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에는 대답하고, ‘비난’에는 침묵하라
‘분노’에는 대답하고, ‘비난’에는 침묵하라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24.03.26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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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전략적 침묵에 대한 아포리즘들 (下)

위기관리 방식 정확하게 계획하기…계획은 결심이다
침묵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일관성' 있어야 효과적
침묵, 완벽한 유지 어렵지만 중요…'하다말다'는 금물

더피알=정용민 | 미디어 트레이닝에서 주로 사용되는 노 코멘트성 메시지는 “현재 관계 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것이 없습니다” 또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관계에 대해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정확하게 확인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는 식의 대응을 의미한다.

조금 자신감 넘치는 정치권 대변인은 기자의 질문에 “답변(논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식으로 노 코멘트 아닌 코멘트를 하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 다룰 전략적 침묵과는 조금 다른 분야라고 봐야 한다. 1편 기자 질문에 전략적으로 '노 코멘트'하는 방법에 이어 전략적 침묵과 관련된 아포리즘을 더 살펴보자.

오직 침묵만이 침묵을 완벽하게 한다

미국 시인 A. R. 애먼즈의 말이다. 이 또한 이슈 및 위기 관리 관점에서 전략적 침묵을 실행하는 데 아주 중요한 핵심을 설명하고 있다.

일단 상황적 판단에 따라 전략적 침묵을 의사결정한 기업이라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실행은 완전한 침묵의 유지다.

얼핏 보기에는 침묵이 단순하고 쉬운 대응 방식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실제 실행해보면 이슈 및 위기 발생 상황에서 전략적 침묵을 일정 기간 유지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기업 내 또는 기업과 관련한 구성원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완전한 침묵을 실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요즘 같은 개인 미디어와 다채널 시대에 완벽한 침묵은 과도하게 이상적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중간에 깨져버린 침묵은 전략적 침묵이라 하기도 어렵다. 모든 이후 대응의 기반이 함께 깨져버린 것이라 볼 수 밖에 없다.

혀는 정신의 맥박이다

스페인 작가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말이다. 이는 전략적 침묵을 깨고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본격적으로 실행할 때 명심해야 할 조언이다.

여기에서 혀로 비유된 것은 이슈 및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준비된 메시지를 의미한다. 이슈와 위기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은 기업의 메시지를 보고 들으며 해당 기업의 생각을 읽는다.

그 메시지가 제대로 된 메시지인지, 문제 있는 메시지인지 평가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상황을 소멸시킬지, 악화시킬지 결정한다.

이슈 및 위기 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메시지의 중요성은 전략적 침묵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화룡점정 역할을 한다. 일정 기간의 전략적 침묵을 깨고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실행 프레임을 바꾸었을 때는 잘 준비된 메시지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기업이 처한 환경에서 기업 정신의 맥박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바보는 말로 알고, 현명한 사람은 침묵으로 안다

그리스 철학자 피타고라스의 말이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제대로 준비된 메시지가 부재하거나 부족할 때 상황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은 화자인 기업을 결국 ‘바보’로 여길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관리가 실패했기 때문에 이슈 관리나 위기 관리 자체가 성공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적절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니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기업 사례도 현장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이란 그래서 중요하다.

메시지를 보고 기업을 판단하기 때문에 메시지 문제는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침묵하는 것이 더 낫다는 평가를 받겠는가?

분노하는 사람에게만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미국의 위기 관리 전문가 에릭 데젠홀의 말이다. 기업이 이슈 및 위기 상황에서 전략적 침묵을 깨고 준비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명심할 조언이다.

릭릭 데젠홀은 구체적으로 이렇게 설명한다. “분노하는 사람에게만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반면에 비난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보 제공이라는 것 자체가 필요 없을 수 있다. (비난만 하는) 그들에게 정보를 주면 또 되받아칠 것이고, 메시지를 전달하면 비꼼을 당할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어지러운 상황에서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의 여론을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비난을 위한 비난에만 열중해 있는 사람들이 많다면, 차라리 침묵을 택하는 것이 전략적일 수 있다.

상황 자체에 단순 분노하는 사람들에게는 준비된 정보를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유효하지만, 그 외에는 그렇게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조언이다.

계획 없는 삶은 변덕스럽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세네카의 명언이다. 이슈 및 위기 관리 관점에서 볼 때 이 조언은 전략적 침묵의 일관성 있는 실행과 연결되어 있다.

전략적 침묵은 정해진 기간에 완벽하게 유지될 때에만 의미가 있다. 중간에 깨져버린 침묵은 전략적 침묵이 될 수 없다고 앞에서 이야기했다.

심지어 처음에는 침묵하다 이내 침묵을 깨뜨리고, 이후 이해관계자들과 공중의 반응이 극단적으로 변하자 다시 침묵하는 경우가 있다. 그 후에도 상황에 따라 침묵과 커뮤니케이션, 다시 침묵을 반복하는 경우까지 있다.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변화되며 장기화된다. 그 와중에 해당 기업의 여러 생존 자산들은 파괴된다.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각종 소송과 조사가 이어진다. 경영진들이 소환되고, 소비자들은 돌아선다. 직원들이 곤궁해지며, 거래처들이 사라진다.

계획은 결심이다. 계획 없는 삶이 변덕스러운 것은 제대로 결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정확한 계획이 이슈와 위기를 관리한다.

이와 같이 전략적 침묵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개인적 그리고 조직적 조언이 있다.

반복적으로 회자되는 전략적 침묵의 구성 요소는 적절한 상황 판단, 계획으로 굳어진 결심, 준비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적 침묵 중 마련된)전략적인 메시지, 일관성 있는 침묵 유지 실행, 그리고 건전한 기업 정신과 철학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전략적 침묵이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적극적 대응 커뮤니케이션보다는 훨씬 힘들고 어렵다는 점이다. 절대 쉽게 생각해 의사결정해서는 안 되는 대응 방식이다.

전략적 침묵은 중간에 어떻게든 깨질 수 있다는 전제를 기억하며 의사결정하고, 유지 실행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전략적 침묵 기간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입을 봉하는 함구령의 기간이 아니다. 언제, 어떻게, 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대응 프레임을 전환시켜야 할지 미리 계획하고 실행을 준비하는 기간이어야 의미가 있다.

전략적 침묵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완성을 위한 전략적 지연 또는 이상적 시점 선택의 기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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