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보면 CEO가 보인다
광고를 보면 CEO가 보인다
  • 염지은 기자 (senajy7@naver.com)
  • 승인 2010.08.04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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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CEO 입맛 따라 기업광고 ‘왔다 갔다’

광고대행사가 광고 제작 시 각종 데이터에 의거해 모델을 선정하고 광고를 집행하지만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 오너나 CEO의 성향이 반영되는 경우도 많다.

오너나 CEO의 말 한 마디로 광고모델이 정해지는가 하면 이들의 출.퇴근 동선이나 즐겨 보는 매체 종류에 따라 광고가 집행되기도 한다. 직접 광고 제작에 뛰어 들거나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등 오너 2세들의 광고 사랑도 각별하다. 오너와 광고, CEO와 광고, 그 야릇한 관계 속으로 들어가 봤다.

 

오너 CEO 낙점 후 광고모델 발탁?

8월부터 소망화장품의 전속모델로 방송을 타는 탤런트 이다해는 오너 강석창 사장이 직접 발탁한 케이스. 강 사장은 KBS2 TV드라마 ‘추노’에 나온 이다해의 피부가 너무나 고운 것을 보고 옛날사람 같지 않게 메이크업이 너무 잘됐다는 등의 비난 여론에도 불구, 직접 결정했다고. 소망화장품측은 이다해가 동양적인 이목구비와 청순함, 서양적인 세련미와 섹시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으며 지적인 이미지와 깨끗한 피부 또한 소망화장품의 모델로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며 모델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올 초 LG생활건강이 새로 선보인 줄기세포 화장품 ‘오휘 더 퍼스트’와 태반 화장품 ‘이자녹스 테르비나’의 모델로 각각 발탁된 이효원과 오연수도 차석용 대표의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선덕여왕을 통해 보여진 이요원의 고풍스럽고 우아한 이미지, 고급스럽고 신뢰감 있는 오연수의 이미지가 프리미엄 화장품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는 판단 아래 낙점됐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말 전파를 탄 이후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대우증권 다이렉트 보험 TV 광고모델 이효리도 평소 그녀의 팬이던 임기영 사장의 의중이 적극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패밀리가 떴다’에서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인기를 끈 이효리가 대우증권의 ‘다이렉트’ 이미지와 잘 맞았던 것. 광고는 증권사로는 이례적인 빅모델 박탈이었던데다 일반적인 보험 CF와 다르게 패션 광고처럼 튀는 내용으로 젊은 고객들을 유치하는 데 성공해 이슈가 됐었다. 

그의 출퇴근 동선 따라 광고 집중

오너가 출퇴근하는 동선을 따라 광고를 집중 집행하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김연아를 모델로 한 매일유업의 현재 서울역 옥외광고는 김정완 회장의 출퇴근 동선을 따라 설치한 광고판이라고.

모 정유회사 옥외광고 및 버스광고도 ‘왜 우리 광고가 잘 보이지 않느냐? 광고를 한 것이 맞냐?’는 CEO의 질책에 따라 CEO의 출퇴근 동선에 따른 버스 노선을 파악해 다시 광고를 집행했다는 것. CEO의 행동 반경과 광고 타깃층 동선이 다른데도 CEO의 눈을 의식한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었던 셈이다.

아울러 현대의 옥외 광고판은 과거 고 정주영 회장의 출근길을 따라 줄지어 늘어섰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신갈 구간에 옥외광고가 집중 배치된 것도 기업 오너들의 골프장이 집중됐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오너 CEO가 아는 매체라야 OK!

광고 집행 매체가 데이터상 아무리 효과가 있어도 오너나 CEO가 못 들어본 매체면 광고를 집행하기는 어렵다. 반면, 오너와 CEO가 즐겨보는 매체에는 광고가 집행되게 마련이다.

그중 LG그룹 구본무 회장이 즐겨보는 모 타블로이드판 주간신문에는 LG 광고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BS-TV 밤 8시 뉴스의 매일유업 시보 광고도 김정완 회장이 빼놓지 않고 즐겨보는 뉴스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매일유업측이 광고를 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광고팀이 아무리 하이 클래스를 타깃으로 한 좋은 매체라고 설명해도 해당 매체를 접해보지 못한 CEO로서는 ‘NO’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이후 호텔로비에서 한번 보고 나면 광고 담당에게 전화해 해당 매체 광고 집행을 해도 된다고 번복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모 대기업그룹 오너는 회사 차원에서 집행되는 거의 모든 광고에 대해 일일이 간여하며 직접 핸드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광고모델로 직접 나서

CEO는 웬만하면 광고에 직접 출연을 하지 않지만, 회사를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광고 모델로 직접 나서는 사례들도 왕왕 있다.

교보악사손해보험은 광고 콘티 제작 단계에서부터 CEO가 출연할 수 있게 항상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프랑스인 기 마르시아 사장은 외국계 손해보험회사라는 거리감을 좁히고,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2007년부터 직접 자신이 광고모델로 나서는 것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FnC코오롱 제환석 전 대표는 남성복 시장의 불황 타개책이 필요하다는 제안으로 지난 2008년 자사 브랜드 캠브리지멤버스의 모델로 나서 화보 촬영을 하기도 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도 2006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자사 ‘초코파이 정(情)’ 광고에 출연, 노타이 차림으로 창틀에 턱을 괴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로 시작되는 초코파이 주제가를 불렀다.

샘표식품 박승복 회장은 지난 1985년 소위 ‘간장파동’이 터지자 고심 끝에 기업인 최초로 TV광고에 직접 나서 호소, 소비자들의 마음은 움직이며 간장 파동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현대중공업은 고인이 된 창업주 정주영 명예회장을 등장시킨 광고를 만들어 내보내고 있다.

“오너 심기, 건드리지 마!” 

 

고현정씨의 광고모델 사진은 신세계백화점이나 이마트, 신세계몰 등에서는 찾아볼 수 없어 정용진 부회장의 전 부인이라 사진을 게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최근엔 랑콤 모델인 그녀의 사진을 다른 쇼핑몰과 달리 유독 신세계몰에서만 볼 수 없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고 지난 2005년엔 LG전자 모델인 그녀의 사진이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서 찾아볼 수 없어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고현정씨가 옥션 광고모델로 활동하며 ‘마트 대신 옥션’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TV 광고 내용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때 대형 마트 1위 업체인 신세계 이마트가의 며느리였던 그녀가 마트를 버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 옥션측이 특정 업체를 연상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고현정씨가 지면광고에서 들고 있는 ‘마트’의 색깔은 이마트의 상징색인 노란색이었다.

오너가 2,3세들의 광고사랑

오너 2, 3세들의 광고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 직접 광고회사를 소유하거나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박용만 두산 회장의 장남 박서원씨(32)는 광고 디자인 전문회사 빅 앤트 인터내셔널 대표로 광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옥외 반전 포스터로 세계 5대 광고제를 휩쓴데 이어 최근 세계 3대 광고제중 하나인 원쇼(2010 One Show)와 클리오(Clio Awards) 광고제 본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유명 광고제 수상을 석권하며 메이저 광고 디자인 전문회사로 성장했다.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의 큰 딸인 박혜원(48) 두산매거진 상무는 그룹 내 광고 및 각종 마케팅을 총괄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씨(27)는 한진그룹의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실(IMC)을 맡아 그룹 광고 업무를 하고 있다. LG애드에서 광고, 홍보 업무를 하다가 지난 2007년 3월부터 한진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 이서현(37) 제일모직 전무는 올 초 제일기획 전무도 겸직하며 패션·광고 사업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이 전무는 2002년 제일모직 부장으로 입사했다.

정용진(43) 신세계 부회장은 신세계백화점의 광고와 마케팅 부문 자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병철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서는 호암의 친필 휘호인 ‘고객제일(顧客第一)’을 내세운 신문 광고를 직접 제안하며 외할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나타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맏딸 정성이 이노션 고문(47)은 그룹 광고계열사인 이노션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대주주(지분 40% 보유)이자 등기이사로서 광고 수주 및 인사 등에 직접 관여하며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편, 오너 일가들은 상당부문 지분 보유를 통해 광고회사의 경영자로 참여하고 있다. 롯데 계열 대홍기획은 신격호 회장의 맏딸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6.24%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신 회장을 비롯해 영자, 동주, 동빈 3남매가 모두 이사로 등재돼 있다. 엘베스트는 LG 구 씨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구본천 사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구 사장은 LG 지주회사인 (주)LG 주식을 4만 주 보유하고 있다.

상암커뮤니케이션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여동생인 박현주 부회장과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차녀 임상민씨가 각각 75%와 17%를 보유하고 있다. 한컴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부인 서영민씨가 30.13% 지분을 갖고 있다. 농심기획은 신춘호 농심 회장의 아들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딸 신현주 농심기획 부사장이 각각 10%, 4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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