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사람 일’…이야기가 문제를 푼다
‘결국은 사람 일’…이야기가 문제를 푼다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24.02.29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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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위기 관리, 모르는 게 문제다 (下)

의결 혼선에 실무진 실행 타이밍 놓쳐 ‘주체·리더십 불분명한 탓’
중구난방 않도록 평소 적극적인 기업 환경 개선하는 소통 필요
비선 라인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면 실무진은 또 다른 위기를 마주할 수 있다. 

더피알=정용민 | 비선의 크리에이티브로 인한 혼동

기업이 대형 위기를 경험하면 어디에서 누군가가 나타난다. 직간접적으로 VIP와 관련된 비선 라인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생긴다.

먼저 읽을 기사: 알아도 못하는 위기 관리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그들의 특징은 심각한 이슈나 위기 대응에 아이디어 차원에서 창조적인 접근을 조언한다는 점이다. 경험 있는 실무진들이 우려할 만한 대응 제안을 하고, 그중 일부는 VIP의 지시에 따라 실행에까지 옮긴다. 실무진에게는 외부 이슈나 위기에 더해 내부 위기까지 발생하는 셈이다.

제대로 역할을 하는 실무진은 이런 경우 무리한 실행으로 인해 실질적인 실행의 정지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것이다. 몰라서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지루한 의사결정의 연장

실무진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인력의 개인별 경험에 따라 전문성이나 역량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위기를 맞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는 실무진은 그리 많지 않다. 단, 의사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지시가 정해져 내려올 때까지 자의적으로 할 수 있는 실행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의사결정이 신속 정확하게 하달된다면, 실무진은 그에 따른 실행을 즉각 해낼 수 있다. 그러나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자주 번복된다면 실무진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제한된다. 타이밍을 완전히 놓친 대응은 대부분 사후에 무능이나 무력함으로 평가받는다.

의사결정 주체의 실종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것도 문제지만, 의사결정 주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내부에서 제대로 가시화되지 않은 경우에는 더 큰 문제를 만든다. 평상시에는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하던 VIP가 위기 상황에서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의사결정을 하는 VIP가 공개된 방식보다는 매우 한정적인 대상을 통한 일방 하달에 익숙한 경우도 있다.

그러면 실무진은 VIP의 의도나 의지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의중에 대한 해석도 분분해진다. 무언가를 하기는 하는데, 그것이 VIP가 볼 때 정확한 것인지 알기 어려워 대부분 실행에 자신 없어 한다. 사후에도 내부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위기 앞에 각 부서의 합이 체계적으로 잘 맞는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컨트롤타워도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된다.

각자가 각자의 위기 관리를 한다

각 부서가 함께 체계를 맞추는 것은 이상적이고 권장할만한 일이지만, 여러 부서가 각자 자신이 할 수 있거나 심지어 하고 싶은 위기 관리를 중구난방으로 하는 것 또한 실패의 주된 원인이다. 일부 경우에는 부서의 역할까지 침범하며 중복된 실행을 하기도 한다.

흔히 위기 관리를 위해서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런 심각한 문화에서는 컨트롤타워도 그 의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다. 누가 무언가를 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그 내용을 스스로 모르는 현상이다.

대응 기조를 계속 변경한다

이는 대부분 VIP의 의중이 자주 변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초기에는 전격 사과를 했으나, 계속 논란이 커져가자 법적 대응을 발표하는 경우가 전형적이다. 이후 언론과 여론에서 일관성 없는 대응 기조에 대해 비판하니, 자사 대응 기조를 다시 바꾸어 기자회견을 하거나 새로운 사과문을 올려 또 다른 실행을 한다.

이후에도 공격적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소송도 하고, 창의적 개선책을 발표하기도 하며, 말 그대로 누더기 관리를 실행한다. 내부 임직원은 어떻게 해야 이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알고는 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회사의 의사결정 때문에 침묵한다.

내부 정치적 현실 때문

위기 관리에서 VIP 역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과 문제해결 의지, 그리고 위기 관리를 관통하는 VIP의 의중을 정확하게 내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우 위기 관리의 성공 가능성은 극대화된다.

반면 VIP의 그러한 위기 관리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거나 부실한 경우에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가 나온다. 아무리 효과적인 위기 대응 전략과 방식이 도출되더라도 VIP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이 실행될 가능성은 사라진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회사를 위해 꼭 해야 한다'고 조언할 수 있는 내부 임직원은 없다. 알고는 있지만 할 수는 없었다는 의미가 이런 것이다.

의지가 없다

평상시의 위기 관리도 그렇고, 위기 상황일 때도 특별한 위기 관리 의지가 없는 기업도 있다.

이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위기에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위기임에도 위기를 무시하거나 외면한다고 볼 수도 있다. 운이 좋아서 해당 위기가 큰 논란이 되지 않고 사라져버리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위기 관리 관점에서 이런 경우의 문제는 위기 관리를 운에만 의지한다는 것과, 아무런 대응 체계나 준비 없이 바라만 보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 로프로파일(Low-profile)한 대응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의지가 없어서 외면하는 위기 관리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내부에서는 이런 경우에도 문제 가능성은 알지만 대부분 침묵한다.

함께하는 논의는 위기를 관리하는 좋은 방법이다. 문제는 위기 관리를 가로막는 환경이다.

위기 속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위기를 발생시키는 것도 사람이다. 위기를 더 큰 위기로 키우는 것도 사람이다. 이에 맞서서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도 사람이다. 사람끼리의 일이라는 것만 봐도, 우리가 위기와 위기 관리에 대해 전혀 모를 수는 없다.

공감이나 역지사지 같은 개념도 그렇게 복잡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문제가 풀릴지 조금만 함께 예측해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논의하다 보면 위기는 관리되기 마련이다.

문제라면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위기 관리를 하지 않게 하고, 하지 못하게 만드는 환경이다.

위기 관리 전문가들이 기업의 문화, 철학, 원칙, 리더십, 투명성, 체계, 역량, 정무 감각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평소에 위기 관리를 하지 않게 만들 수 있는 환경, 하지 못하게 할 만한 환경을 적극적으로 찾아내라는 것이다.

그것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고 공론화해서 개선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위기 관리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위기 관리가 잘 되지 않을 만한 원인을 빨리빨리 찾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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