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피해자”라 주장하는 용인시의 역할
검찰이 “피해자”라 주장하는 용인시의 역할
  • 한민철 기자 (kawskhan@naver.com)
  • 승인 2024.01.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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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철 기자의 법정 취재파일] 이재용 삼성 재판 (12) 용인시 유원지 개발 계획 ②

검찰, 공소장에서 “개발계획조차 수립 못한채 취소” 주장
사실은…인허가 거쳐 착공, 100억원 어치 공사까지 진행
검찰, 용인시가 제작·배포한 보도자료까지 “삼성發” 강변

더피알=한민철 기자 | 시리즈 연재기사의 바로 앞 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추진하기 한참 이전부터 용인시와 제일모직은 용인 에버랜드 부지 레저단지 개발 계획을 점차 구체화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런 정황은 ‘파크호텔 사업을 착수하지도 않은 것은 물론이고 개발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한 채 취소했다’는 검찰 측 공소사실을 명백히 파훼하는 증거다.

“개발 계획의 공표 당시부터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완료될 때까지도 여전히 대규모 투자 계획의 첫 단계인 약 800억 원대의 파크호텔 신축 건조차 그룹 내부의 사업성 이견 등으로 계획이 수립되지 못한 상태였다. 10년간 8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할 만한 구체적인 자금 계획 및 조달 방안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 사건 합병이 완료된 직후인 2015년 11월경 파크호텔 사업이 착수되지도 않은 채 위 공표 이후 4개월 만에 위 개발 계획은 전면 취소됐다.”

-검찰 공소장

“검사님들은 용인 개발 계획이 파크호텔 사업조차 착수하지 않고, 전면 취소됐다라고 주장하십니다. 그런데 파크호텔은 관련 인허가를 거쳐, 착공 후 100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들여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용인 개발 계획도 전면 취소된 것이 아니라, 경영 상황에 맞게 일부 조정되기는 했습니다마는 계속 진행했었습니다. 즉 검사님들 주장하시는 것과는 전혀 달리, 파크호텔은 2015년 3월경 이미 부지 정리에 착수했고, 5월에 오른쪽 보시는 것처럼 건축 허가를 신청해 6월에 이를 받았습니다. 이어 7월 14일 착공 신고를 한 다음, 11월경까지 공사를 진행했습니다. 11월까지 공사가 계속 진행된 것은 하도급 업체들이 그때까지 공사비를 청구하고, 이를 지급한 내용을 통해서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검사님들은 파크호텔 공사를 착수하지도 않았다고 전혀 사실과 다른 주장을 계속하고 계시는 겁니다.”

- 2023.9.1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변호인 쟁점 기일 PT

2015년 3월 30일 용인시 제2015-132호 고시. 테마파크호텔, 아쿠아리움, 판다 전시장, 에코파크 등에 대한 조성계획이 담겨 있다. 사진=용인시 제2015-132호 고시 2페이지 캡쳐
2015년 3월 30일 용인시 제2015-132호 고시. 테마파크호텔, 아쿠아리움, 판다 전시장, 에코파크 등에 대한 조성계획이 담겨 있다. 사진=용인시 제2015-132호 고시 2페이지 캡쳐

검찰 측 주장대로, 제일모직과 삼성이 용인 단지 개발 계획의 실현 의지가 없이 이를 오로지 합병만을 위한 이용 수단으로 생각했다면, 용인시는 삼성 측으로부터 속아 넘어간 피해자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용인시는 용인 개발 계획에 관한 인허가를 최종 결정했고, 그 과정에서 삼성 측과 꾸준히 협의해왔다. 무엇보다 2015년 7월 2일 업무협약 역시 삼성 측이 아닌 용인시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음 내용은 당시 용인 개발 계획 실무에 관여한 제일모직 소속 배○○ 상무의 이 사건 재판에서의 증언이다. 배 상무는 이 사건 재판에 출석한 증인 중 용인 단지 개발 계획에 관해 가장 자세히 증언했다.

문 : 증인에게 2015년 7월 2일 용인시-제일모직 업무협약서 제시합니다. 용인시와 제일모직은 2015년 7월 2일, 모직이 2025년까지 8,000억 원을 투자해 용인 단지를 개발하는 것에 대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증인에 대한 제2회 검찰 진술조서 제시합니다. 증인은 “당시 용인시 총무 파트에서 저희에게 먼저 MOU를 체결하자는 연락이 왔었는데, 경전철 문제 등으로 좋지 않은 여론을 저희와의 개발 이슈로 상쇄하려는 의도가 보였습니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이것을 보면 당시 MOU는 용인시가 먼저 제안한 것인가요.

답 : 네, 그렇습니다.

문 : 업무협약서 양식을 제시합니다. 보시는 이 양식이 당시 제일모직에서 사용하던 것이었나요?

답 : 이건 저희 양식이 아닙니다. 대체로 이 양식은 공무원들이 쓰는 양식으로 보입니다.

문 : 글씨체를 보더라도 관공서에서 주로 사용하는 양식으로 보이는데 맞습니까.

답 : 네.

문 : 용인시가 먼저 제안했기 때문에, 양식도 용인시 양식으로 쓴 것이죠.

답 : 그렇게 기억합니다.

문 : 증인에게 2015년 7월 9일자 연합뉴스의 <용인경전철 주민소송 첫공판…前시장 “꼭필요한 사업”> 기사 제시합니다. 기사를 보시면, ‘주민소송단은 2013년 10월 경전철 사업으로 매년 473억 원 이상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돼 시는 경전철 사업에 책임 있는 자들에게 경전철 사업비 1조 127억 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라며 용인시를 상대로 주민소송을 제기했다’라고 나옵니다. 첫 공판이 2015년 7월 9일 열렸는데, MOU를 체결한 시점과 굉장히 가깝습니다. 당시 증인은 용인시가 대규모 개발 사업을 통해 경전철 사업 문제 등으로 인한 부정적 여론을 전환 시켜 보려는 생각에서 업무협약을 제안했던 것으로 생각했죠.

답 :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문 : 증인에게 용인시청 소속 공무원 양△△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 제시합니다. 여기 보시면, 용인시청 공무원이 2015년 3월 27일 ‘에버랜드 단지 마스터플랜 투자 MOU 사전협의’ 공문 등을 검토해 제출했습니다. 그렇다면 용인시와의 업무협약 관련 협의는 2015년 3월 이전부터 진행해 왔던 것으로 보이는데 맞습니까.

답 :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 2022.6.22.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증인 배○○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

개발 이슈 ‘보도자료’는 누가 만들어 배포했나

용인 단지 개발 이슈에 관한 공소장과 재판 심리 과정에서 ‘보도자료’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검찰 측은 당시 삼성 측이 주가 부양을 위한 호재성 뉴스의 확산을 위해 용인 단지 개발과 용인시와의 업무협약에 관한 보도자료를 작성해 배포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삼성 측은 해당 보도자료를 미전실이나 제일모직, 삼성물산 어디에서도 작성한 적이 없다고 반박해 왔다.

“제일모직 사장 김봉영은 2015년 6월 29일 보도자료 등을 배포해 언론에 ‘올해부터 2025년까지 총 1조 5000억 원을 투자해 호텔 등 건축연면적 100만㎡ 규모의 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도록 했다.

…(중략)…

김봉영은 2015년 7월 2일 용인시장과 에버랜드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한 후 이 사실을 공시하고,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에 ‘올해부터 10년 동안 에버랜드 주변 약 1322만㎡ 부지를 단계적으로 체류형 복합리조트로 개발한다. 모직과 물산이 합병하면 물산이 위 개발사업 공사를 맡게 될 것이므로 시너지가 창출된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게 하는 등 개발 계획을 합병 시너지와 연계해 적극 홍보했다.”

-검찰 공소장

“피고인들은 용인 단지 개발 계획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전체 매체에 보도자료를 배포했음이 확인됩니다. 그러한 피고인들의 보도자료 배포에 따라, 2015년 6월 29일부터 동일한 내용의 기사가 전 언론사에 걸쳐 집중적으로 게재됐고, 많은 기사에서 합병 시 용인 개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는 취지의 제일모직 관계자의 동일한 진술 내용이 인용돼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변호인들은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하는데, 당시 미전실에 보고된 ‘전 매체 보도자료 배포’라는 내용에 비춰 볼 때, 실제 보도자료는 배포됐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중략)…

피고인들은 용인 단지 개발 계획을 홍보하려고 기획했을 때부터, 이미 호텔 착공이 시작됐다는 점을 들어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그러한 피고인들의 보도자료 배포에 따라 각 언론사는 실제 개발 착수가 이뤄졌고 1.5조 원의 대규모 투자가 확실히 진행될 것이라는 취지의 기사를 각 게재했습니다.”

- 2023.8.2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검찰 쟁점 기일 PT

검찰 측 주장과는 다르게, 제일모직 배○○ 상무는 관련 보도자료를 삼성 측이 작성하거나 배포한 적이 없다고 법정 증언했다.

문 : 증인에게 2015년 7월 2일자 파이낸셜뉴스 기사를 제시합니다. 용인시 보도자료에 따라 기사화된 뉴스입니다. 하단에 보면 정찬민 용인시장이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용인시는 업무협약 체결한 7월 2일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면서까지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으로 보입니다. 모직은 이날 업무협약 체결에 대해 보도자료 배포했나요.

답 : 제 기억으로는 회사 자체적으로 보도자료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문 : 저희가 검찰에서 제출한 증거를 아무리 살펴봐도, 제일모직이 배포한 보도자료 살펴볼 수 없었습니다. 모직은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증인 기억도 그렇다는 것이죠.

답 : 네, 그런 것 같습니다.

문 : 증인에게 2015년 6월 29일자 파이낸셜뉴스 기사를 제시합니다. 7월 2일 이전인 6월 29일에도 이미 용인단지 개발 계획에 대해 기사화가 돼 있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 ‘용인시에 따르면’이라며 기사의 출처가 용인시라는 걸 밝히고 있습니다. 또 같은 날 MK뉴스 기사를 제시합니다. 이 기사에도 ‘경기도 용인시에 따르면’이라고 나옵니다. 용인단지 개발 계획에 대한 기사의 출처가 용인시라는 것을 밝히고 있습니다. 같은 날 노컷뉴스의 기사도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정찬민 시장이 직접 인터뷰도 했고, 기사 출처가 모직 아닌 용인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2015년 6월 30일 경인일보 기사를 보면, 여기서도 ‘29일 용인시에 따르면’이라고 나옵니다. 용인시는 업무협약 체결 전에 이미 이를 언론에 알려 기사화한 것으로 보이는데, 맞습니까.

답 : 기사를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문 : 검찰 공소장에는 제일모직 김봉영 사장이 6월 29일 보도자료를 배포해서 2025년까지 1조 5000억 원을 투자해 호텔 등 100㎡ 규모의 시설을 개발한다고 나오는데, 모직이 이날 이와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습니까.

답 : 제 기억에는 없습니다.

문 : 증인에게 2015년 6월 29일 머니투데이 기사를 제시합니다. 검사님이 앞선 주신문에서 제시한 것입니다. 여기 보면 용인시 발표내용이 기재돼 있고, 마지막에 제일모직 관계자의 코멘트가 추가돼 있습니다. 모직 관계자의 반응이 나온 기사는 이게 거의 유일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사는 이걸 가지고 모직이 기사를 내도록 한 것이라고 질문하는데, 이건 머니투데이 기자가 용인시 발표 보고 모직 직원 누군가에게 전화해서 이런 코멘트를 받아 추가한 것이지 모직이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아니죠.

답 : 네, 저도 그렇게 보입니다.

- 2022.6.22.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증인 배○○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

검찰이 ‘제일모직이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작성된 기사’라며 제시한 기사는 단 1건이다.

2015년 6월 29일 머니투데이의 <제일모직 “에버랜드, 체류형 복합리조트로 개발”> 제하의 기사에는 제일모직이 용인시와의 업무협약 체결을 밝힌 점 그리고 말미에 제일모직 관계자의 코멘트가 제시돼 있다.

이 기사가 유일한 증거인 셈이지만 해당 기사에도 ‘제일모직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참고했다’고 볼 정황은 드러나지 않는다.

머니투데이 기사에 제시된 제일모직 관계자의 해당 코멘트가 같은 시기 동일 이슈로 작성된 다수의 타 언론사 기사에는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이 언론사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에는 관계자 코멘트가 인용부호와 함께 기재되는 경우가 꽤 있다. 보도자료에 들어가는 관계자 코멘트는 자료를 제공한 측의 ‘공식 입장’이면서 동시에 보도자료의 전체 취지를 압축한 문장일 때가 많다.

그리고 기자들은 일반적으로 기사의 자연스러운 맺음을 위해 가장 말미에 관계자 코멘트를 넣는다. 보도자료 안에 관계자 코멘트까지 포함돼 있다면, 기사화 시 이를 그대로 반영하는 게 기자 입장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제일모직이 해당 코멘트를 포함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 맞다면, 머니투데이를 제외한 다른 언론사들이 같은 내용을 기사에 담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데 언론인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이는 제일모직이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았고, 머니투데이 기자가 개별적으로 제일모직 관계자에게 접촉해 코멘트를 받았을 것이라는 삼성 측 해석을 뒷받침한다.

사진 촬영자는 용인시 공무원

이 사건 재판 과정에 삼성 측 변호인단이 증거로 첨부하거나 반박 논리로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배포한 주체가 용인시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또 있다.

2015년 7월 2일 용인시와 제일모직의 업무협약 관련해 수많은 언론사들이 기사에 첨부한 협약식 사진의 촬영자가 당시 용인시청 공보관실 소속 공무원으로 파악된다는 점이다.

용인시 홈페이지의 ‘용인라이브’에는 <제일모직(에버랜드) 유원지 개발 업무협약 체결식>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행사 관련 사진이 다수 게재돼 있다. 해당 사진은 언론사 기사에 실린 사진과 동일한 것이다.

2015년 7월 2일 용인시와 제일모직의 업무협약 관련, 용인시 홈페이지 내에 실린 당일 사진. 용인시 공보관실에서 촬영한 해당 사진은 각 언론사의 관련 기사에도 실려있다. 사진=용인시 홈페이지 ‘용인라이브’ 캡쳐
2015년 7월 2일 용인시와 제일모직의 업무협약 관련, 용인시 홈페이지 내에 실린 당일 사진. 용인시 공보관실에서 촬영한 해당 사진은 각 언론사의 관련 기사에도 실려있다. 사진=용인시 홈페이지 ‘용인라이브’ 캡쳐

용인라이브 사이트의 사진첩에는 촬영일자와 장소, 촬영자, 출처 등이 기록되는데, 해당 사진에는 출처로 ‘공보관실’이 적혀있고 ‘촬영자’란에 J씨 이름이 적혀있다.

J씨 이름은 용인시 직제에서 확인되지 않아 현재 재직중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용인라이브의 사진첩 페이지에서 2013년부터 2018년 사이에 올라온 사진 다수에 촬영자로 이름을 올린 것이 확인된다

요약하면, 개발계획 관련 홍보 보도자료를 제일모직(삼성 측)이 만들고 배포했다는 검찰 측 주장과 달리, 당시 언론사들의 기사는 용인시가 만들어 배포한 보도자료와 사진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라 판단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의미다.

1월 16일 이재용 삼성 재판 (13) 용인시 유원지 개발 계획 ③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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