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 대한민국, ‘헬스컴’에 답이 있다
자살공화국 대한민국, ‘헬스컴’에 답이 있다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13.02.14 09:4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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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더피알=유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1등이 참 많다. 반도체 생산량이 그렇고, 초고속 인터넷 가입률이나 LTE 기술의 활용도 세계적이다. 전후 필사적으로 일궈낸 경제회복의 속도도 틀림없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 싶다. 하지만 이처럼 자랑스러운 1위들 말고 대단히 불명예스러운 1위도 있다. 대표적 항목이 바로 세계 최고의 자살율이다.

우리나라는 OECD 34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자살율을 기록하고 있다. 무려 8년째 1위다. 연간 인구 10만명 당 31.7명이 자살하고 있으며, 이는 회원국들의 평균 자살율 보다 3배나 높은 수치다. 한 동안 자살 공화국의 오명을 지녔던 일본은 10만명 당 자살자가 21명 수준으로 떨어져 우리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살은 이미 우리나라 전체 사망 원인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한다. 2001년 사망 원인 8위였던 자살은 2011년에는 암, 뇌혈관 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이같은 비극적인 상황은 자살을 예방하고 방지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2013년 우리나라의 주요한 헬스커뮤니케이션(이하 헬스컴) 주제가 돼야함을 웅변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자살이야말로 여타 건강 관련 이슈들에 비해 개인의 정신적 요인과 주변 사람들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영역이다. 따라서 그 어떤 건강 관련 주제보다도 헬스컴이 적극적으로 적용돼야 하는 분야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증가일로에 있는 자살율을 낮추고, 자살의 무차별적 만연을 막기 위한 헬스컴에는 어떤 구체적 사안들이 있을 수 있을까.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이슈는 일반인들의 자살을 부추기는 유명인 자살에 대한 무분별한 보도 행태다.

유명인 자살에 대한 무분별한 보도, ‘베르테르 효과’ 유발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이 자살을 감행하고, 각종 미디어가 무차별적으로 보도한 다음 일반인 자살이 특히 증가했던 사례는 다양하게 보고된 바 있다. 물론 엄격한 실험방법에 의해 뚜렷한 인과관계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의 상관관계가 존재함은 익히 알려진 상황이다.

연예인 등 유명인의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미디어는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게 해당 사건을 보도한다. 자살의 구체적 방법에 대한 설명, 사건이 발생한 장소 묘사, 자살전후의 행동들에 대한 상세한 서술 등이 미디어에 의해 대중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같은 무차별적 보도에 의한 ‘베르테르 효과’(유명인의 자살에 동조 자살하는 현상)가 자살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자살 관련 보도가 초래하는 이같은 부정적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언론사협회 및 자살예방협회에서는 지난 2004년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관련 연구에 의하면, 현재 언론들은 자살사건 보도 시 권고기준을 엄격하게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자살보도들은 포함하지 말라고 권고된 사항들을 싣고, 포함을 요망하는 내용들은 싣지 않는 심각한 상태다.

따라서 자살사건 보도들의 현 실태를 다루는 연구를 더욱 활발하게 진행해 발표 및 공론화시킬 필요가 있다. 또 자살 관련 주요 기관인 자살예방협회와 보건복지부 등이 실행하는 감시 및 결과 공시 기능들이 더욱 확대돼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들은 자살의 증가를 막을 수 있는 간접적이지만 중요한 헬스컴적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상정할 수 있는 자살예방 헬스컴 방법은 공익광고의 확대이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 OECD 국가 중 자살율이 가장 높았다. 이같은 심각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일본은 국가적 차원에서 자살을 예방하고 방지하는 활동들을 적극 전개했다. 물론 시행한 수단들의 종합적 노력에 의해 자살율 감소라는 결과가 달성됐겠지만, 일본 정부가 특히 역점을 둔 사업은 바로 공익광고의 활용이었다.

일본은 자살율이 최고조에 이르던 당시 ‘아빠, 잘 주무시고 계세요?’라는 키워드에 의한 공익 캠페인을 장기간 전개했다. 중년 남성의 자살이 빈번하던 상황을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적극 반영해 캠페인을 실시한 것이다. ‘2주 동안 불면이 지속되면 위험 신호입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반드시 받으세요! 가족 등 주변의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도 잊지 마시구요!’ 라는 메시지를 포함한 공익광고를 제작, 실제 긍정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하는 자살예방 캠페인은 지속적·장기적 전략이 적용되기 보다는 간헐적이고 일회성인 경우가 더욱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사용된 슬로건이나 키워드가 대중에게 기억될 만한 캠페인은 전무했던 실정이라고 볼 수 있다.

예산 등 실제적인 제약이야 있겠지만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에서 자살 만연의 심각성을 더욱 강력하게 인식해 전략적이고 지속적인 공익광고 캠페인이 집행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요한 자살 취약계층은 누구이고, 그들에겐 어떠한 메시지가 가장 효과적일지, 어떠한 구조의 공익 캠페인이 목표 공중의 심리변화와 행동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지에 대한 토론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캠페인, 앱, 멘토콘서트 등…전략적·지속적 헬스컴 고려돼야

또 한 가지 자살예방과 관련해 추천될 수 있는 헬스컴 수단은 청소년 등 젊은층의 자살예방을 위해 고려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 활용이다. 여타 계층의 자살도 물론 안타깝지만, 특히 청소년 등 젊은층의 자살은 해당 사회의 비건전성을 대변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는 사고나 질병이 아닌 개인과 사회의 정신적 건강과 밀접한 자살이다.

청소년의 자살예방을 위해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 옵션들은 다양하겠지만, 최근 각광받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및 보급은 어떨까 한다. 현재 자살예방을 주제로 하는 어플은 여타 건강 관련 어플의 숫자에 비교하면 너무나 부족하다. 일선 앱스토어에서 자살예방과 관련된 어플을 검색해보면 대단히 적은 수가 검색되며, 그마저도 군인 등 특정한 그룹만을 타깃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활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만약 그들이 구입하는 스마트폰에 청소년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한 자살예방 어플이 개발돼 기본으로 장착되면 어떨까? 보다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청소년들에게 생명에 대한 존중과 우울증 탈출, 위기 시 도움을 구하는 방법 등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자살예방 관련 헬스컴이 고려될 수 있다. 다양한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연예인들이 진행하는 멘토 콘서트도 기획될 수 있고, 자살예방과 관련된 온라인 게임도 상상할 수 있으며, 학교 내에 집중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인터렉티브 자살예방 포스터, 학내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서로를 챙겨줄 수 있는 환경을 홍보하는 소통 캠페인 등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자살예방 활동은 반드시 철저한 전략에서 비롯돼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이며, 관련 주체들이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믿는다. 2013년 계사년엔 자살율을 뚝뚝 떨어뜨릴 수 있는 다양한 헬스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되기를 고대한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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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걱정 2013-02-20 11:18:22
얼마나 힘들어서 그럴까 싶지만, 정말 자살은 안됩니다!!!

한심한 것들 2013-02-20 23:21:51
자살이 한 두가지 이유로 일어나나. 썩어빠진 사회 계층화 탓. 무능력한 정부 탓. 그리고 젤 중요한 건 자신의 무능 탓. 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