장의 전화 통화 녹취 파일을 재생했고, 실제로 국민연금 측에서 6월 11일 미팅을 먼저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공소장은 6월 11일 미팅 이후에 국민연금에서 요청한 자료를 삼성 측이 마지못해 제공한 것처럼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합병 TF에서는 미팅 다음 날 국민연금 측에 자사주 매각 관련 자료를 그리고 6월 14일에는 합병 관련 법률 검토 자료를 이메일을 통해 보냈다. 이 두 가지도 6월 11일 미팅에서 국민연금 측에서 제공을 요구한 자료였다.

특히 6월 24일 삼성물산의 이사회 소집 안내 및 이사회 논의 사항과 함께 첨부한 ‘2차 주주설명자료’에 대해서도 삼성 측은 검찰 공소장의 “허위 자료”라는 주장을 반박했다.

이 ‘2차 주주설명자료’는 당시 삼성물산 홈페이지에도 게시해 일반인 누구나 볼 수 있었고, 설명자료에 기재된 ‘시너지 수치 6조 원’도 합병 결의 이사회 이후 통합 TF에서 각 부문별 담당자가 논의와 분석 끝에 구체화한 수치일 뿐 허위는 아니라는 것이 삼성 측 입장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검찰 측은 6월 11일 미팅에서 삼성 측 관계자가 설명한 “이사회에서 합병비율의 적정성과 최적의 합병 시점 등에 관해 충분히 검토했다”는 언급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물산 이사회에서 합병비율 적정성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국민연금 측이 합병비율의 적정성 등에 대한 물산 이사회의 구체적 논의 자료를 요청했는데, 물산 이사회에서 합병비율 적정성을 논의하지 않았기에 삼성 측이 이에 대한 제공을 미루다가 7월 1일 조작된 안진 회계법인의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삼성 측은 안진회계법인의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를 국민연금 측에 제공한 것을 인정했지만 이 자료의 내용이 조작됐다는 주장에 대해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해당 보고서가 6월 11일 직후 국민연금에서 요청한 이사회 논의 자료로 제공한 것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다시 말해, 안진 회계법인의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는 아예 별개 요청으로 제공한 것이며, 6월 11일 미팅 직후 연금이 요청한 ‘물산 이사회에서 논의한 합병비율의 적정성 관련 자료’와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뉴시스

검찰과 삼성 양쪽 중 어느쪽의 주장이 맞는 말일지, 이 사건 재판을 통해 확인된 것들을 타임라인으로 정리해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2015년 6월 8일 
- 국민연금 리서치팀의 신○○ 차장, 삼성물산 IR팀의 이□□ 과장에 전화 연락 통해 6월 11일 미팅 요청.

● 2015년 6월 11일
- 국민연금 책임투자팀 및 리서치팀 관계자, 삼성물산 합병 TF 금융팀 및 IR팀 관계자 미팅.
- 삼성물산 합병 시너지, 이사회 논의 사항, 관련 법령의 적정성 등 면담. 
: 국민연금 측 요청 자료 : 삼성물산 이사회 회의 내용 관련 ▲합병 시너지 검토 자료 ▲합병비율 판단에 대한 근거 ▲법적 기준 외에 각사 가치 평가 ▲최적 합병 시기 관련 자료.

● 2015년 6월 12일 
- 삼성 합병 TF, 국민연금 측에 자사주 매각 관련 자료 송부

● 2015년 6월 14일
- 삼성 합병 TF, 국민연금 측에 합병 관련 법률 검토 자료 송부 

● 2015년 6월 17일, 6월 23일
- 국민연금, 삼성 측에 나머지 요청 자료 제공 독촉 전화.

● 2015년 6월 24일
- 삼성물산 IR팀 이□□ 과장, 국민연금 책임투자팀 최△△ 차장에 “문의 주신 이사회 소집 안내 관련 내용 및 시너지, 가치 평가(합병 비율) 등에 대해 이사회 시 논의됐던 내용을 보내드립니다”는 설명과 함께 ‘이사회 소집 안내 관련 사항 및 이사회 논의 사항’, ‘2차 주주설명자료’ 등 첨부해 송부. 
‘이사회 소집 안내 관련 사항 및 이사회 논의 사항’ 첨부 자료에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돼 있는 방법대로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했으며, 로펌과 함께 검토해야 됨’이라는 내용 기재. 
  
● 2015년 6월 25일
- 홍완선 본부장, 채●● 팀장 등 국민연금 관계자, 삼성물산 김신 사장 및 이영호 부사장 등 미팅.
 
● 2015년 7월 1일
- 삼성물산 허◇◇ 상무, 국민연금 책임투자팀에 안진 회계법인 합병비율 검토보고서 송부. 

검찰은 6월 11일 미팅 때 “이사회에서 합병비율의 적정성 등을 충분히 검토했다”는 삼성 측 설명이 거짓이고, 국민연금이 관련 자료의 제공을 요청 및 독촉하자 7월 1일에서야 허위 수치 등을 반영한 안진 회계법인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를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진회계법인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는 물산 합병 결의 이사회에서 논의된 바 없는 만큼, 삼성 측이 허위 IR을 했고,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반면 삼성 측은 물산 합병 결의 이사회에서 합병비율이 법에 따라 주가로 인해 결정된다는 설명을 한 것인 만큼, “이사회에서 합병비율의 적정성 등을 충분히 검토했다”는 설명이 허위 IR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특히 국민연금이 독촉한 이 이사회 합병비율 적정성 문건은 6월 24일 IR팀 이□□ 과장이 송부한 이메일의 ‘가치 평가(합병 비율) 등에 대해 이사회 시 논의된 내용’으로 관련 내용이 첨부돼 있고, 7월 1일의 안진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는 아예 6월 11일 요청 사항과는 관련 없이 국민연금 측에 따로 제공한 것인데, 검찰 측이 지속적으로 둘을 엮는다는 지적이다. 

삼성 측이 재판 과정에서 재생한 국민연금 책임투자팀 최△△ 차장과 삼성물산 고▲▲ 부장 간의 2015년 6월 26일 전화 통화 녹취록에는 검찰 측의 위와 같은 주장을 반박할 수 있을 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국민연금 최 차장은 “제가 하드 카피를 하나 받았는데 여기에 딜로이트, KPMG라고 적혀있다. 이 자료를 좀 받아볼 수 있는가”라고 물산 고 부장에 요청했다. 여기서 딜로이트는 안진회계법인, KPMG는 삼정회계법인을 뜻하는 말로, 6월 11일 이후 삼성 측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최초로 안진 회계법인 관련 자료의 제공을 요청받은 것이었다.

“안진 합병비율 검토보고서는 6월 24일 이사회 논의 자료 제공이 완료된 다음에 이와 별개로 6월 26일 최△△ 차장으로부터 새롭게 요청됐다는 사실은 바뀔 수 없습니다. 그 이후 6월 29일, 30일 최△△는 물산 이□□ 과장에게 연이어 안진 보고서 제공을 요구하는 전화를 했습니다. 즉 최△△는 6월 11일 미팅에서 요청했던 자료를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6월 26일 비로소 처음 안진 보고서를 달라는 것입니다. 이런 경위로 안진 보고서는 7월 1일 국민연금에 제공됐습니다.”
“물산 담당자들의 진술, 증언도 안진 보고서를 이사회 논의 자료로 전달한 것이 아니라, 외부 평가 자료로 제공했다고 합니다. 검사님들은 국민연금이 안진 보고서를 이사회 논의 자료로 제공받았다는 근거로 최△△의 진술과 증언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그 진술과 증언은 지금까지 말씀드린 여러 객관적인 증거에 반할 뿐만 아니라, 최△△ 스스로도 최초 수사기관 조사를 받을 당시인 17년 1월 특검 조사 때 합병비율의 비교 검토를 위해서 안진 보고서를 받았다고 진술했던 것과도 배치됩니다.” 

- 2023.9.1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변호인 쟁점 기일 PT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국민연금이 6월 11일 미팅으로 요청한 물산 이사회 시 합병비율의 적정성에 대한 자료를 6월 24일에도 받지 못한 것이라면, 다음 날인 6월 25일 홍완선 본부장 등 국민연금 임원과 김신 사장 등 삼성물산 임원이 만난 자리에서 이에 대해 요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국민연금 측은 삼성물산 측에 관련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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