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되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기록되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김경탁 (gimtak@the-pr.co.kr)
  • 박주범 (joobump@loud.re.kr)
  • 승인 2024.01.05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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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G] 되돌아보기도 짧게…1년 되돌아보는 ‘recap’ 열풍
WP, 모든 형태 콘텐츠 요약하는 숏폼 트렌드 진화 조명
틱톡의 #2023recap 태그 페이지
틱톡의 #2023recap 태그 페이지

더피알 | #2023recap 해시태그를 단 동영상 조회 수가 틱톡에서 19억 뷰를 기록(1월 4일 저녁 9시 현재 기준. 아침까지는 18억뷰였음)중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새해 하루 전인 2023년 12월 31일 인기검색어로 ‘2023 recap’이 올라왔고, 스냅챗은 틱톡 스타일의 2023년 요약 영상 제작을 장려했다.

워싱턴 포스트(이하 WP)는 소셜미디어(SNS) 이용자들이 12개월 동안 올렸던 수십 개의 영상이나 사진을 엮어서 인기 있는 오디오 트랙의 비트에 맞춰 다시 올리는 2023년 요약 영상 트렌드를 조명하는 기사를 새해 첫날 내보냈다.

recap은 원래 ‘개요를 말하다’라는 뜻의 recapitulate에서 온 축약어지만, 어감상 ‘(과거의 느낌·경험을) 되찾다’라는 뜻의 recapture를 연상시킨다. 일상의 순간들을 캡쳐(capture)해 전시하는 SNS 활동을 요약버전으로 모아서 다시 훑어보면서 지난 시간을 회고하는 것이다.

WP는 리캡 트렌드에 대해 SNS 사용자들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출구를 제공하는 동시에 젊은이들에게는 삶을 바이럴 콘텐츠로 상품화한다는 불안과 압박감을 불러일으키는 새해의 온라인 현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추세는 일반 사용자들도 전문 인플루언서들의 콘텐츠 형식과 행동을 점점 더 많이 채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WP는 전했다.

디지털컬쳐 전문 크리에이터인 줄스 테르팍(Jules Terpak)은 이 현상에 대해 ‘(SNS에) 게시하지 않았다면 그게 진짜일까?’라는 정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요즘 사람들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신의 한 해를 기록할 뿐 아니라 미래의 자신이 그 해의 의미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록한다”는 것이다.

정치커뮤니케이션 및 소셜미디어 전문 디지털 컨설턴트인 애니 우 헨리(Annie Wu Henry)는 “누구나 삶의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한다”며, “이제 여기에는 이런 류의 영상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스마트폰 앱들 사이에 1년 단위의 추억을 간편히 소비할 수 있는 형태로 쉽게 포장·가공해주는 기능을 추가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2016년에는 탑 나인(Top Nine)이라는 앱이 인기를 끌며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상위 9개 게시물을 공유할 수 있게 했고, 같은 해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는 각 사용자의 청취 활동을 개인화하여 정리하는 스포티파이 랩트(Spotify Wrapped)를 출시했다.

소셜 피트니스 앱 스트라바(Strava)는 사용자에게 피트니스 활동에 대한 연간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고, 도서 정보 플랫폼 굿리즈(Goodreads)는 사용자의 독서 성과를 요약하는 ‘책 속의 해(Year in Books)’ 기능을 제공한다.

그리고 온라인 세계를 평정해가고 있는 틱톡에서는 연간 요약 영상이 유명 콘텐츠 제작자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고, 결국 일반 사용자에게도 확산됐다.

워싱턴 포스트 기사 캡쳐. 리캡 비디오 공유 안하면 2023년은 없었던 것이 될까?
WP 기사 캡쳐. 리캡 비디오 공유 안하면 2023년은 없었던 것이 될까?

WP는 자신의 삶을 낭만적으로 만들고, 주인공이 되어 일상을 영화처럼 대한다는 생각이 틱톡에서 흔한 일이 되었고, 추억을 영화 같은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돌아보는 것도 놀랍지 않다고 지적했다.

LA에 있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덕션스튜디오 런던앨리엔터테인먼트의 루크 앤더슨(Luke Anderson) 프로듀서는 “앱에서 다운받은 슬라이드 쇼로 자신의 한 해를 요약한 영상을 만들어 게시하는 콘텐츠 제작자가 되는 정도는 당신의 이모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컬쳐 전문 뉴스레터 임베디드(Embedded)의 공동 창업자 케이트 린지(Kate Lindsay)는 2023년 요약 영상의 증가를 ‘삶의 틱톡화’로 설명했다. “새해는 반성과 성찰의 시간인데, 소셜미디어는 이를 한 단계 위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린지는 요약 영상 자체만큼 요약 영상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튜토리얼이 많다고 덧붙였다.

기술적 관점에서도 고도로 제작된 리캡 영상을 만드는 것이 점점 더 쉬워지고 있다.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자회사인 비디오 편집 플랫폼 캡컷(CapCut)은 몇몇 2023 요약 템플릿 등 틱톡에 직접 게시할 수 있는 쉽게 복제 가능한 비디오 제작 형식을 제공한다.

WPP 계열사 VML에서 소셜미디어 전략가로 재직중인 레이첼 그린스팬(Rachel Greenspan) 작가는 “캡컷 템플릿을 사용하면 콘텐츠를 더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말 요약 영상이 넘쳐나면서 역설적으로 관련 영상을 만들어 게시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많아졌다. 뭘 빼야할지 판단이 어렵고, 만드는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만들어놓은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게시를 포기하는 경우들도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한편 2023년 요약 영상들은 파티, 모험, 여행, 친구 및 사랑하는 사람과의 즐거운 시간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지난 1년간 삶에서 힘들었던 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만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아직도 진행 중인 코로나 팬데믹이나 중동 전쟁 등에 대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인기 밈 페이지 정치 나침반(Political Compass) 관리자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부터 아프가니스탄의 지진, 마우이의 산불, 가자지구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많은 비극이 일어났다”며, “말 그대로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기에 요약 영상이 모든 것을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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