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축구 대표팀 여론 악화…“독화살 일단 뽑아야”
[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축구 대표팀 여론 악화…“독화살 일단 뽑아야”
  • 김병주 기자 (kbj1218@the-pr.co.kr)
  • 승인 2024.02.2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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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전·불화 그 밑에 리더십 부재·…축협에 드러난 위기관리의 위기
계속된 논란과 지적에도 공감·소통·비전 없는 ‘3無축구’ 평가
전문가들 “타이밍도 진정성도 놓쳐…내부 해결이 어려운 수준”

매주 주목할 하나의 이슈를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더피알=김병주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이슈 선정 이유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단 내 불화가 연일 도마에 오르는 가운데, 감독과 축구협회는 경기는 물론 언론 대응과 커뮤니케이션 전술도 못 갖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포츠 국가대표팀 내의 불화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쳐도, 내부의 문제가 해외매체를 통해 공론화되고 문제를 가라앉히기는커녕 증폭시켰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조직력·전술을 동원하고 선수단 기강을 잡는 프로페셔널한 태도는커녕 방임과 외유를 일삼으며 사건을 선수들 책임으로 돌려버린 감독, 선수 보호에는 손 놓고 있다가 감독 경질로 답할 뿐인 축구협회의 무책임한 모습에 여론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하다못해 감독과 축구협회가 팬들의 목소리와 지적을 귀담아듣는 소통해보려는 모습을 보이거나,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비전을 제시하는 데도 실패하면서 협회를 향한 불신의 눈초리가 커져가고 있다.

사건 요약

2월 14일 오전(한국시각) 영국의 대표적인 황색언론 ‘더선’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 전날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간 불화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되었다’라는 내용의 기사로 대표팀 내 갈등설을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6일 일부 젊은 선수들이 저녁식사를 빠르게 마치고 탁구를 치기 위해 자리를 뜨려하자, 식사 자리를 단합의 장으로 여기던 주장 손흥민이 여기에 제동을 걸었는데 말다툼이 점점 커지면서 싸움을 말리던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보도가 나온 지 약 3시간 만에 “대회 기간 중 일부 선수들 사이에서 다툼이 있었다”며 빠르게 사실을 인정했다. 황보관 축구협회 기술본부장은 축구협회의 공식 입장을 묻는 질문에 “협회로서는 빨리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며 “사태파악을 하고 있다”는 석연치 않은 설명을 내놓았다.

선수단 내분이라는 민감한 사안이 노출되자 국내외 언론은 연이어 보도를 쏟아냈다. 당사자로 꼽힌 이강인은 14일 오후 SNS를 통해 사과를 올렸지만, 그의 가족 SNS 계정에도 찾아가 욕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고, 이강인을 광고 모델로 한 브랜드들은 부랴부랴 그의 흔적을 지웠다.

이강인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손흥민의 얼굴에 주먹질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히며 반박에 나섰다. 이강인이 14일 올린 사과문은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스토리 기능에 올렸던 탓에 현재는 사라진 상태다.

현재 상황

대한축구협회는 16일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새로운 감독 물색에 나섰다. 축구협회가 감독을 경질할 경우 남은 계약기간까지의 연봉을 모두 지급해야 하는데, 감독과 함께 움직이는 외국인 코치진 연봉까지 더하면 축구협회는 올해 전체 예산(1876억원)의 5%가 넘는 100억원 상당의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

‘전 감독’이 된 클린스만은 1월 21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곧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문자로 연락해 대면한다’고 밝히며 대표팀을 맡은 과정은 다소 우연적이라고 술회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브라질 16강전 패배 후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이 사임 의사를 밝히고, VIP 구역에서 정 회장에게 “감독을 찾고 있냐”고 농담조로 얘기하자 정 회장이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는 것이 클린스만의 설명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16일 “전임 벤투 감독 선임 때와 같은 프로세스”로 전력강화위원회를 통해 클린스만을 발탁했다 밝히며, 동반 책임론과 사퇴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한편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13일 ‘정 회장이 클린스만 감독을 임명할 것 등을 일방적으로 강요해 협회 관계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서울경찰청에 고발함에 따라, 서울 종로경찰서는 19일 정 회장에 대한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 사건을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 축구 팬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뉴시스.

주목할 키워드

전략부재, 리더십, 갈등, 언론대응

전문가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 소영식 엔자임헬스 상무

코멘트

강함수 대표: 현재로서는 주장과 의견, 감정이 뒤섞여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다 알기 어렵다. 누가 왜 잘못을 했는지 따지기보단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누군가 쏜 독화살에 맞았으면 누가 왜 쐈는지 논할 게 아니라 맞은 화살을 빼고 치료할 일이다.

축구협회에게는 조직적인 위기 상황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당사자들을 모아놓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인지 대면해서 이야기를 하면 될 일인데 아무것도 안 한 것이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어느 누구도 책임에 관한 행동이나 커뮤니케이션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혼란이 가중되고 봉합되지 않는 것은 책임 있는 태도가 부재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구조적인 현상이다.

선수 관리는 분명 감독의 책임 범위 내에 있는 일이고, 또 그 감독을 선임한 축구협회가 책임질 일이다. 한마디로 문제 대응 부재는 축구협회나 감독의 책임 회피 때문이라고 보인다.

소영식 상무: 이 사태의 본질은 축구협회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리스크 관리의 부재가 클린스만을 통해 나타났다는 것이다.

감독 선임이나 운영에 대해 이전부터 계속 팬들의 지적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미봉책으로 대응을 하고, 가끔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문제가 감춰졌다. 문제를 없애던지 완전히 부각시켜 공론화해서 해결을 해야 하는데 그걸 못 한 게 첫 번째 문제다.

두 번째로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타이밍을 놓친 것이 가장 큰 실수라 보인다. 축구협회는 아시안컵 성적이 잘 나오니 팬들이 지적하던 문제가 묻힐 거라고 안일한 생각을 하다가 관리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그간 전력강화위원회나 임원 회의에도 정몽규 회장이 불참하고, 늘 ‘확인해보겠다’라는 투로 답하던 축구협회가 손흥민-이강인 이슈에 관해선 유난히 인정이 빨랐다. 이슈를 이슈로 덮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타이밍이라 진정성도 챙기지 못했다.

이번 이슈에 대해 개선책을 내놓는다고 하겠지만 팬들이 믿어줄 지는 의문이다. 늘 말로만 그치던 축구협회가 행동으로 빠르게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한다. 그 행동도 단편적이고 뻔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조직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기꺼이 치료에 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계속됐던 지적과 수많은 개선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묵혀버렸던 시스템의 문제가 어디 있는지 찾아내야 하는데, 문제가 이렇게나 불거질 정도면 내부에서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내부에서 개선안을 찾겠다고 하면 그동안 있었던 봐주기와 타협으로 끝나는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고,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권위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외부 컨설팅을 맡겨서 조직에 대한 총체적 진단을 받아보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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