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해결'이 아닌 위기 '관리'다
위기 '해결'이 아닌 위기 '관리'다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24.01.31 0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용민의 CRISIS TALK] 위기 관리를 AI가 할 수 없는 이유 (上)

위기관리는 과학보다는 예술에 더 가까운 분야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론 의사결정 내릴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 1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11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피알=정용민 | 위기가 발생한 기업의 의사결정 그룹에 들어가 여러 논의를 하다 보면 임원들이 종종 묻는 질문이 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시나요?” “언제까지 이런 언론의 비판이 이어질까요?” “지금 대응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까요?” “이런 유사 케이스를 다루어보셨으니 아실 것 같은데요. 이번 저희 케이스가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인가요?”

이런 질문을 하는 임원들은 위기 관리를 일종의 과학이라 생각한다. 위기 관리 이론과 원칙에 의해 많은 부분을 정확하게 예상할 수 있고, 판별 가능하며, 심지어 통제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위기 관리가 과학이라면 요즘 화두인 AI가 위기를 관리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기관리는 과학이라기보다는 예술(Art)에 가깝다는 것이 문제다. 하나의 상황을 두고 여러 전문적 의견이 엇갈리는 근본적인 이유도 위기 관리의 예술적 성격 때문이다.

위기 상황과 관련된 대부분의 주제는 가변적인 혼동 그 자체다. 그런 여러 혼동에 대응해야 하는 위기관리를 어떻게 과학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위기 상황에서 대응 결정을 할 때 종종 의견이 충돌하고 의사결정자들을 갈등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주제들을 정리해보았다. 과학으로는 절대 풀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예술로도 문제를 푼다기보다는 문제를 다룬다(Manage)고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신속한 대응 vs 타이밍을 기다리는 대응

위기 관리 서적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신속성이다. 그러나 모든 위기 상황에서 관련 기업에게 신속한 대응을 하라는 의미의 조언은 없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위기 상황일 때 신속하게 무언가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고민에 빠진다. 빨리빨리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에 사로 잡힌다.

그러나 위기 상황은 그 유형과 변화 방향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일정 기간 지켜보며 타이밍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에 대한 판단은 여러 변수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간단하게 원칙 비슷한 것을 만들자면 ”적시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조언이 될 것이다. 다음 문제는 ”그 적시는 언제인가?”다. 이에 대한 의사결정은 다시 예술이 돼버린다.

VIP가 나서야 vs 담당 책임 임원이 나서야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위기 상황에서 VIP의 가시성을 강조하고 조언한다. 회사가 위기를 맞았을 때 뒤로 숨는 VIP는 위기 관리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에쓰오일 후세인 알 카타니 CEO가 2022년 5월 20일
오전 에쓰오일 울산 공장 본관 1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일 발생한 폭발사고와 관련 사과문과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능한 한 신속하게(여기에서도 예술성이 필요) VIP가 앞으로 나가 머리를 숙이고, 사과문을 읽고, 질의 응답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고 많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다른 시각도 있다. 위기 상황에 직접 관리 책임이 있는 고위임원이 먼저 나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해도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그때 비장의 카드로 VIP가 나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양쪽 시각에는 각각의 의미가 있다. 여기에서 예술적인 질문은 “임원이 나서야 하는 경우는 무엇/언제이고, VIP가 나서야 하는 경우 는 무엇/언제인가?”다. 의사결정이 그래서 어렵다.

사과해야 한다 vs 반박해야 한다

사과해야 하는가, 반박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비교적 쉬울 수 있다. 그러나 예술적으로 보면 “어떤 경우 사과해야 하고, 어떤 경우 반박해야 하는가?” 같은 질문이 생겨난다. “어떤 부분까지 사과해야 하고,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도 따라온다.

위기 상황에 대해 회사에 심각한 책임이 있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사과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거나, 직접적 책임성이 일부 부족하거나(여러 주체가 얽혀 있는 경우), VIP의 판단이 ‘사과할 수 없다’일 경우에는 사과를 하지 않기도 한다. 상당히 여러 가지 예술적 요소들이 관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사적으로 위기 관리를 해야 한다 vs 위기관리팀이 해야 한다

이 주제도 전형적인 예술적 주제다. 어떤 기업 대표는 전사적으로 위기 관리 마인드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떤 기업 대표는 위기 관리가 우리의 핵심 사업이 아닌 관계로 전사적으로 모든 직원이 평시에 위기관리 역량을 키우고 준비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니 대신 부서의 특정 인력을 모아 위기관리팀을 구성하여 그들을 중심으로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시각 모두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위기 관리 체계와 관련된 ‘누가’(Who)에 대한 것은 아주 복잡한 예술성에 기반한 토론 주제다.

위기의 규모, 형태, 심각성, 부서 관련 양상, 전사적 데미지 유무 등이 다차원적으로 관여되기 때문이다. 위기 규모에 대해 모 기업에서는 위기 관리 매뉴얼에 ‘예상되는 데미지가 매출의 OO% 이상일 때, 이하일 때’를 나누어 대응 조직 범위와 수위를 정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기준도 사실 과학적이지는 않다.

2월 1일 정답 없는 위기관리, 주관식을 잘 풀어나갈 능력으로 이어집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