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문제죠” 은행연합회의 오류투성이 ‘기후리스크 관리 안내서’ ①
“뭐가 문제죠” 은행연합회의 오류투성이 ‘기후리스크 관리 안내서’ ①
  • 한민철 기자 (kawskhan@naver.com)
  • 승인 2024.02.0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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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발간해 금융회사 대상 교육용 교재로 활용중
은행연합회가 최근 발간한 ‘금융회사를 위한 기후리스크 관리 안내서’가 오류 문제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은행연합회가 최근 발간한 ‘금융회사를 위한 기후리스크 관리 안내서’가 오류 문제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더피알=한민철 기자 ㅣ 전국은행연합회(이하 은행연합회)가 지난해 11월 발간한 ‘금융회사를 위한 기후리스크 관리 안내서’에서 다수의 내용상 오류가 확인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부분만 약 20곳으로, 수치 오기부터 단위와 번역상 오류, 개념 오기 등이 발견됐다. 

제작과정에서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정도의 실수 수준을 넘어 검수 작업을 하기는 했는지 의문에 실소를 금치 못할 수준의 오류들을 접하면서, 과연 이 안내서가 국내 금융사를 대상으로 한 지침서이자 교육자료로 제작한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사람이 하는 작업이다 보니 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안내서가 은행연합회와 회계법인, 경영컨설팅 업체 등이 공동작업을 한 결과물인 만큼, 그 다수의 전문가가 이런 오류조차 솎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피알은 이번 검토 결과에 대한 연속 보도를 통해 ‘금융회사를 위한 기후리스크 관리 안내서’(이하 안내서)의 오류를 짚고, 그 정확한 내용 그리고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제시하고자 한다.

회원사 대상 안내서 설명회…교육도 진행중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금융사마다 ESG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참고 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회사를 위한 기후리스크 관리 안내서’가 그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김광수 당시 은행연합회장의 “기후리스크 관련 글로벌 규제환경 변화에 따른 국내 금융회사들의 대응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코멘트처럼, 은행연합회는 이 안내서에 국내·외 금융회사의 기후리스크 관리에 대한 다양한 실무 사례를 넣었다.

또한, 금융회사별 상황과 역량에 맞는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 참고할 수 있다고 밝힌 은행연합회는 안내서의 실무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은행 및 지주 실무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한편, 안내서를 활용해 기관 상대 교육도 진행 중이다. 

면적 계산도 아닌데 ‘전력발전’ 지표에 ‘㎡’를

안내서의 207~208페이지에서는 독일의 다국적 금융사인 ING 은행이 2022년 발간한 ‘2022 Climate Report(기후 보고서)’를 인용, ING의 자체 접근법에 따른 각 산업별 넷제로(Net-Zero) 달성 목표 및 점수 등을 표와 그래프로 제시하고 있다. 

‘금융회사를 위한 기후리스크 관리 안내서’ 208페이지. 사진=안내서 캡쳐
‘금융회사를 위한 기후리스크 관리 안내서’ 208페이지. 사진=안내서 캡쳐

그런데 이 두 개 페이지에서만 5곳 이상의 오류가 발견된다. 

우선 208페이지에 있는 전력발전 그래프의 지표 기재다. 안내서에서는 전력발전 그래프의 단위를 ‘kg CO2e / ㎡’으로 기재하고 있다.

전력발전의 정도에 면적 지표를 나타내는 단위인 ㎡를 쓰는 게 비상식적이라는 점은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당연히 원문인 ING 은행의 기후 보고서에는 전력발전(Power Generation)의 지표로 ‘kg CO2e / MWh’라고 기재하고 있다. 얄궂게도 은행연합회는 207페이지에 제시한 도표에서는 전력발전의 지표를 kg CO2e / MWh라고 바르게 기재했다. 

은행연합회 안내서(위)와 ING의 보고서상 전력발전 그래프. 사진=각 안내서, 보고서 캡처
은행연합회 안내서(위)와 ING의 보고서상 전력발전 그래프. 사진=각 안내서, 보고서 캡처

이런 황당한 지표 오류는 208페이지 주거용 부동산과 시멘트 그래프에서도 발견된다.

안내서에는 주거용 부동산과 시멘트의 지표를 각각 ‘kg CO2e / ㎡’과 ‘t CO2e / t cement’라고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ING 은행의 원문에서는 주거용 부동산(Residential Real Estate)과 시멘트(Cement) 그래프상의 지표를 ‘kg CO2 / m2’와 ‘t CO2 / t cement’로 표기했다. CO2e의 e에 해당하는 equivalent를 제외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은 그래프 작업 중 다른 그래프의 지표를 ‘복사+붙여넣기’ 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범했을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은행연합회 안내서(위)와 ING의 보고서상 주거용 부동산 그래프. 사진=각 안내서, 보고서 캡처
은행연합회 안내서(위)와 ING의 보고서상 시멘트 그래프. 사진=각 안내서, 보고서 캡처

특히 안내서 207페이지에서 시멘트의 지표를 ‘t CO2톤 / t cement’라며 208페이지 그래프의 ‘e’대신 ‘톤’을 넣는 오류를 범했는데, 사실 ‘t CO2톤’이라는 표현도 어색하다. 

이미 앞쪽의 t가 톤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t CO2톤’은 ‘CO2톤톤’이라고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207페이지 시멘트의 지표 아래에 있는 철강의 지표(t CO2톤 / 강철 톤)에서도 같은 오류로 발견된다. 

은행연합회 안내서 207쪽 도표. 사진=안내서 캡쳐

누가 보더라도 원문과 다른 그래프

안내서의 208페이지의 오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철강 부분의 지표를 ‘Alignment Delta’라고 기재하고 있지만, 원문에서는 이를 ‘SSP Alignment Score’라고 표기하고 있다. 

Alignment Delta는 철강 그래프의 앞서 놓인 해운 그래프의 지표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해운 그래프는 육안으로 원문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은행연합회 안내서(위)와 ING의 보고서상 철강 그래프. 사진=각 안내서, 보고서 캡처

안내서에서는 ‘ING의 중간목표’로 2030년 이전에 점이 찍혀 있지만, 원문의 ING의 중간목표(ING Interim Target)는 2030년 이후에 위치해있다. 또 안내서의 포세이돈 원칙 점수는 원점부터 2019~2020년 사이에 이어져 있지만, 원문에서는 원점부터 2020년까지로 이어져 있다. 

원문을 그대로 따라서 옮기고 약간의 수정을 하면 되는 인용조차 이렇게 오류투성이로 작업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은행연합회 안내서(위)와 ING의 보고서상 해운 그래프. 사진=각 안내서, 보고서 캡처

다른 금융사의 감축 목표까지 축소 기재

단순한 착오라고 보기 힘든 잘못된 수치 기재와 인용 출처 오류의 사례도 존재한다.

은행연합회의 안내서 132페이지에서는 미국의 다국적 금융사인 씨티그룹이 지난해(2023년) 발행한 ‘Taskforce on Climate-Realated Financial Disclosures Report 2022’를 인용한 내용이 나온다.

안내서는 씨티가 영국의 수퍼마켓 체인인 Tesco PLC와 브라질 제지업체인 Klabin 등에 지속가능연계채권(SLB)을 발행하며 넷제로를 위한 조건을 제시한 사례라고 소개했는데, ‘Taskforce on Climate-Realated Financial Disclosures Report 2022’에는 Tesco PLC와 Klabin 등의 사례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두 회사 사례는 씨티그룹이 그보다 1년 앞서 2022년에 발간한 ‘Task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Report 2021’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간단한 출처 명기마저 오류를 범한 것이다.

안내서에는 또한 Klabin에 대한 SLB 발행 옵션에 대해 “2) 폐기물 재사용 및 재활용률을 97.5% 이상 달성하지 않으면, 쿠폰이자율 0.0625% 상승 3) 2종 이상의 멸종 위기종을 생태계로 재편입시키거나 개체수를 증식시키지 않으면 쿠폰이자율 0.0635% 상승이라는 조건이 부여”라고 기재했다.  

은행연합회 안내서(위)와 Citigroup 2021 보고서. 사진=안내서, 보고서 캡쳐

하지만 씨티그룹 원문에는 3)에 해당하는 ‘2종 이상의 멸종 위기종을 생태계로 재편입시키거나 개체수를 증식시키지 않으면 쿠폰이자율’에 대해 ‘0.0625% 상승(6.25 basis point coupon step-up)’이라고 기재하고 있다.

이런 수치 표기 오류는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데, 안내서 204페이지에서도 그 오류를 볼 수 있다. 여기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의 발표를 토대로 에너지 분야의 Scope 1,2의 2019년부터 2030년까지 감축목표에 대해 ‘42% 감축’이라고 기재하고 있다.

반면, 원문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의 ‘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CFD) Report 2022’를 살펴보면 에너지 분야의 Scopes 1,2의 2019~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CFD) Report)를 45%라고 기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은행연합회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감축 목표를 3%p나 축소해 제시한 것이다.

은행연합회 안내서(위)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보고서. 사진=안내서, 보고서 캡쳐

안내서에서 발견된 오류들은, 원문을 찾아보지 않았다면 은행연합회의 안내서상의 잘못된 수치 정보를 토대로 금융사 임직원들이 교육을 받거나, 또 학술지나 학위논문에서 재인용을 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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