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법리도 판례도 사건의 전후관계도 무시했다
검찰, 법리도 판례도 사건의 전후관계도 무시했다
  • 한민철 기자 (kawskhan@naver.com)
  • 승인 2024.02.0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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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취재파일] 3년간의 재판을 모두 취재한 기자가 본 1심 판결 ②

이재용 삼성 재판, ‘19 대 0’ 선고가 나온 이유=검찰의 무리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더피알=한민철 기자 | 안진회계법인(이하 안진)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당시 물산 측 자문 업무를 담당한 곳이다. 안진은 합병 이사회 전날인 2015년 5월 25일 ‘합병비율 적정성 검토 보고서(이하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물산에 제공했다. 

검찰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13명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통칭 제일모직-삼성물산 불법 합병 의혹, 이하 ‘이 사건’) 재판 공소사실을 통해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가 삼성 측의 요구로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기준주가에 의해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비율(1:0.35)이 적정하다’는 내용이 조작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안진회계법인 관련 공소사실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면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안진 소속 회계사들의 증언을 근거로 들었다. 

먼저 읽을 기사 : 이재용 삼성 재판, ‘19 대 0’ 선고가 나온 이유

검찰의 해당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이번 재판부의 판결 요지는 다음과 같다. 

“안진 회계법인의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와 관련해서도 검찰은 이 보고서가 삼성 측의 요구로 조작된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이 법정에서 출석한 안진 회계법인 일부 담당자들은 검찰에서 검찰의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것과 달리 이 보고서가 평가 원칙에 반해 작성된 것이 아니고 삼성 측이 주가에 맞춰 평가자료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판 과정에서 그들의 법정 진술 내용이 당시의 객관적인 상황, 물적 증거와도 부합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검찰에서의 진술과 공판에서의 진술이 상치된 경우 공판 중심주의 원칙상 공판에서의 진술 가치에 보다 무게를 두고 판단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안진이 평가 과정 전반에 걸쳐 가치 평가 원칙에 반해 평가 결과를 조작했다고 볼 수도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습니다.”

- 2024.2.5.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 2020고합718

그동안 이 사건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안진 회계법인 관계자(총 9명)의 증언은 모두 일관되게 재판부의 이번 판결 내용을 뒷받침했다. 검찰 조사 과정에 했다는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번복하거나 검찰 공소사실과는 정반대의 증언을 한 것이다.

2015년의 그날, 안진 회계법인 회계사들은 재무실사팀과 세무실사팀, 평가팀으로 나눠 삼성 서초사옥 사무실에서 물산 합병TF 실무자와 업무를 수행했다. 

재판 과정에서 쟁점이 된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는 2015년 5월 6일, 안진 회계사들과 삼성 측 관계자들이 업무 관련해 처음으로 만난 소위 ‘킥오프 미팅’에서 처음으로 언급됐다. 

삼성 측은 해당 보고서의 작성을 안진 측에서 먼저 제안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삼성 측이 이 보고서의 작성을 먼저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안진 회계사들을 상대로 합병비율 수치를 조작해 맞추기 위한 시도와 압박이 있었다고 봤다.    

당시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평가팀의 오○○ 전무는 2022년 1월 13일부터 무려 4차례에 걸쳐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했다. 오 전무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검찰 측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진술을 일부 하면서, 검찰 측이 특히 주목한 증인이었다. 

문 : 증인 2015년 5월 6일 오후, 삼성 서초사옥에서 킥오프 미팅 있었죠.
답 : 네. 
문 : 당시 삼성 측 킥오프 미팅 참석자는 누구였습니까. 
답 : 제가 기억하는 건 물산의 우▲▲ 부장, 미전실 김□□ 부장이었습니다. 
문 : 킥오프에서 증인이 담당할 평가 업무에 관해 삼성 측으로부터 요청받은 게 있었습니까.
답 : 그 당시에 특별한 요청은 없었고, 합병비율 검토 업무를 진행한다는 정도였습니다. 
문 : 합병비율 검토 업무를 증인에게 맡겼는데, 삼성 측에서 어떤 결론이나 보고서 원하는지 증인은 알고 있었습니까. 
답 : 시가 기준에 부합하는 것을 원했을 것 같고, 업무 진행 같은 경우에는 대충해도 나오지 않겠냐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문 : (합병비율 검토) 업무수행을 해봤는데, 기준주가 합병비율이 적절한 것인지 도저히 맞출 수 없어 이사회 자료로 제공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증인은 계속 챌린지를 했던 것이죠.
답 : 네, 5월 21일 보고했는데 물산 우▲▲ 부장이 언성을 높이면서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고려되는 시가총액이 있는데 이런 보고서 필요없다”고 했고, 당시 물산은 영업 가치 대비 보유 투자주식 비율이 커서 시총과의 괴리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 2022.1.13.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증인 오○○에 대한 검찰 주신문

재판 과정에 삼성 측 변호인은 삼성 측이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 작성을 먼저 제안하지 않았고, 해당 보고서를 주가 수준과 맞추도록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밝히는 데 집중했다.

문 : 증인, 검찰에서 물산 우▲▲ 부장이 주가에 맞춘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취지로 화를 내고 질책해서 어쩔 수 없이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신 것 맞습니까? 
답 : 아닙니다. 
문 :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 안 했습니까?
답 : 그건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문 : 기억이 안 나십니까, 그렇게 진술을 안 하신 겁니까? 그렇게 진술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겁니까?
답 : 말씀드렸다시피 그 당시는 정확한 상황 파악이 안 되고, 이메일만 보면서 수정을 했었기 때문에 제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것과 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중략)…
문 : 증인의 검찰에서의 여러 진술은 삼성물산 우▲▲이 5월 21일 미팅에서 화를 내고 질책을 해서 그래서 맞췄다, 어쩔 수 없이 맞췄다라는 말이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나오는데 기억이 안 나십니까?
답 : 아니, 우▲▲ 부장님이 저에게 “회계법인이 왜 이슈 얘기만 하냐, 검토한 결과를 가지고 오라”고 화를 내신 건 맞습니다.
문 : 증인의 검찰 진술 조서 보여드릴게요. 2019년 3월경 조사받은 제2회 검찰 진술 조서입니다. 읽어드릴게요. “2015년 5월 21일경으로 기억되는 날에 우▲▲ 부장이 언성을 높이면서 주가 수준에 맞는 기업가치를 왜 못 만들어 내느냐, 저희들에 강하게 질책하여 어쩔 수 없이 삼성물산의 가치를 축소시키고 제일모직의 가치를 올려 기준 시가 합병비율에 맞는 기업가치 숫자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진술했죠.
답 : 네. 

- 2022.1.20.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증인 오○○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 

문 : 지난 증언 정리해보겠습니다. 2015년 5월 21일 물산TF 2차 회의 당시 검찰 주신문과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증인은 물산 우▲▲ 부장에게 시총과의 괴리를 설명할 수 없어 평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증언했죠. 
답 : 시총과의 괴리가 있어서 시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고했습니다. 
문 : 이에 대해 우▲▲ 부장은 시장 주가가 있는데 그런 보고서는 필요 없다고 했고, 주가 수준에 맞추라는 말은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죠. 
답 : 네.

- 2022.1.27.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증인 오○○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  

문 : 증인에 대한 검찰 진술 조서 제시합니다. 증인은 2015년 5월 6일 킥오프 미팅 직후, 삼성 측으로부터 기준 시가 합병비율에 따라 기업가치 평가를 맞추는 쪽으로 해달라는 취지의 요청을 들은 적이 있는가라는 검사의 질문에 없다고 답했죠. 
답 : 네. 
문 : 이후 조사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이어졌는데, 증인은 일관되게 삼성 측의 요구가 있다거나 관련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죠. 
답 : 네.

- 2022.3.17.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증인 장●●(안진 회계사)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  

문 : 증인에게 안진 회계법인 김△△ 회계사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서 제시합니다. 김△△ 회계사는 이 법정에서 2015년 5월 6일 킥오프 미팅 중 미전실 김□□ 부장이 들어와서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가 꼭 필요한 것인가”라고 물었고, 이에 증인이 “굳이 필요는 없지만, 설명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안진 측에서 자문 업무 내용을 설명하면서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에 대해 이야기했고, 삼성 측에서는 “보고서가 꼭 필요한 것인가”라고 한 것 같은데 맞습니까. 
답 : 네. 
문 :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의 작업 업무는 안진 측이 제안한 것이죠?
답 : 네, 맞습니다.

- 2022.7.17.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증인 길△△(안진 회계사)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   

당시 물산 합병TF에 소속돼 안진 회계사들과 업무 관련 소통을 했던 물산TF 소속 우▲▲ 부장도 합병비율 검토 보고서에 관한 검찰 측 공소사실을 반박하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문 : 안진 회계법인 장●● 회계사는 검찰 조사에서 평가팀이 일정을 맞추지 못해 오○○ 전무에 자신도 화가 나 있었고, 이에 증인도 화가 날 만한 상황이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증인 물산TF 2차 회의 당시 오○○ 전무에 언성을 높이거나 화를 낸 것은 맞습니까?
답 : 화를 내진 않았고, 일정이 너무 늦어서 언성이 조금 높아진 것 같습니다. 
문 : 언성을 높인 것을 보면 화를 낸 게 아닙니까?
답 : 화라기보다는 항의였습니다. 
문 : 합병비율 검토는 킥오프 미팅에서 안진 측이 설명하고 제안해서 시작된 것이죠.
답 : 네. 

- 2022.5.19.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증인 우▲▲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 

업무상 배임? “법리적으로도 타당하지 않아”

검찰은 삼성물산 경영진이었던 최치훈 사장과 김신 사장 등 당시 물산 이사들에 대해 ‘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물산에 불리한 합병비율로 모직과 합병해 주주들의 이익을 보장해야 하는 업무상 임무를 다하지 못했고, 이것이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 사실관계를 떠나 법리상 배임죄 성립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배임과 관련해 검사는 이 사건 합병으로 인하여 물산 및 그 주주들에게 5월 26일 기준 시가 이상으로 회사 주식을 증대시킬 기회 상실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물산 이사는 물산의 사무처리자로서 물산에 대한 의무를 부담하고, 주주에 대한 의무도 부담한다는 공소사실은 그 자체로 타당하지 않습니다. 합병의 필요성, 합병비율 등 공소장에 기재된 이사의 의무에 대해 존재하지 않고 검사가 주장하는 추상적 가능성에 불과해서 그 자체가 업무상 배임죄의 손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 2024.2.5.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 2020고합718

이 배임 이슈는 기자도 검찰과 삼성 측의 배임 혐의와 관련한 법정공방을 취재하면서 개인적으로 큰 의문이 들었던 부분이다.

검찰 측 주장대로 2015년 5월 26일 합병을 결정했기 때문에 물산 주주들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것이라면, 만약 당시 물산 측이 합병을 취소한 뒤 주가가 더 하락하고 회사의 부실이 더 커졌다면 이건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냐는 점이다. 

모든 것이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검찰 측의 주장은 당시 합병을 하지 않고, 물산의 주가가 오른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합병이 이뤄지지 않고, 검찰 측 가정과는 반대로 물산의 주가가 하락했다면 오히려 “왜 5월 26일에 합병을 결정하지 않아 주가 하락을 자초한 것인가, 이 역시 회사에 손해를 끼친 만큼 배임이다”라고 주장하는 주주들이 생길 수도 있다.

삼성 측도 재판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해 지적했고, 이번 재판부의 판단의 근거가 된 ‘물산 이사는 주주에 대한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 사건 배임 혐의 기소에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사무처리자 요건입니다. 공소사실을 보면 이사는 회사의 사무처리자인 동시에 주주의 사무처리자임을 전제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런데 공소사실에는 정작 회사 입장에서의 합병의 기대 효과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주주 입장에서의 합병비율만 다수 언급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사는 회사의 사무 책임자이지 주주의 사무 책임자가 아니라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입니다. 상법의 규정만 보더라도 분명합니다. 상법은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통설의 입장도 같습니다. 특히 이사가 주주에 대해 직접적인 의무를 갖지 아니한다는 것은 형법상의 업무상 배임죄의 성부를 논함에 있어 통용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가르는 핵심은 이사가 회사의 사무처리자로서 회사의 이익에 반해 임무를 수행한 것인가 그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는지 여부입니다. 그런데 물산 이사들은 회사의 이익이 된다는 판단 하에 합병을 추진했습니다.” 

- 2023.9.1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 2020고합718, 변호인 쟁점 기일 PT  

실제로 2009년 5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2008도9436)인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에 따른 업무상 배임 사건에서는 ‘이사가 주식회사의 지배권을 기존 주주 의사에 반해 제3자에게 이전하는 것은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일 뿐 지배권의 객체인 주식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이사는 주식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주식회사와 별개인 주주들에 대한 관계에서 직접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고, 더욱이 경영권의 이전은 지배주식을 확보하는 데 따르는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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