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불꽃밴드’
고맙다 ‘불꽃밴드’
  • 남궁옥분 (thepr@the-pr.co.kr)
  • 승인 2024.01.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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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옥분 가수다
남궁옥분과 수다

연예계 마당발로 유명한 가수 남궁옥분의 수다스러움을 곁들인 사람 냄새 나는 글로 지면을 채워나가려 한다. 잘 웃고 살갑게 챙겨주는 그녀 곁에는 늘 사람들이 있다. 그녀가 귀 기울여 들은 폭신한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편집자 주]

사진=MBN.

‘불꽃밴드’는 수년간 모든 채널을 점령한 트로트에 대항해 자신의 존재감을 앞세우며 사명감을 갖고 대중 앞에 나섰다. 하나같이 힘든 상황인데도 무언가의 바람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며 녹화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최근 몇 년간 트로트 일색의 방송 때문에 음악 프로그램은 전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채널을 돌릴 때마다 보이는 이름도 노래도 낯선 얼굴들! 이젠 그들이 모든 행사를 점령하고, 모든 방송의 최고 인기 가수로 등극했다.

기존 가수들을 참신한 얼굴과 실력으로 밀어낸 그들의 축제는 ‘미스트롯’으로 시작되어, 여러 방송국에서 앞다투어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우리 시대의 가왕 조용필을 넘을 사람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상상초월의 팬덤으로 모든 가수를 주눅 들게 만든 임영웅이 ‘영웅시대’를 만들어냈다. 몇몇 가수는 행사 때마다 수십 대의 관광버스를 앞세워 응원단을 몰고 다니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2020년 8월 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내일은 미스터트롯' 서울 콘서트에서 열창하는 트로트 가수들. 사진=쇼플레이 제공

뚜렷한 히트곡 하나 없이 TV를 장악하고, 기존 대형 가수들의 출연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인 수천만 원씩 출연료를 받는 경우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기현상이지 싶다.

이제 지칠 만도 한데 그 뒤로도 계속되는 프로그램은 언제쯤 끝날지 모르겠다. 채널을 돌릴 때마다 일대일 혹은 팀을 나눠 경쟁하며 점수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유치한 형식의 묘한 프로그램들을 당분간 계속 만나야 할 듯싶다.

시청자들은 즐거웠을지 몰라도 기존 가수들은 자신들이 선별해 뽑은 아마추어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는 일이 생길 거라고는 꿈에도 알지 못했으리라! 처음엔 버튼을 눌러 힘을 보태주고 박수를 보냈던 그들에게 처참하게 무대를 빼앗긴 지금의 세태는 슬프고 황당한 현실이다.

그럴 때 ‘불꽃밴드’는 시청자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첫 방송을 보며 가슴 먹먹했던 그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2023년 8월부터 10월까지 MBN에서 목요일마다 방영한 '불꽃밴드'는 '레전드 밴드들의 불꽃 튀는 경연 프로그램'을 표방했다. 

 

봤지? 이거야, 이게 가수야!

수십 년 내공을 쌓은 밴드들의 연주와 노래는 숨도 쉴 수 없는 감동으로 금요일 밤을 TV 앞에 머물게 했다.

선배들에게 잘 봤다고, 멋지다고, 감사하다고 전화와 문자로 고마움을 전했다.

몇십 년 내공의 묵직함으로 호흡까지 모두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몇십 년을 꾸준한 활동과 연습으로 지켜낸 선후배들의 노력은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일단 트로트가 아니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결국 출연 밴드 모두가 가을에 호황기를 누리며, 속된 표현으로 떴다. SNS를 통해 전국을 누비는 스케줄이 올라올 때마다 말할 수 없이 기뻤다.

그렇게 노래를 사랑하고 밴드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밴드 시대를 열어줬다. 트로트가 지겨워 잠시 TV를 떠났던 나 같은 사람들을 다시 TV 앞에 끌어모았다.

사진=MBN.

 

시청률이 의도했던 것만큼 나오지 않았다 해도…. 전문가도 아닌 소수의 사람들이 눌러준 버튼으로 순위를 정하는 예의 없는 방식의 프로그램이었다 해도…. 악마의 편집으로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만들었다 해도….

일단 숨통이 트이는 것 같은 진정성을 갖게 해준 고마운 프로그램이었다. 그 멋진 전설이자 현역인 사랑과평화, 전인권, 이치현, 권인하, 다섯손가락, 부활, 김종서를 한자리에 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승리다!

요즘 여기저기 몇 팀씩 초대되어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불꽃밴드’ 출연자들의 활동에 감사하고 박수를 보낸다.

사진=뉴시스.

다음으로 위로받은 것은 ‘오빠시대’다.

트로트 신화를 최초로 만들어낸 S피디가 회사를 옮겨 야심차게 7080 콘셉트로 트로트를 탈피한 참신한 방송을 만들어주어 얼마나 감사했던지….

좀 어설프지만 그런 데 나와 버튼 누르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람들을 그 자리에 앉혀놓은 것 자체가 참신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어서일까?

어쨌든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트로트라는 장르의 독주를 막으려는 크고 작은 도전(?)이 작게나마 이어지고 있다. 언젠가는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해줄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소망을 담아본다.

‘오빠시대’는 또 한 명의 우승자가 3억이라는 상금을 거머쥐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시청률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조금 빨리 종영했다는 확인 불가한 설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내겐 트로트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방송이었다.

1회 ‘오빠시대’ 우승자는 얼마나 많은 팬을 확보하고 대한민국을 누비며 노래를 하게 될지, 아니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스타 탄생 프로그램의 희생양이 될지….

나는 또 한 사람, 아니 수십・수백의 라이벌 후배들을 내 의지랑 상관없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가수의 꿈을 키워주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계속 난무하다 보면 대한민국 가수 3000만 시대라는 기록도 세우지 않을까 싶다.

JTBC의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 3 - 무명가수전'은 재야의 실력자, 잊혀진 가수 등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서는 것을 돕는 취지로 방영되고 있다. 사진=JTBC.

나도 꼰대처럼 이런 뒷소리 안 하는 신인이고 싶다.

나도 후배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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