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신문 경매공고 복귀…누구를 위한 부활인가
반쪽짜리 신문 경매공고 복귀…누구를 위한 부활인가
  • 김병주 기자 (kbj1218@the-pr.co.kr)
  • 승인 2024.01.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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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서울·수도권 법원 신문지면 경매공고 대행기관에 신문협회 지정
대법원 온라인 서비스 무료 열람…의뢰자가 공고료 내는 지면 공고 효율성 의문
법원행정처가 있는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사진=뉴시스.

더피알=김병주 기자 | 작년 7월 중단되었던 법원경매 신문공고가 은근슬쩍 돌아왔다. 서울 및 수도권 법원에 한정된 경매공고를 지역단위로 잘라서 일부 매체에만 싣는 형태다. 온라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내용을 굳이 돈을 들여 지면에 싣는 것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11월 개정한 ‘신문공고에 관한 예규’ 제3조에 의하여 사단법인 한국신문협회(이하 신문협회)를 서울 및 수도권 16개 법원(지원 포함)의 법원경매 신문공고 대행기관으로 지정한다고 12월 27일 밝혔다.

이 지정에 따라 신문협회는 올해 1월부터(매각기일이 2024. 1. 22.인 사건부터) 법원의 신문지면 경매공고를 대행한다. 대행 업무는 올해 1월 1일 이후 의뢰하는 부동산경매 신문공고부터 적용된다.

법원행정처는 신문협회가 서울·수도권 법원의 경매공고를 일정 기간 운영하도록 한 후 순차적으로 전국 60개 법원으로 대행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먼저 읽을 기사: 갑자기 중단됐던 법원 경매공고 신문 게재, 다시 재개되나

이전까지 신문공고 대행을 맡아서 수행했던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언론재단)은 2023년 7월 1일자로 신문지면에 법원 경매 공고를 게재하는 업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언론재단이 이 업무를 위탁 수행하게 된 것은 2002년 경매 공고 수주를 두고 언론사와 법원 직원들 간의 금품 수수를 검찰이 수사하면서 관련자들이 처벌받은 사건이 계기였다.

이후 2003년 1월부터 법원행정처로부터 법원 경매 공고 게재 업무를 위탁받아 시행하게 된 언론재단은 언론사간의 물량할당 및 공고료 조정 역시 재단이 전담해 안을 만들어 제출하고 법원행정처의 승인을 받는 식으로 수행했다.

경매 의뢰자가 공고료 전액 부담

신문 지면에 법원 경매 공고를 게재하는 업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언론재단은 “지면의 한계로 급변하는 경매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지 못하며, 전달되는 경매정보가 한정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라 밝혔다.

여기에다 언론재단은 “대법원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법원 경매정보 온라인 서비스’에서 무료로 전국 경매정보를 검색해 볼 수 있는 상황에서, 경매 의뢰자가 신문 공고료를 전액 부담하는 신문지면 경매공고의 효율성이 전무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2022년 1월 4일 개정된 민사집행법 제18조에 따르면 민사집행 신청 시 채권자는 민사집행에 필요한 비용으로서 법원이 정하는 금액을 미리 내야한다. 의뢰자가 경매신청 시 납부하는 경매예납금에는 신문 공고료도 포함되어있다.

이에 대해 언론재단 정부광고본부장은 폐지 직전이었던 2023년 6월 뉴데일리 인터뷰에서 “연간 경매 광고비가 40~50억 원에 달한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당사자가 직접 비용을 부담해 신문에 공고를 내게 함으로써 경매 의뢰자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

경매공고 금액 규모 확인을 위해 연락한 법원행정처 공보관실은 “현재 경매공고를 집행하는 건 개별 법원이기 때문에 2023년 기준 법원 경매공고 집행 매체 수나 금액을 취합한 자료는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법원행정처, 인터넷 이용자 언제쯤 충분하다 볼지

언론재단의 대행업무 종료에 따라 2023년 11월 13일 개정된 신문공고에 관한 예규 제3조는 각 재판부가 언론재단을 통하여 신문공고 업무를 처리한다는 규정을 삭제하고, 법원행정처장이 대행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대행기관은 인력과 기구, 재정 부담 능력, 시설과 장비, 기술 보유의 정도, 공신력, 대행수수료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지정된다는 내용이 덧붙여졌다.

1월 12일 한국신문협회가 게재한 법원 경매공고 신문지면 광고 게재 일정표. 도표=한국신문협회.

현재로서는 서울·수도권 개별 관할 법원에서 진행하는 법원 경매 공고를 신문협회 비회원사를 포함한 서울·수도권 소재 신문사들이 분배해서 게재하고 있다. A 신문이 낸 B 법원의 공고 외에 다른 공고가 궁금한 독자는 다른 신문을 찾아보거나 법원 경매정보 온라인 서비스로 접속해야 한다.

공고 게재에서 지방 신문사가 배제된 이유에 대해 신문협회 측은 “모든 신문이 모든 법원 공고를 실을 순 없다”고 설명했다. 향후 서울·수도권 외 타 지역 법원으로의 범위 확장에 관해선 “현재로선 확정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2002년 10월 18일자 법률신문에는 “대법원은 장기적으로는 인터넷을 통해 법원 공고를 실시키로 하되 인터넷 이용자들이 일정 수준에 이를 때까지의 과도기적 상황에서는 신문공고의 횟수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는 쪽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2023년 9월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접수된 민사사건 422만7700건 중 전자소송의 비중은 전체 접수건수의 98.9%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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