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 콘텐츠 사진이 소통의 언어죠”
“지역 문화 콘텐츠 사진이 소통의 언어죠”
  • 이원섭 (wonsim01@naver.com)
  • 승인 2024.04.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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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 스토리텔러] 포토 저널리스트 강형원

한국 전역의 지적 콘텐츠화 "시각적 스토리텔링의 힘이 역사·문화 정의"
언어 초월 사진이 전하는 지역 발전 가능성…조건 없는 콘텐츠 나눔 돋보여

더피알=이원섭 | 포토 저널리스트 강형원(甘露 姜泂遠)은 ‘로이터통신’, ‘LA타임스’, 백악관 사진기자 등 화려했던 미국 생활을 접고,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사진을 통해 알리는 스토리텔링 프로젝트 ‘비주얼 히스토리 오브 코리아’(Visual History of Korea)를 전개하며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남들은 평생 한 번 받기도 힘들다는 최고의 영예인 퓰리처상(Pulitzer Prize)을 강 작가는 한인 최초로, 그것도 두 번이나 수상했다. 강 기자가 안정된 생활기반이 있는 미국을 떠나 홀로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한국 문화의 스토리텔링을 위해 셔터를 누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강형원 작가. 사진=강형원 작가 제공.
강형원 작가. 사진=강형원 제공.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진 한 장면이 전쟁을 멈출 수 있듯이 시각적인 스토리텔링이 갖는 힘은 역사와 문화를 정의할 수 있다. 글은 왜곡, 변질될 수 있지만 포토 저널리즘은 역사적 유물, 문화, 천연기념물을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기록해 글이 주는 임팩트에 감동을 더한다.”

강 작가는 그동안 세계 유수의 언론사를 거치며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전 지역을 누비며 발굴·기록해 스토리텔링을 하는 중이다.

사비를 들여가며 이렇게 하는 이유를 묻자 “그간 수십 년을 영어 문화권에서 활동하여 글로벌 시각으로 영어와 한글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는데, 이런 작업을 국가가 나서서 하면 ‘홍보’가 되지만 언론인으로 훈련된 기자가 기록하면 객관적이고 신뢰가 가는 사료적 스토리로 남길 수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그가 포토 저널리스트로서 취재해 영어 문화권 지식 세계의 지적인 콘텐츠로 승격시킨 귀한 지역 스토리는 차고도 넘친다.

2017년 4월 17일 경북 영천 영천역사박물관이 최초로 공개한 1577년 11월 23일자 '민간인쇄조보'. '명일재외정사(明日在外政事, 임금이 내일 행사를 위해 밖에 나가신다)'라는 대목을 통해 왕궁의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사진=강형원 제공.
2017년 4월 17일 경북 영천 영천역사박물관이 최초로 공개한 1577년 11월 23일자 '민간인쇄조보'. '명일재외정사(明日在外政事, 임금이 내일 행사를 위해 밖에 나가신다)'라는 대목을 통해 왕궁의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사진=강형원 제공.

대표적인 것이 경상북도 영천 용화사를 찾아가 스토리로 기록한 조선시대의 세계 최초 활자 조판 신문 ‘민간인쇄조보’다. 우리가 알고 있던 서재필 박사의 ‘독립신문’보다 300년 이상 앞선 민간 상업신문이다.

강 작가의 사진 기록을 보면, 필사체로 국가에서 매일 발행하던 조보는 학식이 높은 사대부들도 읽기 힘들었기에 금속활자와 목활자로 인쇄한 ‘민간인쇄조보’를 “각 관청과 외방 저리(서울 주재 지방 관청 서리)와 사대부에게 파니, 받아보는 독자들이 모두 편리하다고 생각하였다”라고 조선시대 대학자 율곡(栗谷) 이이(李珥, 1536~1584)가 ‘석담일기’에 기록했다고 한다.

전라남도 진도 지방의 고유 명견인 진돗개 스토리도 눈길이 간다.

그가 ‘LA타임스’ 기자로 근무할 때 우리나라 진돗개는 맹견으로 분류돼 반려견 등록을 할 수 없을 뻔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맹견 리스트에 한번 오른 개를 키우면 집 보험을 안 들어주는 보험회사들이 있다.

그런 인식을 가지고 진도를 방문했는데, 상당히 많은 진돗개들이 주인집 앞을 지키고 있다가 차가 오면 비켜주고 다시 집을 지키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또 묶여 있지 않음에도 진돗개들끼리 영역 분쟁으로 서로 싸우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그들만의 질서가 있다는 사실을 보고, 미국 최대 발행 부수를 자랑하던 ‘LA타임스’에 전면 사진 스토리로 보도해 미국에서도 우수 반려견으로 정착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그가 포토 스토리텔링한 내용은 무수히 많다. 경주 성덕대왕 신종(에밀레종), 울산 대곡천 반구대 암각화, 대구 경산의 천연기념물 삽살개 등 전국 여러 지방의 스토리를 기록하고 있다.

진돗개 한 쌍. 사진=강형원 제공.

‘비주얼 히스토리 오브 코리아’

이렇듯 강 작가는 대한민국 각 지역을 다니며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는 ‘비주얼 히스토리 오브 코리아’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동아시아의 대문명국으로 몇 안 되는 빛나는 역사를 가진 나라다. 그런데 영어권에서 한국에 대한 인식은 일본 식민 지배와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국가 정도에 머물러 있다. 그 이전의 찬란했던 문화와 역사는 부실하게 알려져 있다.

왕족과 귀족이 지배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1987년 이후 민주주의를 실현한 나라다. 이런 사실을 영어권 언론계에 알리고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차세대에게 조상의 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한 작업이다”라고 강조한다.

또한 사라져가는 지역의 문화유산을 찾아내 스토리화함으로써 우리 국민들도 쉽고 편하게 받아들이고, 가서 직접 보고 느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이런 지역 발굴로 명소가 된 곳이 일본 규슈 사가현 가시마시의 전통 양조장 발굴 스토리다. 술 익는 마을, 가시마 사카구라 투어리즘이 그것인데, 매년 벚꽃이 만개하는 3월 성황리에 열려 일본의 전통주 사케를 세계인에게 알리는 글로벌 브랜드의 좋은 사례가 되었다.

이에 힘입어 소멸하던 지역이 살아나고 전통 양조장이 늘어났다. 마을 양조장에서는 일본 관광객은 물론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해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해 사케 시음, 제조 등 체험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가시마 사카구라 투어리즘 소개 사진. 사진=큐슈관광여행정보(Kyushu Tourism Information) 페이스북 계정 캡처.

전통 양조장이라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민관이 힘을 합쳐 지역사회 활로를 개척한 모범 사례로,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양조장 경쟁력도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콘텐츠를 발굴해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내면 얼마든지 지역이 활성화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지역의 특성을 지닌 문화유산 발굴해 스토리텔링화

강 작가는 이런 지역 문화 콘텐츠 사진이 소통의 언어라고 한다. 있는 그대로의 사람과 사물, 그리고 순수한 자연이 주는 생동감 있는 사진의 힘은 언어는 달라도 아무 거리낌 없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 되어 감동을 주고, 흥미를 주고, 경제적 이득까지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한번 보면 영원히 잊지 못할 감명을 주는 것이 사진으로 표현하는 미학(美學)이다. 이러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의도의 메시지를 줄 것인지 연구해 기획한다면 좋은 지역 발전을 이룰 수 있다.

따라서 강 작가는 “사진의 문학적 요소, 시각적 문해력이 지역의 독특한 콘텐츠로 개발될 수 있고, 그것이 그 지방만의 색깔로 대표되고 지역 정체성 발전의 구심점”이 된다고 확신한다.

그는 미국 시민권자지만 모국인 대한민국 사랑이 유별나다. 그가 은퇴 없이 자유기고가로 카메라를 들고 한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화면에 담고 끊임없이 스토리를 만들어나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신이 작업한 귀한 사진 콘텐츠를 우리 정부에 조건 없이 무료 기증해 사용하게 했으며, 우리나라 각 지방에서 자신의 사진은 물론 협력을 요청한다면 기꺼이 응하겠다고 한다.

도시와 각 지역의 특성을 지닌 문화유산을 발굴해 스토리텔링을 하겠다는 것이 ‘비주얼 히스토리 오브 코리아’의 사명이라고 한다.

미국 주류 언론사에서 활약할 때의 일화는 그가 얼마나 고집스럽게 한국인임을 강조해왔는지 보여준다. 기사 끝에 쓰는 기자 이름인 바이라인(Byline)에 한국인들이 편의상 사용하던 미국식 이름이 아닌 ‘Hyungwon Kang’을 고집했다. 동료 기자나 주변인들이 부르기 어렵다고 하자 그럼 ‘Hyung’(형)이라 부르라고 했다고 한다.

백악관 직원 시절 당시 클린턴 대통령도 자신을 부를 때 형이라고 했다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의 이런 사상을 보고 배우는 아들들에게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대물림하고 있다고 한다.

울산 대곡천 반구대 암각화 얼굴 사진. 사진=강형원 제공.
울산 대곡천 반구대 암각화 얼굴 사진. 사진=강형원 제공.

오늘도 힘들게 자비로 대한민국 어느 지역을 돌고 있을지 모르는 강 작가를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길 바라며 글을 맺는다. 자신의 사진 지적재산권을 지역을 위해 무상 제공하겠다는 아름다운 마음에 영광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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