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희극을 사랑하는 송승환, ‘웃음의 대학’에 서다
진심으로 희극을 사랑하는 송승환, ‘웃음의 대학’에 서다
  • 김영순 기자 (ys.kim@the-pr.co.kr)
  • 승인 2024.05.2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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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력과 기억력을 총동원해 연기하니 웃음의 질이 달라요”

더피알=김영순 기자 ㅣ아역배우로 시작하여 59년, 한 사람의 인생과도 같은 시간 동안 연기 경력을 쌓은 배우가 있다. 바로 송승환이다.

2021년에 '더 드레서' 공연을 마지막으로 코로나 사태 속에서 무대를 떠나야 했던 그가 2년여 만에 다시 무대에 섰다. 그가 고른 작품은 미타니 코키의 대표작으로 유명한 ‘웃음의 대학’.

1940년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웃음의 대학’은 태평양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희극을 없애려는 검열관과 어떻게든 공연 허가를 받기 위해 대본을 실시간으로 수정하는 작가와의 갈등을 유쾌하게 다룬 작품이다.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습실에서 열린 라운드 인터뷰에서 배우 송승환은 '웃음의 대학' 작품에 관해 담박한 속내를 밝혔다. 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9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 ‘웃음의 대학’은 검열관 역에 송승환과 서현철, 작가 역에 주민진, 신주협이 캐스팅되어 5월 11일부터 6월 9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이다.

“나이가 더 들면 검열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 같았어요. 검열관이 일부러 웃음을 유발하려는 장면이나 대사가 없어서 대사에 집중할 수 있었고, 코믹한 표현을 만들 필요 없이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해 더 마음에 들었어요.”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던 걸까. 그간 송승환의 일신에는 신체적 문제가 생겼다.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각장애 4급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시간 40분 동안 펼쳐지는 무대 위에 서겠다는 송승환의 의지는 강했다.

이는 5월 17일에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습실에서 가진 언론사 라운드 인터뷰에서 “상대 배우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으니 귀로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서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는 “대본을 눈으로 못 보니 들으면서 암기해야 한다”며 무대 위 작은 소품들의 위치도 확인하면서 ‘웃음의 대학’ 검열관 연기를 숙달하고 있다.

청력과 기억력을 총동원해 감성으로 극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스스로 대사를 잘 외는 편이라고 평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대본을 외기가 힘들었고 6주 동안의 리허설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검열 속에서 더 강해진 인간애 그리고 웃음

‘웃음의 대학’의 스토리는 “검열”이라는 시대적이고도 압제적인 장치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70년대 독재 정권 시기에 연극을 처음 시작한 송승환에게는 남달리 다가오는 소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 그는 아역 배우를 거쳐 성인 연기에 본격적으로 도전할 때였던 21살이었다.

76극단을 통해 연극 무대에 올라간 그는 당시 공연하는 작품들은 검열 심의를 받아야 했다고 회상했다.

“대사에 빨간 줄이 죽죽 그였다. 페이지 전체가 그런 적도 있고, 대사에 구체적으로 첨삭된 것도 있었다”는 그는 검열을 피하기 위해 내용을 수정해야 했고 비유와 은유에 능숙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야말로 ‘웃음의 대학’과 같은 내용의 현실이었다.

‘웃음의 대학’은 그러한 엄혹한 현실에서도 인간애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 송승환이 연기하는 검열관은 단순히 작가를 검열이라는 시스템을 동원해 찍어 누르기만 하는 단순한 인물로만 그려지지 않는다.

그는 공권력을 휘두르며 예술가의 자유를 억압하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연극에 빠져들어서 적극적으로 연극 대본을 수정하면서 작가와 교감하게 된다. 사회 시스템의 일부로만 살아가던 그가 인간성에 눈 뜨면서 극은 더 유머러스해지고 복잡미묘한 감정과 의미들의 성찬이 된다.

‘웃음의 대학’이 세계적인 공연 스테디셀러가 된 것은 그 이야기에 인간성 회복과 역사적인 보편성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송승환은 5년 전 시각장애 4급 판정을 받았다. 그는 눈이 아닌 귀로 대사를 외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담담하게 말한다.사진=전재현 포토그래퍼

멀티 예술가, 유튜버가 되다

송승환은 ‘웃음의 대학’에서 2030 관객과 5060 관객의 반응이 다르고, 젊은 사람은 작가에게, 나이 든 사람은 검열관에게 더 감정이 쏠릴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위 세대차이라는 현상을 선선히 인정하는 사람이다. 물론 그러한 구분은 누가 옳고 그르다가 아니라고 부연했다. 그 또한 변화하는 시대를 꾸준히 쫓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PMC프러덕션을 운영하는 오랜 경력을 가진 제작자이자 초장기 공연작이 된 난타 기획자, 그리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총감독을 맡아 성공적인 시작과 마무리를 지은 연출가이기도 한 멀티 예술가이며, 또한 25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기도 하다.

그가 유튜브 채널 ‘송승환의 원더풀 라이프’를 하기로 한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코로나 때문이다. 공연을 못하게 된 상황에서 주변에서 유튜브를 한다고 하니 그도 시작하게 됐다.

예술가들을 기록하는 영상 아카이브로 유튜브를 운영하자고 결심한 그는 오현경을 시작으로 박근형, 현미, 정훈희, 서인석, 전유성 등 40여 명의 예술가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올렸다. 그는 앞으로도 유튜브를 꾸준히 운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중간 박수도 두 번이나 받았다고 매우 좋아하는 배우 송승환은 '웃음의 대학' 공연 보러 오시면 웃음이 쏟아진다고. 사진= 전재현 포토그래퍼.

계단이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 …여전히 바빠

어려서부터 연기를 한 송승환은 집보다 무대나 스튜디오가 편하다고 말한다. 그가 시력 문제에도 불구하고 무대를 떠나지 않고 여전히 연출자, 기획자로 살아가는 것은 그 생활이 그에게는 공기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한 자신이 만든 회사에 대한 책임의식도 있다.

코로나 3년은 공연계 사람들에게는 악몽 그 자체였던 시간이었다. 그는 PMC프러덕션 또한 코로나 첫 해에 70억, 이듬해에 30억 적자가 날 정도로 위기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행히 작년에 적자를 메웠고, 명동에 있는 300석짜리 난타전용극장에는 다양한 국가의 해외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덕분에 공연도 다시 시작하게 되어 ‘웃음의 대학’이 끝나면 7월부터 ‘뮤지컬 정글북을 올린다.

2024 파리 올림픽이 열리면 KBS와 함께 개폐막식 행사 해설을 하고, 올림픽이 끝나면 파주 북앤컬처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그리고 10월부터는 코로나 때문에 중단해야 했던 ’더 드레서‘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그야말로 올해 말까지 꽉 찬 스케줄이다.

그는 그래도 힘들다는 말을 못한다고 말한다. 여전히 연극 무대에 서서 노익장을 과시하는 이순재, 신구와 같은 선배들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장관 제안을 받았던 적이 있지만 체질에 안 맞다며 고사한 그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삶이 편하다.

“양복과 넥타이는 불편하다”고 말하는 그를 보니 앞으로도 송승환이라는 이름은 무대와 페스티벌 현장의 뜨거운 생기와 함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장애도 막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젊음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그의 도전을 앞으로 좀 더 오래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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