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에버랜드 개발 계획은 허위 이벤트였을까
용인 에버랜드 개발 계획은 허위 이벤트였을까
  • 한민철 기자 (kawskhan@naver.com)
  • 승인 2024.01.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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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철 기자의 법정 취재파일] 이재용 삼성 재판 (11) 용인시 유원지 개발 계획 ①

검찰, ‘이재용 경영권 승계’라는 밑그림 위에서 논리 쌓아가
통합 삼성물산 출범 후 계획 후속 추진 없이 폐기 정황 인식
개발 계획 구상 시작은 2012년 이건희 지시 의한 마스터플랜
美 컨설팅기업, 사업성 검토로 10년 내 3배 이상 이익 예상
자체 검토뿐 아니라 용인시에서 정식 인허가 절차도 진행해

이재용 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13명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재판의 1심 판결이 2024년 1월 26일 내려집니다. 검찰수사심의원회의 불기소 결정을 누르고 강행된 2020년 9월의 검찰 기소로부터 구형이 나온 결심공판까지 총 106차례의 재판을 빠짐없이 참관한 한민철 기자는 ‘그간 많은 언론이 이 사건을 보도했지만 대부분 검찰 발표 중심이었고 실제 재판 현장의 이야기들은 잘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현장기자가 3년 2개월간 직접 쌓아올린 법정 취재파일을 통해 핵심 쟁점과 주요 증언을 짚어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더피알=한민철 기자 | 2015년 7월 2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이슈가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던 가운데, 이날 삼성그룹의 최대 뉴스는 용인시청으로 향했다. 용인시청 정책토론실에서 제일모직과 용인시가 용인 에버랜드 부지에 대규모 체류형 관광·상업시설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을 발표한 것이다.

2015년 7월 2일 용인시청에서 제일모직이 소유한 용인 에버랜드 내 유원지 개발 업무협약 체결식을 위해 용인시와 제일모직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용인시 용인라이브
2015년 7월 2일 용인시청에서 제일모직이 소유한 용인 에버랜드 내 유원지 개발 업무협약 체결식을 위해 용인시와 제일모직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용인시 용인라이브

당시 다수 언론사는 정찬민 용인시장과 김봉영 제일모직 사장 등이 함께 찍은 기념사진을 첨부해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업무협약은 제일모직이 2025년까지 에버랜드 일대 1322만 7584㎡ 유휴부지에 호텔과 에코파크, 아쿠아리움, 상업단지를 단계별로 개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발표에는 특히 호텔부터 상업단지까지 개발 대상의 위치와 규모, 준공 목표 시기 등 구체적 계획까지 담겨 있었다. 그만큼 누구도 이 업무협약의 진정성과 향후 공사 진행을 의심할 수 없었겠지만, 당시 개발 계획의 대부분은 현재까지 보류된 상태다. 

이날로부터 약 5년 후, 그날의 업무협약 발표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의도한 허위 이벤트라는 내용으로 검찰 공소장에 담긴다.

검찰은 당시 삼성 측이 제일모직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해, 용인 에버랜드 개발 계획(이하 용인 단지 개발 계획)을 허위로 공표했다는 관점을 제기했다.

더피알의 ‘이재용 삼성 재판’ 시리즈 선행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검찰은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의 본질이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대전재를 바탕으로, 이 회장이 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 비율을 조성하기 위해 당시 삼성그룹 내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필두로 각종 부정한 수단이 동원됐다는 논리를 쌓아갔다.

모직-물산 합병 결의가 발표된 2015년 5월 26일 이후, 삼성의 당면 최종 목표는 7월 17일로 예정한 임시 이사회에서 두 회사의 합병을 무사히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 두 회사의 주가가 크게 흔들리면 향후 주식매수청구권의 과다 행사로 합병이 무산될 수 있었다. 특히 모직의 주가 하락은 합병을 반대하던 이들에 공격의 빌미를 주고, 이에 임시 이사회에서 합병 반대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었다. 

2015년 6월 4일부터 엘리엇이 물산 주식 7.12% 보유 사실을 공시, 합병 반대를 선언하며 우호 세력 규합의 움직임을 보였다. 당연히 엘리엇으로 인해 제일모직의 주가 하락과 합병 무산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삼성에 있어 제일모직 주가 하락 저지가 최대 현안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검찰은 삼성 측이 제일모직 주가에 호재가 될 만한 이슈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사업 검토를 중단하고 있던 용인 단지 개발 계획을 발표하기로 했고, 용인시와 업무협약까지 맺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용인 에버랜드 개발 계획은 제일모직이 검토를 시작한 2003년부터 2015년 6월 초순까지 오랫동안 구체적 사업성 검토가 없고 추진에 필요한 자금조달 방안도 마련되지 않아 미전실의 수차례 사업 중단 또는 보류 지시를 받고, 어떠한 진척도 없이 중단된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 이재용 등은 합병 무산의 위험이 고조되자 모직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할 목적으로 당시까지 진척이 없고 실현되기 어려운 용인 에버랜드 주변 부지의 대규모 개발 계획을 마치 사업 일정, 자금 조달 계획 등이 구체화돼 곧바로 실현될 개발 계획인 것처럼 가장해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검찰 공소장

2015년 7월 2일에 용인시와의 업무협약 체결이 발표되기 며칠 전인 6월 29일, 에버랜드 유원지 개발에 1조5000억원을 투자, 호텔과 아쿠아리움 등 관광·상업시설을 건립한다는 내용의 보도가 다수 나왔다. 

보도 이튿날인 6월 30일, 제일모직은 IR 공시에서 레저 부분의 추진 목표로 ‘상업시설, 파크호텔 등 용인단지 개발을 통해 체류형 복합 리조트로 전환’, ‘호텔, 상업시설 등 대규모 투자를 통해 체류형 복합 리조트 단지 실현’이라고 기재했다. 

그러나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용인 단지 개발 계획은 얄궂게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성사로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한 후에는 후속 추진 소식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고, 2015년 11월경 사실상 폐기 수순에 이른다.

2016년에는 건설 경기 불황으로 공사에 착수한 테마파크 내 호텔(파크호텔) 건립을 연기하고 해당 부지에 매화단지를 조성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어 2018년에는 합병 과정에서 에버랜드 땅값이 크게 뛰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큰 논란이 됐다. 당시 언론에서는 파크호텔 조성이 합병 완료 후 돌연 취소됐다며 현재 검찰 측 공소사실과 같은 내용의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 측은 ‘삼성이 용인 단지 개발 계획을 현실화할 의지가 없거나 현실화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모직-물산 합병 성사를 위한 주가 부양 소재로 이를 활용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또 ‘어차피 합병 성사를 위한 도구였기에, 제일모직이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모양새를 형성했지만 실제로 미전실에서 주도했고, 사업 중단을 결정한 것 역시 모직이 아닌 미전실이다’라는 것이 검찰의 관점이다. 

특히 검찰은 ‘용인 단지 개발 계획’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여러 차례 악용됐다고 지적한다. 

“골드만삭스가 2011년경 미전실에 보고한 문건 내용에서 확인되듯이, 용인 개발은 제일모직의 가치 제고 수단으로, 물산과 합병에 이용한다는 계획이 2011년부터 존재했습니다. 2012년 작성한 ‘프로젝트G’ 문건에서도 에버랜드의 가치 제고를 위해 합병 전 준비사항 중 하나로 용인 에버랜드 개발 등을 들고 있었습니다. 이런 계획에 따라, 실제 2014년 6월경 에버랜드의 상장이 발표되는 시점에 곧바로 삼성에서는 상장 직후 용인 단지를 개발하겠다는 홍보를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개발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용인 단지 개발은 처음부터 주가 부양 목적으로만 사용됐으니 실제 별다른 개발은 진행하지 않았고, 이번 사건에 이르러서도 다른 사정 변경이 없었음에도 재차 홍보가 진행된 것입니다. 용인 단지 개발의 홍보를 계획했던 주체 역시 에버랜드 리조트 사업부가 아니라, 엘리엇 대응을 위해 활동하고 있던 합병 TF였고, 합병 TF는 그 홍보 계획을 미전실에 보고하였음이 확인됩니다. 이는 용인 단지 개발 계획 홍보가 실제 개발 자체로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라, 합병 추진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라 할 것입니다.”

- 2023.8.2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검찰 쟁점 기일 PT 

2014년 10월 제일모직이 작성한 ‘에버랜드 유원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재협의) 초안 요약서’에 제시된 에버랜드 용인 단지 개발 사업 부지의 토지이용계획도. 사진=에버랜드 유원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재협의) 초안 요약서에서 발췌
2014년 10월 제일모직이 작성한 ‘에버랜드 유원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재협의) 초안 요약서’에 제시된 에버랜드 용인 단지 개발 사업 부지의 토지이용계획도. 사진=에버랜드 유원지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재협의) 초안 요약서에서 발췌

급조? 허위? 용인시가 먼저 제안한 협약 

이 사건 재판을 통해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용인 단지 개발 계획의 구상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시작됐다. 삼성그룹은 2012년 용인 개발 계획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제작해 더 본격적인 사업 검토를 추진했다.

마스터플랜은 2012년 11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최고 경영진에 보고됐고, 그룹에 사업 추진 본부를 구성하는 동시에 글로벌 컨설팅 회사와 삼성경제연구소를 통해 사업성 검토를 거쳤다. 

2014년 2월 용인 단지 개발에 대한 사업성 검토를 수행한 미국의 컨설팅 기업 에이컴(ACM)사는 해당 사업이 2025년까지 3배 이상의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같은 해 4월, 에이컴사와 삼성경제연구소는 사업성 검토 결과를 토대로 투자 규모를 기존의 1조 2000억 원에서 8000억 원으로 축소하고, 파크호텔과 판다월드, 에코파크 등 친환경 파크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마스터플랜을 수정한다. 또 파크호텔 개발 관련해 회계법인과 컨설팅 기업 등을 통해 수요 조사를 진행하며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이런 자체 검토뿐만 아니라, 용인시에 정식 인허가 절차도 진행했다.

2014년 7월 4일 용인시 고시 제2014-230호에 따르면, ‘용인도시계획시설(유원지) 사업’을 위해 에버랜드의 토지이용 계획 변경이 이뤄졌다.

2014년 10월 13일 용인시 공고 제2014-1610호에는 제일모직이 작성한 <도시계획시설(유원지:에버랜드)사업 환경영향평가 재협의(초안)> 문건이 첨부됐다. 여기에는 용인 단지 개발 계획에 있어,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용인시와의 협의 사항과 사업 내용 변경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 

이어 2015년 3월 30일 용인시 고시 제2015-132호에 의해 에버랜드 내 세부시설 조성계획 변경이 결정됐다.

용인시는 2015년 6월 29일 파크호텔에 대한 건축 허가를 냈고, 며칠 뒤인 7월 2일 용인시와 제일모직과의 업무협약 발표 직후 착공 신고에 들어갔다. 해당 공사에만 약 80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2015-132호 고시에는 2014년 4월 마스터플랜에 수정 반영한 테마파크호텔, 아쿠아리움, 판다 전시장, 에코파크 등에 대한 조성계획 변경이 언급돼 있다.

1월 15일 이재용 삼성 재판 (12) 용인 유원지 개발 계획 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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