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의 뉴 패러다임
기자회견의 뉴 패러다임
  • 김민지 기자 (mjk@the-pr.co.kr)
  • 승인 2024.05.2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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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기자회견으로 뉴스창 달궈진 한 달…전문가들 “본질은 소통”

전통 미디어 대신 뉴 미디어 장악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
불통 이미지 벗고 언론 다시 챙겨보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더피알=김민지 기자 | 근래 가장 화제가 된 기자회견을 꼽으라면 단언컨데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기자회견이 뽑힐 것이다.

기자회견은 주최자가 현안에 대한 논리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보통 철저한 사전 준비를 거친다. 대개는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되지만, 민 대표의 기자회견은 그와 정반대였다.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기자회견은 민희진 전후로 나뉜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럼 기자회견이 이런 ‘허심탄회’한 트렌드로 바뀌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기자회견의 형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기자회견을 송신자의 의도대로 확실하게 주도했는지, 그 전략이 제대로 통했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강조했다.

최근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도 이러한 이유로 평가가 엇갈렸다. 현 이슈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것을 의도로 삼았다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예상해볼 수 있으나,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데는 실패했다는 견해가 다수 존재했다.

기자회견으로 뉴스창을 연일 달군 한 달이었다. 각 기자회견이 어떤 특이점을 갖고 있기에 이슈를 불러일으켰는지, 의도에 맞게 성공했는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4월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연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회사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를 공개하면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 미디어에서 ‘팬덤’ 만들어 승기 잡았다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은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깼지만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사례로 평가 받았다.

전문가들은, 정돈된 분위기로 기자들에게 우호적으로 접근하는 보통의 기업 기자회견과는 분명히 다른 특이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초반에는 사진 촬영을 자제해달라고 하자 사진 기자들이 “취재를 오라고 해서 왔는데 나가라는 것이냐”고 하면서 소동이 있기도 했다. 철저한 사전 준비로 진행되는 통상적인 기자회견과 비교하면 언론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행사였다.

그럼에도 민 대표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전통적 미디어 외에 ‘뉴 미디어’에서 형성된 팬덤 덕분이었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는 “이전에는 사람들이 언론사, 방송사를 통해 뉴스를 소비했다면, 이제는 온라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그 안에서 오가는 평가를 먼저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그 평가들은 이어 채널 내 이용자 사이에서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을 보고 ‘속 시원하다’, ‘하이브 대신 이제는 민희진을 지지하겠다’ 등의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뿐 아니라 그의 파격적인 행동은 ‘밈’으로 제작돼 회자되기도 했다.

강 대표는 “레거시 미디어에서 분리된 여론이 존재하고 이들에게 통했기에 여타 기자회견과는 다른 상황을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없던 관심도 생겼다…이것 또한 전략?

자신의 편을 구축하려 했던 것이 민 대표의 의도였다면, 이번 기자회견의 파격적인 형식은 하나의 전략으로 통했다고 평가된다.

한편 이러한 형식 특성 상 국민들의 이목이 더 집중되고 추가 취재가 계속 이어지도록 하는 역효과를 낳기도 했다.

강 대표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의도 중에는 사안에 대해 해명해 추가 이슈가 더 생기지 않도록 하고, 미디어의 후속 취재를 줄이게 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기도 하다”면서 “민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에는 더 많은 버즈량이 일어났고, 민 대표가 언급한 이슈들을 미디어가 더 눈여겨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가적인 이슈가 좋은 것인지는 주최자의 전략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자회견에 입고 나타난 의상은 이후 뉴진스 신곡 티저 속 민지의 패션과 비슷해 또 다른 홍보 효과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기자회견이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흐름을 만들어낸 점에서는 어도어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강 대표는 “기자회견이 끝나고도 많은 이야기들이 언급되고 있는데 좋은 것인지는 어도어 측에서 고민해야봐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윤 대통령, ‘불통’ 이미지 벗으려 노력했다

대통령의 자리로 연단에 서는 만큼 민 대표의 기자회견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는 없지만, 윤 대통령 역시 이번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소통’ 수단을 적극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사전에 정해지지 않은 질문을 받는 것에 꺼려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9일 진행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이었다. 2023년에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신년 기자회견을 열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것도 2022년 11월 도어스테핑(약식 문답) 이후로 이뤄지지 않다가 지난달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인선하는 자리에서 재개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주제 제한 없이 자유롭게 받겠다”고 공표하면서 “언론과의 소통 접점을 넓히겠다”고 했다. 기자회견 이후에는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진솔하고 허심탄회한 입장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고 밝히면서 소통을 향한 윤 대통령의 진정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소통’ 전략 통했나?

이러한 노력에도 기자회견 이후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1%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쳐 지지율에 큰 반등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오해의 지점을 명확하게 풀어내지 못해 첨예한 소통을 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의혹에 정면 돌파했다면 국정 지지도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왜 특검을 거부하는지 국민을 설득하려면 그 명분이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숨길 게 없다는 자세를 보여야 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1년 9개월 만에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제한된 답변 밖에 나올 수 없었던 것은 답변의 배경이 되는 논리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평도 있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는 “답변이 사실 전달보다 일부의 맥락과 배경만 호소한 것이라면, 답변하기 어렵고 방어 논리가 충분치 않은 상황이었기에 그런 형식을 보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기자회견은 지속되는 국정 기조 속 주기적으로 이어지는 행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발성의 의미도 덜하다. 그만큼 듣는 이들의 인식을 ‘한 방’으로 바꾸려는 것보다 소통의 자리를 자주 여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익명의 PR 전문가는 “소통하는 자리를 여는 빈도를 높이는 것, 즉 궁금증 한 두 가지라도 더 심도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답은 없다, 대신 ‘왜’ 하는지 고민하자

전문가들은 소위 ‘쇼’ 같은 기자회견이 등장했어도, ‘허심탄회’라는 방향으로 기자회견 트렌드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한 PR 전문가는 “중요한 것은 맥락이고 정해진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송신자의 의도, 성격, 상황에 따라 형식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형식이 어떻든 의도에 맞게 흐름을 만들어냈다면 성공한 것이라고 말한다.

강함수 대표는 “정제된 언어를 사용했든 아니든 본인이 밝히고 싶은 사실관계로 충분히 해명했다면, 그게 본인의 의도였다면 전략대로 잘 수행한 것”이라고 했다.

즉, 기자회견은 현안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변화를 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그것이 의도한 방향으로 이어졌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회견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해 이정환 대표는 “가장 불편한 이슈를 원하는 방식을 주도하는데 성공하는 것이 기자회견의 핵심”이라고 답하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예상 가능한 모든 질문을 뽑아 가장 공격적인 질문에 정면 대응하는 훈련을 하거나, 약점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여론을 반전시키는 등의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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