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거리 두는 '소버 라이프' 주류업계 제품군까지 바꿔
술과 거리 두는 '소버 라이프' 주류업계 제품군까지 바꿔
  • 이주희 (joohee@kpr.co.kr)
  • 승인 2024.05.22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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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보는 트렌드 ㉓ 알코올프리 웨이브, 소버 큐리어스

젊은 소비자 중심 저도수·무알코올 트렌드 '대학가에서도 강권 안 해'
개인 선택 존중으로 만족도 상승…SNS 상 소비 행동 변화도 두드러져
일상에서 알코올 섭취를 최소화하며 건강을 챙기려는 '소버 큐리어스' 트렌드는 주류 업계 제품군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더피알=이주희 | 최근 전 세계적으로 2030세대 사이에 술을 멀리하는 생활 방식인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가 유행하고 있다.

소버 큐리어스는 술을 멀리하며 건강하고 의식 있는 생활을 선택하는 트렌드로, ‘소버 라이프'(Sober Life)라고도 불린다. 이는 ‘술에서 멀어진 상태’를 의미하지만, 술을 완전히 금지하기보다는 일상에서 알코올 섭취를 최소화하거나 줄이려는 의지를 나타낸다.

이러한 변화는 건강과 웰니스, 헬시 플레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과 더불어 트렌드가 되었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sobercurious’ 같은 해시태그가 큰 인기를 끌며 확대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무알코올 음료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022년 무알코올 및 저알코올 카테고리는 110억 달러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으며, 2026년까지 2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유럽과 미국의 대형 맥주 회사들은 2025년까지 자사 글로벌 포트폴리오의 약 20%를 무알코올 맥주로 채우겠다고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이처럼 맥주 브랜드를 포함한 여러 음료사들이 비알코올 맥주 및 다양한 무알코올 음료 제품을 차례로 출시하며 소버 큐리어스 트렌드에 발맞추고 있다.

축제나 페스티벌에서도 무알코올 음료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미국에서 개최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트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에서는 무알코올 음료 브랜드 The New Bar와 협력해 무알코올 바를 설치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힙합플레이야 페스티벌 2023’에서도 맥주 브랜드 칭따오가 논알코올릭 라인의 공식 파트너사로 참여했다.

2024년 4월 14일 캘리포니아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트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더 뉴 바'의 무알코올 음료 메뉴. AP/뉴시스
2024년 4월 14일 캘리포니아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트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더 뉴 바'의 무알코올 음료 메뉴. AP/뉴시스

저도수∙무알코올 트렌드가 확산

코로나19로 인해 지인과의 모임이나 직장 내 회식이 줄고 집에서 음주를 하는 ‘홈술’과 홀로 음주하는 ‘혼술’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소주와 맥주로 대표되었던 주류 시장은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이 반영되며 다변화되었다. 고급 주류로 여겨지는 위스키와 와인을 편의점과 대형 마트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소비자들은 새로운 주류 문화를 형성하며 즐기고 있다.

실제로 위스키나 브랜디에 탄산음료와 얼음을 넣은 하이볼이 인기를 끌었고, 본격적으로 저도수 트렌드가 확산되었다. 이처럼 최근 국내외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저도수∙무알코올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으며, 마케팅 현장에서도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무작정 술을 끊는 것이 아닌, 술 없이도 즐겁게 노는 법을 의미하는 ‘소버 큐리어스’, ‘소버 라이프’가 확산되면서 국내외 주류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무알코올 주류에 대한 관심도 변화를 알아본 결과, 최근 6개월(2023년 9월~2024년 2월)간 관련 언급량은 12만 8595건으로 직전 6개월(2023년 3월~2023년 8월)간 언급량인 11만 1200건에 비해 약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알코올 주류 관련 관심도는 최근 6개월 간 직전 6개월 대비 더욱 증가했다.

아울러 무알코올 주류에 대한 주요 키워드 분석 결과, 상위 연관어로 ‘맛집’, ‘저녁’, ‘데이트’, ‘평일’ 등이 나타났다. 이를 통해 일상적인 순간을 알코올 없이 즐기고 싶어 하는 ‘소버 라이프’가 확산됨을 알 수 있으며, ‘맥주’, ‘하이볼’, ‘칵테일’ 등 주종에 대한 키워드를 통해 무알코올 주류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니즈를 확인할 수 있다.

'무알코올방', '음주 금지구역'이 뜬다

최근 소버 큐리어스 라이프스타일이 Z세대 등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대학교 문화도 함께 변화했다. 예컨대 마시지 못하는 술을 강권하는 음주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았던 대학교 신입생 대상 엠티 ‘새내기새로배움터'(새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오티)이 변화하고 있다.

동기들끼리 대량의 술을 나눠 마셔야 하는 의리주, 원치 않는 장기자랑 등을 대신해 모든 학우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보드 게임이나 각종 임무 수행 프로그램 등이 주요 행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알코올을 마시지 않거나 원치 않는 학생들이 모이는 ‘무알코올방’이 좋은 반응을 얻자 일부 대학에서는 매 행사에 '무알코올방', '음주 금지구역' 등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실제로 많은 대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무알코올방에 대한 반응을 알아본 결과, 긍정적인 반응이 약 93%로, 부정적인 반응과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추가 VOC 분석을 통해 무알코올방에 대한 긍정적 요인을 알아본 결과, 음주 여부에 대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분위기 변화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교 내 무알코올방에 대한 긍정률은 압도적인 수준이다.

블로그와 SNS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무알코올방을 언급할 때 ‘다양성’과 ‘존중’ 등의 키워드가 함께 언급됨으로써, 음주를 강권하던 과거 분위기와 달리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대학 문화나 분위기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각종 사건・사고를 유발했던 대학교 음주 문화가 경계 대상이 되었고, 무알코올방이나 음주 금지구역 등 술을 강권하지 않고도 행사를 즐기자는 취지의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학생들의 행사 참여도와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올해 진행된 새터 참가 신청서를 통해 음주 의사와 알레르기 여부 등 특이사항을 조사했고, 음주 의사가 없는 신입생들을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동국대학교 새터 기획단도 학과마다 주변을 살핀다는 의미의 ‘두리버너’로 활동할 학생을 따로 배치해, 과도한 음주 강요와 따돌림 등 인권침해 요소를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처럼 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소버 큐리어스 문화 확산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건전하고 즐거운 관계 맺기 경험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변화로 여겨지고 있다.

주류 업계에선 대형 브랜드든 소규모 양조장이든 저도수 트렌드에 편승하는 모양새다.
주류 업계에선 대형 브랜드든 소규모 양조장이든 저도수 트렌드에 편승하는 모양새다.

저도수 소주, 무알코올 맥주 인기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국내 주류 업계에서도 저도수 주류 제품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 최근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소주 신제품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었다. 진로 골드는 15.5도 ‘초저도수 소주’로 기존 16도의 ‘진로'(진로이즈백)나 ‘참이슬 후레쉬’, ‘새로’보다 0.5도나 낮은 저도수 소주로 이목을 끌었다.

한편 주류 회사의 저도수 제품 출시가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하이트진로만 하더라도 2010년 소주에 아스파라긴, 알라닌, 메티오닌, 글루타민, 글리신 등 5가지 아미노산을 넣은 15.5도 ‘즐겨찾기’를 출시한 바 있으며, 지방 주류 기업들은 한발 빠르게 저도수 소주 시대를 열었다.

부산과 경남을 대표하는 주류 기업인 무학과 대구와 경북을 대표하는 금복주는 각각 주력 소주 브랜드 ‘좋은데이’와 ‘깨끗한 아침 참’의 알코올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낮추었고, 충청권 주류 기업인 맥키스 컴퍼니는 14.9도 무가당 소주 ‘선양’을 선보이며 15도의 벽을 허물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저도수 바람이 불고 있고, 유명 주류 브랜드에서 무알코올 또는 논알코올 맥주를 다양하게 출시하면서 기술력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대형 브랜드 외에도 국내외 소규모 양조장에서 논알코올, 무알코올 맥주를 개발해 선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소버 큐리어스의 확산

20년 전만 해도 건강에 신경 쓰는 것이 유난스럽게 비쳤지만 이제는 자신을 챙기는 것이 멋있는 시대가 되었고, 사회가 점점 더 건강을 의식하기 때문에 전처럼 술 강권을 합리화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술을 강권하던 이전과 달리 자신을 챙기는 것을 멋있다고 여기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이 소버 큐리어스 트렌드의 핵심이다.
술을 강권하던 이전과 달리 자신을 챙기는 것을 멋있다고 여기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이 소버 큐리어스 트렌드의 핵심이다.

글로벌 데이팅 앱 틴더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젊은 싱글의 25% 이상이 작년과 비교할 때 데이트에서 술을 덜 마신다고 답했다. 아울러 틴더 회원의 72%는 자신의 프로필에 술을 아예 마시지 않거나 가끔만 마신다고 적었고, 맥주나 와인 등 주류 이모지 사용도 작년 동기간과 비교할 때 각각 40%,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틱톡에서도 알코올 없이 데이트 즐기는 방법을 소개하는 영상이 4만 건 이상 포스팅되었고, 맨정신 생활을 의미하는 소버 라이프(#soberlife) 태그는 18억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와 같은 소비자 행동 변화로 새로운 시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전 세계 주류 시장이 약 1조 달러(약 1189조 원)인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무알코올 시장은 여전히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요 주류 기업을 중심으로 무알코올 제품 생산에 열을 올리면서 2024년까지 무알코올 음료 시장 규모는 유럽에서만 60억 달러(약 7조 1300억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버 큐리어스의 확산으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알코올 없는 삶을 선택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13년부터 매년 1월 금주하는 ‘드라이 재뉴어리'(Dry January)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새해의 산뜻한 새출발을 위해, 연말 모임 등으로 과도한 음주가 이어졌던 12월에 악화된 건강을 1월 한 달간 금주로 되찾고자 하는 것이 캠페인의 주요 골자다.

많은 젊은 세대가 소버 큐리어스를 채택함에 따라 음료 브랜드들은 알코올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탄산수를 출시하는 등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변화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발맞춰 국내외 주요 주류 회사에서 무알코올∙논알코올 음료를 출시하면서 소버 큐리어스를 위한 선택권이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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