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혹시 같은 남자 만나?” SNS에 피해자들이 모였다
“우리 혹시 같은 남자 만나?” SNS에 피해자들이 모였다
  • 박주범 기자 (joobump@loud.re.kr)
  • 김민지 기자 (mjk@the-pr.co.kr)
  • 승인 2024.04.19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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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핑G] 페이스북에서 정보공유…혹은 복수의 위험성

“같은 일 안 당하게” 주변인에 경고 vs 명예훼손·마녀사냥 가능성 우려
검증 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로 생사람을 상간녀라 잘못 저격할 수도

더피알=박주범 기자 | 한 유명 여배우가 인스타그램에 남편의 불륜을 폭로하다 상관없는 일반인을 상간녀로 잘못 지목해 사과하는 소동이 있었다. 나쁜 남자에게 당한 억울한 마음을 풀기 어려울 때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응징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SNS 제보로 실종자를 찾고 체포에 도움을 주는 등 온라인 커뮤니티가 범죄나 사생활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줄 때도 있지만 대부분 법치국가에서 ‘사적제재’를 엄격히 금지하고, 특히 대한민국은 ‘사실 적시’에도 명예훼손죄를 묻는 나라여서 주의가 필요하다.

영국의 인터넷언론 인디펜던트는 4월 9일 기사에서 최근 한 여성이 SNS 도움을 받아 잠적한 남편을 찾은 내용을 보도하면서 그 과정에 파생되는 법적인 문제점도 함께 지적했다.

상황은 이랬다. 해당 남성은 남편과 아빠로 사는 것이 더이상 자신이 원하는 생활 방식이 아니라며 둘째를 임신한 상태의 아내를 두고 홀연히 사라졌다. 여성은 사연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여성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24시간 만에 그의 위치 정보를 제보 받았다.

이와 같이 인터넷에서 ‘나쁜 행동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힘을 모은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페이스북에는 ‘우리 혹시 같은 남자 만나고 있는 건가요?’(Are We Dating the Same Guy?)라는 타이틀을 내거는 공개·비공개 그룹들이 끝없이 생겨나고 있다.

가입자들은 데이트앱에서 겪은 경험담, 사기꾼 유저, 의심스러운 프로필 등을 게시하며 정보를 공유했고 그룹들의 가입자 또한 점점 많아져서 가장 많은 그룹은 멤버가 11만명이 넘고 수만명 대 그룹도 10개가 넘게 있고 지역단위로 새로운 그룹이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

페이스북의 ‘우리 혹시 같은 남자를 만나고 있는 건가요?’(Are We Dating the Same Guy?) 글로벌 그룹은 현재 4만명에 이르며, 각 지역을 기점으로 다수의 그룹들이 만들어져 더 많은 멤버를 모으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런던을 중심으로 모인 그룹의 설명문에는 ‘여성이 다른 여성을 보호하고 지원하며 권한을 부여하는 장소’이고, ‘여성들이 괴롭힘이나 위협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고, 공개적이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해 놓았다.

이런 그룹의 규모가 점차 커지고 활동이 늘어나자 자신의 이름이 게시된 남성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시카고에 사는 한 남성은 자신과의 데이트 경험을 공유한 여성 27명을 상대로 명예훼손 및 사생활 침해를 주장하며 미국 일리노이 북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여성들은 가입자 사이에서 볼 수 있는 사적인 그룹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첫 번째 소송을 제기한 남성은 얼굴과 이름이 여러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됐고, 피고인 여성들의 구체적 진술이 알려지면서 평판에 더 큰 피해를 입었지만, 일리노이북부지법에서 재판 관할권을 이유로 이 소송 자체를 기각하면서 변호사비만 날렸다는 비웃음을 받고 있다.

이번 소송이 제기되기 한참 전인 2023년 9월에는 유사 관련 그룹에 의한 피해자들의 모임(Victims Of Are We Dating The Same Person)도 생겼다. 명예 훼손과 비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본인들이 주장하는 진실을 밝히려는 목적이었다.

연인 상대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그룹 가입자들은 이들이 취했던 부당한 행동과 사진을 그룹에 제보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연인 상대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그룹 가입자들은 이들이 취했던 부당한 행동과 사진을 그룹에 제보했다.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가해자들이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 않기 위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피해자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할까? 아니면 모든 사람이 사생활을 보호받고, 특히 이러한 마음의 문제에 관해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아야 할까?

영국심리치료협의회(UKCP)의 알리 로스(Ali Ross) 대변인은 이러한 유형의 콘텐츠를 온라인에 공유하는 것은 상대의 행동을 대중에 공개해 변하도록 하거나 개입을 유도하려는 의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심리치료사이기도 한 로스 대변인은 사람들이 그런 사연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려는 마음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온라인에 공개되는 순간 누구나 희박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오해하고, 판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칫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토니 자파(Tony Jaffa) 변호사는 그 대상이 누구든 특정 개인(또는 이름이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신원 확인이 가능한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파 변호사는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현행 명예훼손법은 명예훼손 가능성이 있는 자료를 게시한 사람들을 딱히 동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명예훼손 소송의 상당수가 온라인 게시물에서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1조 때문에 미국에서는 명예훼손 소송이 쉽지 않지만 미국에서 작성된 게시물이라고해서 영국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한편 인디펜던트 기사를 작성한 엠마 클라크(Emma Clarke) 프리랜서 기자는 “나에게 부당한 행동을 한 사람을 비난하고픈 유혹은 때로 압도적일 수 있고, 특히 다른 사람들에게 그의 위험성과 유해성을 경고하는 목적이라면 나도 내용을 알아야겠다 싶다”고 지적했다.

클라크 기자는 다만 “다른 방법이 없을 때 소셜미디어에 의존할 수 있지만, 트위터/X에서는 가장 무해한 한마디일 뿐인 멘션들도 쌓이고 누적되면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것은 일방적인 이야기일 수 있고, 사건 전부를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전혀 무고한 사람이 끌려들어가 피해를 입는 일도 때때로 있다”며 누군가를 돕겠다는 선의에서 비롯된 행동이 ‘폭도’처럼 작용할 가능성을 주의해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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