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의 ‘자금 여력’과 호텔신라의 ‘경영 판단’
제일모직의 ‘자금 여력’과 호텔신라의 ‘경영 판단’
  • 한민철 기자 (kawskhan@naver.com)
  • 승인 2024.01.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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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철 기자의 법정 취재파일] 이재용 삼성 재판 (13) 용인시 유원지 개발 계획 ③

삼성 측 “검찰, 아예 잘못된 자료 토대로 당시 제일모직 자금 여력 곡해”
검찰, 호텔신라의 사업 참여 반대를 ‘사업성 검토 부족’ 주요 근거로 제시
삼성 측 “호텔신라 의견과 다르게 내외부 전문가 재검증 통해 사업성 결론”
에버랜드 용인 단지 파크호텔 개발에 대한 제일모직과 호텔신라 간의 협의가 한창이던 2015년 5월경,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사진=뉴시스
에버랜드 용인 단지 파크호텔 개발에 대한 제일모직과 호텔신라 간의 협의가 한창이던 2015년 5월경,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사진=뉴시스

더피알=한민철 기자 | 용인 에버랜드 부지 개발의 진성성과 관련한 또 다른 쟁점으로 검찰은 당시 ‘제일모직에 해당 사업을 진행할 자금 여력이 없었다’는 주장과 ‘삼성 계열사인 호텔신라의 사업 불참이 사업성 검토 부족의 근거’라는 논리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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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측이 확보한 2015년 9월 제일모직 내부에서 작성한 보고서에는 2017년까지 당시의 내부 유보금보다 1400억 원 이상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2015년 10월 말 수정된 마스터플랜에는 당시 중국 정부가 한국과의 우호를 위해 제공한 팬더를 들일 전시관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업을 모두 중단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해당 마스터플랜도 미전실에 보고가 됐다고 지적한다. 

용인 단지 개발 발표가 ‘자금 조달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오로지 합병을 위해 급조한 허위 이벤트라는 점을 보여주는 또 다른 정황’이라는 것이다.

“용인 단지 개발 계획은 총 1.4조 원의 대규모 자금 투자가 필요한 사업으로 실제 이 사건 당시에도 총 1.5조 원이 투자된다고 홍보된 사업입니다. 그런데 에버랜드는 당시 바이오 사업 투자 등으로 인해 이미 부채 비율이 크게 높아져 있었고, 리조트 사업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중략)… 그러한 상황이었기에, 모직 측에서도 미전실의 승인을 얻어내 삼성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는 것에 목을 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까지도 용인 단지 개발 사업에 대한 자금 조달 계획은 수립돼 있지 않았습니다. 용인단지 개발 사업이 좌초된 것은 자금 조달 계획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중략)… 피고인들은 무책임하게도 먼저 언론 홍보를 진행한 이후에야 자금 조달이 어려움을 이유로 결국 사업 추진을 포기한 것으로, 결국 합병 성사를 목적으로 성급하게 홍보를 진행한 것입니다. 삼성 측 내부 사정을 알 리 없는 일반 투자자들로서는, 이러한 용인 단지 개발 계획을 접하고는 당연히 사업성 검토나 자금 조달 계획이 모두 긍정적으로 완료됐고, 사업 실행에 대한 삼성 내부에 확정적인 의사결정까지 내려졌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2023.8.2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검찰 쟁점 기일 PT 

제일모직, 용인 단지 개발 자금 여력 있었다

삼성 측은 검찰이 아예 잘못된 자료를 토대로 당시 제일모직의 자금 여력을 곡해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우선, 예상 투자 금액 설정부터 잘못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2014년 4월 에이컴사와 삼성경제연구소는 용인 단지 개발에 대한 사업성 검토 결과, 투자 규모를 기존의 1조 2000억 원에서 8000억 원으로 축소 조정했다.

2014년 4월부터 삼성 내부의 용인 단지 개발에 대한 투자 금액은 8000억 원으로 맞춰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검찰은 공소장에서조차 “10년간 8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할 만한 구체적인 자금 계획 및 조달 방안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었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총 1.5조 원의 투자 금액이 예상된다는 주장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2015년 7월 2일 업무협약을 통해 용인 단지 개발에 제일모직이 1조 5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왔지만, 여기서 용인시의 착오가 있었다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다. 

실제 2015년 7월 3일 제일모직은 용인시와 체류형 복합 리조트 단지 구현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을 공시하며, ‘개발지역은 에버랜드 일원으로 부지면적은 약 1300㎡이며,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약 8000억 원 규모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시 언론 기사에서 쉽게 확인된다. 

“검찰은 제일모직이 보도자료를 배포해 1.5조 원 투자를 발표했다고 주장하십니다. 이는 공시 자료만 보더라도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상식적으로도 모직이 공시 자료에 투자 규모가 8000억이라고 2차례나 공시해 놓고는 1.5조 원 투자가 확실하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을 수가 있겠습니까. 검사님들이 제출한 증거들, 그러한 내용을 담은 제일모직의 보도자료는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용인시에서 그 무렵 시의회 보고용으로 작성한 문건에서 투자 금액을 1.5조로 잘못 기재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투자 금액을 1.5조로 잘못 기재한 기사들을 보면 모두 용인시장 또는 용인시 관계자들로 기사의 출처가 확인될 뿐입니다.”

- 2023.9.1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변호인 쟁점 기일 PT 

용인 단지 개발 예상 투자 금액 8000억 원은 당시 제일모직으로서 충분한 투자 여력 범위 안에 있는 금액이었다는 게 삼성 측 주장이다. 제일모직은 2013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116.6%에 달했지만, 2014년 말 80%, 2015년 상반기 75%로 줄어들었다. 

특히 2014년 6월 기준 삼성에버랜드(2014년 7월 제일모직으로 사명 변경)의 미사용 여신한도는 7000억 원이 넘고, 보유현금도 460억 원에 달해 재무안정성 우수 평가를 받았다.

이 시기 삼성에버랜드의 신용등급도 AA+로 차입을 통한 투자금 마련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시 제일모직 내부에서는 굳이 별도의 자금 조달 계획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문 : 증인에게 2014년 4월자 에버랜드 용인단지 마스터플랜 사업성 검토 문건 제시합니다. 여기 보면 2014~2015년까지 총 투자금액이 (8000억 원에서 물가상승률 반영한) 9159억 원으로 돼 있습니다. 증인에 대한 제2회 검찰 진술조서 제시합니다. 증인은 용인 단지 개발 계획에 대해 구체적 자금조달 계획을 수립하지 않았는데, 회사 규모나 사업의 장기 플랜을 고려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이 말은 어떤 의미입니까. 
답 : 당시 회사가 1년에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이 약 2000억 원이었습니다. 이게 10년 정도 투자하는 사업이라 1년에 800억 원 정도를 투자하게 되는데, 1년 2000억 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내면 그 안에서 충분히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말한 것입니다.
문 : 그래서 별도의 자금 조달 계획의 수립이 필요 없었던 것이죠. 
답 : 맞습니다.

- 2022.6.22.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증인 배○○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발인이 엄수된 2020년 10월 28일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가족 선영으로 도착하고 있는 유족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이재용 당시 부회장의 팔짱을 끼고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뉴시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발인이 엄수된 2020년 10월 28일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가족 선영으로 도착하고 있는 유족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이재용 당시 부회장의 팔짱을 끼고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진=뉴시스

호텔신라의 불참, 삼성에 毒-검찰에 得 됐다

검찰이 용인 단지 개발 이슈에 대해 제일모직의 호재성 뉴스 발표를 위한 홍보로 판단하는 근거로 제시한 논리 중에 ‘파크호텔에 대한 사업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부분이 있다.

검찰이 이 부분 ‘사업성 검토 부족’의 주요 근거로 제시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호텔신라의 사업 참여 반대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에 따르면, 2015년 4월경 제일모직은 에버랜드 내 파크호텔 완공 후 호텔신라 측에 호텔 운영을 위탁하는 방안을 세웠다. 

이에 제일모직과 호텔신라는 파크호텔 운영에 대해 협의했지만, 호텔신라 측이 사업성 검증을 위한 평가 요소 등에 이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파크호텔의 사업성과 수익적 측면에 의문을 가진 것이다. 

당시 호텔신라의 이견 제시는 이 사건 재판에서 검찰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 중 하나가 됐다. “삼성그룹 관계사인 호텔신라조차도 사업성과 수익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던 사업임에도, 무리하게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는 논리를 구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파크호텔 사업에 대해 심지어 호텔신라와 같은 내부 관계사들까지도 그 사업성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계속 밝히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미전실 입장에서도 그 사업 추진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에 있었습니다. …(중략)… 실제로는 파크호텔 건립에 대한 사업성 분석 결과도 미처 마무리하지 못했습니다. 즉, 용인 단지 개발에 대한 홍보가 진행되는 시점에도 여전히 호텔신라는 사업성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밝히고 있었고, 미전실도 그 사업성에 대한 회의적 입장을 가지고 있던 상황으로서, 파크 호텔 건립 사업이 과연 긍정적 사업이었는지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던 상황이었습니다.” 

- 2023.8.2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검찰 쟁점 기일 PT  

반면 삼성 측은 당시 호텔신라의 의견과 다르게 내외부 전문가의 재검증을 통해 사업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입장이다. 당시 제일모직은 HVS 등 호텔 전문 컨설팅 업체 등에 수요 조사 및 사업 타당성 검토를 의뢰했고, 삼성경제연구소에도 사업성 검증을 의뢰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당시 호텔신라에서는 파크호텔의 사업성이나 수익성을 좀 낮게 봤었습니다. 그런데 HVS 사와 삼성경제연구소의 사업성 재검증 결과는 보시는 것처럼 호텔 신라의 분석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일모직이 자체적으로 분석했던 사업성 검토 결과와 유사한 결론이 나왔습니다. …(중략)… 삼성경제연구소가 검증한 내용을 보면 파크호텔의 사업성이 높고, 용인 개발 계획 전체에 미치는 간접 효과까지 고려하면 더욱더 사업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 2023.9.1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변호인 쟁점 기일 PT   

물론 사업 불참 결정에는 호텔신라 나름의 경영상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시 파크호텔 운영에 이견을 제시한 것이 훗날 재판에서 검찰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쓰이며 삼성 측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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