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홍보실에서 밝힌 ‘만나고 싶지 않은 언론사’
기업 홍보실에서 밝힌 ‘만나고 싶지 않은 언론사’
  • 한민철 기자 (kawskhan@naver.com)
  • 승인 2024.05.08 08: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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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체크] “이런 언론사라면 만나고 싶다”

일부 언론사, 광고비 증액 거부당하면 부정적 기사 마구잡이 생산
‘광고해도 수틀리면 곧바로 적’이라는 편견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더피알=한민철 기자 ㅣ 코로나19 해방 이후, 기업마다 가장 분주해진 부서는 언론홍보실(또는 대관, 커뮤니케이션팀)이다. 언론홍보실(이하 홍보실)은 보도자료 작성·배포나 기자회견 준비, 보도 동향 체크 등 사내 업무를 넘어, 언론사와 홍보대행사, 거래처 홍보 담당자와의 미팅, 포럼과 시상식 등 각종 행사 참석, 심지어 임원 의전 등 ‘바깥일’까지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홍보실이 다른 부서에 비해 인원이 그리 많지 않은 기업이 대부분인지라, 홍보인의 하루는 고단하고 빠르게 지나간다. 그만큼 홍보인은 미팅 시간과 동선, 다음 일정까지 모두 현명하게 짜야지만 빡빡한 일과를 소화해 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대기업 S사의 홍보인은 필자와의 미팅에서 한가지 고충을 털어놨다. ‘만나고 싶지 않은 언론사’의 미팅 요청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이라는 것이다. 

홍보인의 미팅 일정은 주로 언론사 사람들로 채워진다. 최근 몇 년 사이 언론사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홍보인들이 상대해야 할 기자와 데스크, 광고 담당자도 늘어난 것이다. 안 그래도 이전보다 일정이 더 바빠졌는데 상대해야 할 사람도 많아지니, 겉으로 내색하지는 못하지만 ‘만나고 싶지 않은 언론사’가 생겨났다

이에 S사의 홍보인은 그 언론사에 “취재요청 또는 기타 용무가 있다면, 먼저 문자메시지 또는 이메일로 부탁드린다”라며 미팅을 완곡히 거절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또 다른 고민을 낳을 수밖에 없다. ‘만나고 싶지 않은 언론사’가 있다는 게 누군가를 차별한다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홍보인은 회사의 ‘이미지 메이커’이자 앞서 언급한 ‘바깥일’의 주역이다. 

비단 언론사가 아니더라도 상대방을 차별 대우하다 회사 이미지에 먹칠할 수도 있다. 특히 해당 언론사가 몇 년 후 영향력이 커지거나, 이 언론사 소속 기자가 다른 메이저 언론사로 이직해 과거에 홍보인으로부터 받았던 차별적 대우에 대해 안 좋은 기사로 앙갚음하는 불편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더피알은 대기업 3인의 부장·팀장급 홍보인으로부터 ‘만나고 싶지 않은 언론사’를 둘러싼 고충, 해당 언론사와 원만한 관계를 맺으려는 나름의 방법과 노력 그리고 ‘만나고 싶어지는 언론사’는 어떤 곳이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동차 메이커 A 부장

A 부장의 회사는 언론사 사이에서도 홍보인을 만나기 힘든 대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연락이 닿아도 차 한 잔 마시는데 1개월 전부터 약속을 잡아야 하거나, “홍보실이 미팅은 물론이고, 전화도 잘 안 받는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A 부장은 필자와의 미팅에서 실제 일부 언론사 기자 또는 데스크로부터 그와 같은 항의를 듣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피한다는 지적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상상 이상으로 상대해야 할 언론사가 많다 보니, 전부 신속하고 철저히 대응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만나고 싶지 않은 언론사가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최대한 만나려 한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 일부러 연락을 피하고, 안 만나려 하겠습니까. 제가 담당하는 매체만 200곳이 넘습니다. 그 200곳을 최대한 꼼꼼히 챙기려고 노력하지만, 역시 한계가 있습니다.”

A 부장의 회사 홍보실은 타사에 비해 꽤 체계화돼 있고, 언론 전담 홍보인력만 20명 정도로 다른 대기업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언론사의 수가 지나칠 정도로 많아 홍보인 한 명이 언론사와 소속 기자, 데스크의 미팅 요청에 신속히 대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A 부장도 ‘되도록 만나고 싶지 않은 언론사’도 있다고 말했다. 전화상에서부터 태도가 고압적이거나, 취재요청 또는 홍보 유관 업무 외에 ‘다른 것’을 바라고 접근하기 때문이다.

“하루는 전화가 와서, ○○○라는 언론사인데, 이번에 ‘네이버 뉴스 검색 제휴’가 됐다는 것입니다. ‘축하한다’라고 말하니, 다짜고짜 만나자고 합니다.

언제 그리고 왜를 밝히고 정식으로 미팅하자고 했다면, 흔쾌히 시간을 냈겠죠. 그런데 그저 무작정 시간을 내라고 하고, 자기 시간에 맞추라는 겁니다. 이러면 어느 홍보하는 사람이라도 되도록이면 만나고 싶지 않죠.”

유통사 B 부장

대형 유통사 홍보실의 B 부장도 처음부터 무례한 태도로 용무를 대략적으로라도 밝히지도 않은 채 만나자고부터 하는 언론사는 오히려 만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벌써 홍보부서에서 10년 동안 일했지만, 요즘처럼 언론사로부터 ‘끝이 허무한’ 미팅을 많이 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

“기자들의 취재요청은 어느 언론사라고 해도 성실히 응합니다. 그게 저희 홍보 부서의 일이니까요. 그런데 만난 적도 없고 이름도 들어본 적도 없는 데스크급의 분이 연락해서 대뜸 점심을 같이 먹자는 겁니다.

그것까지도 좋습니다. 식사 비용을 그분이 내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막상 평기자보다 지위가 높은 언론인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면 얻는 정보도 많고 회사 홍보에도 도움이 된 적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만나보면 모두 ‘광고 달라’는 말로 끝이 납니다. 예외가 없더라고요.” 

B 부장의 회사는 언론 광고에 인색하지 않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만큼 신생 언론사는 이 회사를 통해 광고 매출을 올리는 것을 우선 목표로 잡고 만남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언론사의 수가 적을 때는 신생 매체라도 경력이 풍부한 데스크와 광고국 직원을 영입하면 금방 광고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고, 적어도 창간호에 생일선물 격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언론사의 수가 많아지면서 회사는 경력과 인맥으로 신규 광고를 쉽게 내주지 않는다. 언론사가 먼저 회사에 좋은 기사를 많이 써주고 홍보가 필요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면 상부상조가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B 부장은 요즘에는 이런 상부상조마저도 어렵다고 말했다. 

“회사 담당 출입 기자님이 있고, 보도자료를 포함해 일주일에 2회 이상 기사를 써주는 언론사가 K사가 있습니다. 저희가 타이밍을 봐서 이곳에 광고를 집행했습니다. 그런데 비슷하게 출입 기자가 있고 좋은 기사를 써주는 다른 언론사 J사가 있는데, 저희가 예산이 한정돼 있어 J사의 광고 집행을 못 했습니다.

그런데 J사 광고국장이 어떻게 알고 전화가 와서 ‘K사는 광고 줬으면서 왜 우리는 안 주느냐’라고 항의한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사정을 말씀드려도 J사는 더 이상의 좋은 기사는 없고, 악의적 네거티브 기사를 쓰기 시작합니다. 저희 회사 대표님 사진을 메인에 걸어 놓고 말이죠.

언론사와 상생할 목적으로 집행한 광고비인데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주는 모양새가 되다 보니, 결국 좋은 기사를 써줘도 보수적으로 광고를 집행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중공업·건설사 C 팀장

중공업·건설을 주력으로 하는 대기업 홍보실의 C 팀장도 잘 모르는 언론사 관계자와의 미팅 요청에 대해 “10중 8은 광고 목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근에는 신규 언론사뿐 아니라 기존에 광고를 집행하던 언론사 중에도 얼굴 붉히는 일이 잦아지며 ‘만나고 싶지 않은 언론사’가 많아지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얼마 전 중소형 일간지 S사의 광고국장이 차 한잔 마시자고 해서 만났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올해부터 연 광고 집행 비용을 1000만 원이나 인상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S사는 예전부터 광고를 잘해오고 있었는데, 불경기로 올해 회사 홍보예산을 줄이는 판국이니 그렇게 인상하는 건 무리라고 사정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S사에서 저희 회사의 위기를 주제로 연속보도를 한다면서, 3~5년 전 부정적인 이슈 끄집어내 자극적이고 비난 일색의 표현으로 기사를 올렸습니다. 다음은 최근 매출 부진이 오너 리스크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고, 경쟁회사는 잘하는데 너희 회사는 왜 못하냐는 식의 비아냥도 있었습니다.

새로 취재한 내용은 단 하나도 없이 그저 예전에 나온 내용을 끌어모아 화풀이하는 것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저희 회장님 사진을 모든 기사마다 위에 걸어놓은 것은 덤이었습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언론사와 힘들 때 같이 격려하고, 잘 될 때는 같이 잘됐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기분이라 언론사 미팅도 최대한 신중히 하는 중입니다.

악의적 기사가 올라오면 더 이상 전화해 기사 내려달라 사정하지 않습니다. 법무팀 통해 팩스를 보내고 말죠. 이렇게 불편한 관계가 된 것이 저도 안타깝습니다.”

C 팀장의 회사는 2024년 언론사 광고 집행 규모를 대폭 줄였다. 불경기에 회사 사정이 예년만 못하다 보니, 가장 만만한 홍보비 예산을 깎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언론사 매출에도 영향을 끼친다. 신규는 물론이고 기존에 광고를 잘 내던 곳마저 삭감 또는 보류 통보를 하게 된다.

기업 홍보실의 이런 결정은 비단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아무리 광고도 잘 내고 좋은 관계를 맺더라도 일간지 S사와 같은 언론사가 광고비 증액를 거부당하면 안 좋은 기사를 퍼붓다 보니, 다수의 다른 언론사마저 “광고해도 수틀리면 곧바로 적”이라는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광고비 아닌 소통 우선하는 언론사 만나고 싶다”

홍보인들은 회사의 좋은 이미지를 전파하고, 홍보 이슈에 대해 효과적이면서 파급력 있는 자료를 제작하며, 해명해야 할 이슈에 대해 최대한 자세를 낮춰 설득력 있게 입장을 전달하는 등 회사의 얼굴이 되겠다는 큰 포부를 갖고 홍보 업무를 시작했을 것이다.

항상 미소와 겸손함을 지니고 있던 홍보인들은 어느새 언론인을 만날 때마다 얼굴에 귀찮거나 경계하는 기색이 생겼다. 일부 기자의 무례한 태도, 홍보 업무를 하는 것인지 광고 집행 업무를 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언론사의 미팅 요청, 언론사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을지라도 ‘돈 주지 않으면 멈추지 않는’ 악의적 보도. 

이런 일부 언론의 비난받아 마땅한 행태가 홍보인들 사이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언론사’를 낳았는지도 모른다. C 팀장은 ‘만나고 싶어지는 언론사’를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희 홍보실도 꾸역꾸역 시간을 내서 언론인들을 꾸준히 만나고 있습니다. 회사에 주시는 관심에 보답하고 홍보에서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죠.

하지만 일부 기자님과 국장님들은 만나서 저희 말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제가 홍보할 틈을 주지 않아요. 그런데 또 만나고 싶겠습니까.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소통하면서 저희 홍보 업무에도 관심을 보이는 언론사와 꾸준히 좋은 관계를 맺으며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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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ff 2024-05-23 16:35:03
홍보부서 와서 돈주는놈이 을이 되는 신기한 경험하는 중

ㅇㅇ 2024-05-17 10:48:27
앞뒤없이 광고비 요청하는 언론사... 난갑하죠. 근데 언론 홍보는 원하면서 언론에 돈을 전혀 안쓰고 싶어하는 회사도 담당자로서는 난처합니다. 오랜 기간 도와둔 기자들에게 낯이 안서요.

^^ 2024-05-10 14:40:30
눈물 날 정도로 많이 공감 갑니다. 아니 무슨 돈 맡겨놓은 거도 아니고 정말 뻔뻔하게 아니 대놓고 광고비 달라는것을 넘어 이제 협박 아닌 협박까지 합니다. 누구네는 주고 우리는 안주고 누구네는 얼마주고 우리는 왜 적게주고 창간 10주년 20주년이 아니고 창간 11주년 12주년...18주년...32주년..머 다 창간축하 광고비 달라합니다.ㅋㅋㅋ

글쓰는 홍보인 2024-05-09 10:10:27
할많하않. 답이 없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