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 : 마동석님아, 그 황야로 가지 마오
황야 : 마동석님아, 그 황야로 가지 마오
  • 성장한 (sickarl@gmail.com)
  • 승인 2024.02.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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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칼의 PICK THE CULTURE] 넷플릭스 오리지널 ‘황야’

범죄도시가 떠오르고 범죄도시와 비교되는…‘진짜 마동석 원툴’의 끝
총기 등 다양한 액션신…까지 내러티브가 좋지 않아 액션 쾌감 덜해
마동석이 긴칼도 쓰고 장총도 쓰고 식칼도 쓰고 권총도 쓴다. 물론 주먹도 씀.
마동석이 톱날 달린 긴칼도 쓰고 샷건과 장총도 쓰고 식칼도 쓰고 권총도 쓴다. 물론 주먹도 씀.

더피알=성장한 | 이 영화를 간단히 요약하면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배경에서 벌어지는 ‘범죄도시’라고 할 수 있겠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후속작이지만 정체성은 범죄도시에 가깝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주연 배우 마동석에게 크게 의탁하고 있다. 때문에 ‘마동석 원툴’이라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황야’를 보면 범죄도시 시리즈가 얼마나 잘 만든 시리즈물이었는지 알 수 있다.

황야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구축한 마동석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 편승한다. 그 선택이 아주 틀리진 않았다. 마동석은 여기서도 제 역할을 훌륭히 해낸다. 다만 영화가 진짜 ‘마동석 원툴’로만 가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황야를 보면서 알 수 있게 된다.

마동석의 액션신은 여전히 좋다. 배경이 다르기에 범죄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총기 액션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범죄도시만큼의 쾌감을 느낄 수는 없다. 액션신에 도달하기까지의 내러티브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범죄도시 1편을 감상한 사람이라면 2, 3편이 어떻게 흘러가고 어떻게 끝날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고정된 패턴을 반복하며 약속된 쾌감을 준다.

이런 시리즈물의 경우 안이하게 만든다고 오해를 사기 쉽지만 사실은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동석식 액션 쾌감을 위한 내러티브를 충실하게 쌓아올렸기 때문에 그 안에서 액션신이 빛날 수 있었던 것이다.

황야는 대체 뭐가 문제일까.

빌런의 탄생을 짧게 보여 주는 오프닝이 끝나고 나면 주인공 마동석이 등장과 함께 악어를 때려잡는 액션을 보여준다.

잘 만든 영화라면 여기서 악어가 등장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최소한 악어가 등장할 수 있는 배경을 관객에게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이유도 설명도 없다. 아포칼립스라지만 대한민국인데 아무 이유 없이 악어가 돌아다닌다. 이 작품이 얼마나 고민 없이 만들어졌는지는 여기서부터 알 수 있다.

이후 마동석이 몸담은 작은 사회를 보여준다. 곧 깡패들이 습격하는 위기가 발생하지만, 별 문제는 없다. 여기에는 마동석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번에는 멀끔하게 코트를 차려 입은 일당이 등장한다. 외부에서 온 이들은 마을의 10대 소녀와 그 할머니를 본인들이 데려가 더 좋은 환경인 자신들의 공동체에서 보호해 주겠다고 제안한다. 소녀와 할머니는 아무 의심 없이 그들을 따라간다. 마동석도 아무 의심 없이 그들을 보낸다.

바로 직전에 깡패들이 들이닥치는 걸 본인 손으로 제압해 놓고, 어디서 왔는지,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어떤 의문도 갖지 않고, 어떠한 대책도 없이 가족과도 같은 이들을 그냥 그렇게 보낸다. 이 작품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아이를 넘겨받을 수 있을 만큼 신비한 신뢰감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아이를 넘겨받을 수 있을 만큼 신비한 신뢰감

황야는 ‘납치된 딸(또는 유사 딸)을 구출해 내는 강력한 아버지’라는 흔해 빠진 플롯을 재탕한다. 그러니까 ‘테이큰’부터 ‘아저씨’,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그리고 작년의 ‘보호자’까지 써 먹은 그걸 다시 재탕한다.

다만 앞의 작품들과 다른 결정적인 부분은 납치범들에게 유사 딸을 제 손으로 내어준다는 것이다. 최소한 이 부분을 연출함에 있어 캐릭터나 내러티브로 설득력을 부여했어야 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악당인 이들에게 너무 쉽게 속아 버리니 관객은 여기서 이미 몰입이 깨지고 동력을 잃는다. 발단 부분에서 주인공 측의 모든 인물에 공감이 되지 않으니 이 문제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계속 발목을 잡게 된다.

소녀와 할머니가 따라간 곳은 당연히 빌런이 지배하는 수상한 곳이었다. 마동석은 자기를 찾아온 한 여자를 만나는데, 그 여자는 빌런과 그 일당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빌런에게 잡혀 있는 동료를 구출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니까 필요한 정보를 술술 알려 주고 길 안내도 해 주는 편리한 캐릭터다.

빌런의 거처에 가기 전에 깡패들의 아지트를 습격해서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 바로 빌런한테 직행하면 너무 쉬워 보이니 거쳐 가는 마을 개념으로 등장시킨 걸까? 아무튼 이 부분은 통째로 들어내도 스토리 진행에 전혀 지장이 없다.

한편 할머니와 강제로 떨어지게 된 소녀는 할머니를 만나게 해 줄 것을 빌런 측에 꾸준히 요구한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밤에 몰래 숙소에서 빠져 나온다.

당연히 할머니를 찾으러 가야 할 것 같지만, 할머니는 안 찾고 갑자기 빌런의 비밀을 파헤친다. 그렇게 소녀는 덜 위협적인 상황에서 굳이 더 위협적인 상황에 스스로를 몰아넣는데 성공한다. 그것이 서스펜스를 만들어 줄 것이라 기대하면서.

할머니가 걱정돼도 궁금한 건 못참지
할머니가 걱정돼도 궁금한 건 못참지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없다. 일행을 위기감 없이 내어주니 되찾는 여정에도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할머니를 찾겠다는 애가 쓸데없이 남의 노트나 펼쳐 보고 있으니 잡혀도 안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인물들이 노골적으로 기능적이니 감정적인 몰입이 어렵다. 마동석의 주먹만이 제 기능을 충실히 하지만, 그마저도 감정적 몰입이 없으니 운동 동작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 작품의 의의가 있다면 범죄도시를 이렇게 만들면 안 된다는 반면교사의 교보재로는 꽤나 쓸만하다는 것이다.

범죄도시 또는 마동석의 팬들은 이 작품으로 인해 범죄도시 시리즈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쌓인 갈증은 올해 개봉할 ‘범죄도시 4’로 해소하면 참 좋겠으나, 불안한 점이 하나 있다. 황야의 감독이 ‘범죄도시 4’의 메가폰을 잡는다는 사실이다.

'황야'와 '범죄도시4'를 연이어 함께 작업하는 주연배우 마동석과 허명행 감독
'황야'와 '범죄도시4'를 연이어 함께 작업하는 배우 마동석(왼쪽)과 허명행 감독
키노라이츠에 올라온 리뷰들을 별점이 높은 순으로 정렬해봤다. 유일하게 5개 별을 준 리뷰[갠적으로 24년 첫 돈값하는 넷플릭스 *(한국 영화)]는 자름.
포털 다음의 영화정보 페이지와 연동된 키노라이츠 리뷰들을 별점이 높은 순으로 정렬해봤다. 유일하게 5개 별을 준 리뷰가 하나[갠적으로 24년 첫 돈값하는 넷플릭스 *(한국 영화)]있었지만 캡쳐에서는 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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