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홍보 1세대, 홍보 일선에서 물러나다
기업 홍보 1세대, 홍보 일선에서 물러나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02.2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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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간 한 우물…홍보 기틀 닦은 주역들로 평가받아

[더피알=강미혜 기자] 올해 주요 기업들의 임원 인사는 홍보맨들의 약진과 더불어 ‘홍보 1세대’의 퇴진으로 요약된다. 정상국 LG그룹 부사장을 비롯해 장성지 금호아시아나그룹 부사장, 이길주 KT 부사장, 장영호 LS전선 상무 등 베테랑 홍보인들이 대거 일선에서 물러난 것. 20~30년간 홍보 한 우물을 파며 기업홍보의 한 획을 그은 1세대 홍보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 LG 홍보의 산증인 정상국

지난 연말 현직에서 물러난 정상국 전 LG그룹 부사장(60)은 명실공히 LG 홍보의 ‘산증인’이다. 25년간 LG 브랜드 관리와 대내외 홍보 업무를 맡으며 기업 이미지 제고에 크게 기여했다.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1978년 LG화학에 입사했다. 이후 LG구조조정본부 홍보팀장과 LG전자 홍보팀장을 거쳐 1998년부터 LG그룹 홍보팀장으로 재직하며 그룹 홍보를 총괄했다.

특히 정 전 부사장은 세련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치밀한 전략으로 LG 홍보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 각종 현안과 이슈를 분석, 알기 쉽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갖췄으며, 일선 취재기자 중심의 발로 뛰는 홍보로 오랜 세월 LG의 입으로 톡톡히 활약했다.

대외적으로도 폭넓은 행보를 보였다. PR협회 회장과 전경련 경제홍보협의회 운영위원, 한국광고주협회 운영위원장 등 주요 홍보단체의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2002년 한국PR협회 올해의 PR인상을 받았으며, 2007년 제40회 과학의날 과학유공자 국민포장, 2011년 한국참언론인 대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 인간미 넘치는 홍보계 맏형 장성지

장성지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부사장(60)도 30년 홍보생활을 뒤로 하고, 지난 연말 인사에서 그룹 경영 상근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 고문은 털털하고 인간미 넘치는 홍보 스타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삼성전자 홍보과장과 아시아나항공 홍보팀장을 거쳐 2002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적을 옮겼다. 이후 홍보 상무·전무 등을 역임하며 그룹 홍보 총책을 맡아 대내외 커뮤니케이션활동을 진두지휘했다.

2008년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이미지를 ‘아름다운 기업’으로 재정립하며 기업이미지 제고에 앞장섰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한국PR협회 선정, 올해의 PR인에 선정됐다. 또한 2009년엔 희망 찬 메시지로 서로를 응원하는 ‘함께 만드는 좋은 날’ 광고로 한국광고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엔 한국PR협회 부회장직을 맡아 기업 홍보의 저변 확대에 힘썼다.

󰋻 통신 홍보의 달인 이길주

이길주 전 KT 부사장(58)은 통신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홍보인이다. 27년간 KT 홍보 업무를 담당하다 최근 KT문화재단 이사장으로 발령받고 홍보계를 떠났다. 이 이사장은 1976년 체신부에 입사, 공사 전환 이후 남인천 전화국장 이력을 빼놓곤 줄곧 KT 홍보실에서만 일했다. 홍보팀장과 언론홍보팀장을 역임했으며 2006년 홍보실장직에 올라 6년 간 KT 홍보를 이끌었다.

그의 홍보 철학은 언론의 언어를 회사의 언어로 바꿔 회사에 전달하고, 회사의 언어를 언론의 언어로 바꿔 언론에 전해주는 것. 그런 만큼 사람과의 관계, 진정성 있는 소통을 중시한다.

지난해 한국PR협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한 이 이사장은 오랜 세월 PR업무를 수행하면서 KT가 국내 정보통신기술업계의 대표주자로 자리잡는 데 기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 받아 같은 해 올해의 PR인에 선정됐다. 그에 앞서 2009년엔 국민광고대상 광고홍보인상과 한국광고대상 광고인대상을 받았다.

󰋻 학구파 박사 홍보맨 노순석

노순석 전 한국투자증권 홍보담당 전무(60)도 지난해 고문직으로 물러나며 후배들에 홍보 바통을 넘겨줬다. 노 고문은 높은 학구열로 2010년엔 박사학위를 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1985년 데이콤(현 LG유플러스) 홍보실 근무를 시작으로 홍보와 첫 인연을 맺었다. 데이콤에서 홍보실장과 홍보 이사를 지낸 뒤, 2002년 9월 팬택계열 홍보실로 자리를 옮겨 홍보 상무를 역임했다. 이후 2005년 한국투자증권으로 이동해 홍보본부장으로서 증권사 홍보 전반을 총괄했다.

홍보뿐만 아니라 광고 부문에서도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다. 데이콤 시절인 1991년 탤런트 최불암씨를 모델로 한 국제전화 광고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으며, 1996년 탤런트 전원주씨가 등장하는 코믹한 콘셉트의 국제전화 002 광고도 히트를 쳤다. 한국투자증권으로 옮겨선 ‘TRUE FRIEND’ 콘셉트로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대외활동에도 활발해 대한카누연맹 홍보이사, 한국통신학회 홍보이사 등을 맡았으며 2010년엔 한국PR협회 부회장에 선임됐다. 2007년 한경광고대상 광고인대상과 2008년 매일경제 광고대상 올해의 광고인상 등을 수상했다.

󰋻 홍보계의 유머 뱅크 성장경

성장경 남양유업 전무(61)는 지난해 홍보 일선을 떠나 남양앤와이엠 대표로 재직중이다. 경기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75년 남양유업에 입사한 그는 1987년 홍보실장을 지냈으며, 2002년 홍보담당 상무를 거쳐 2007년부터 영업홍보총괄 본부장을 역임했다.

30여년간 홍보업계에 몸담은 성 전 전무는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과 탁월한 패션 감각을 자랑하며 ‘PR계의 멋쟁이’로 불렸다. ‘유머 뱅크’라는 별칭도 있다. 수첩에 수백여개의 유머아이템을 넣고, 상황별 대상에 따라 웃음포인트를 날리는 센스로 명성이 자자했다.
 
성 전 전무는 홍보인이 갖춰야 할 최고의 덕목으로 신뢰를 영순위로 꼽는다. ‘한 번 이기고 영원히 죽는 것 보다 한번 지고 영원히 살자’며 홍보활동에서도 인간적 신뢰를 철칙으로 여긴다. 이 때문에 홍보업계 선후배나 동료, 기자들 사이에서도 ‘의리파’로 통한다.

성 전 전무는 홍보업계에선 이례적으로 대통령상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2004년 한국광고대회 대통령 표창과 2007년 제12회 소비자의 날 대통령상을 받았다.

󰋻 터프한 홍보 전령사 이상민

이상민 전 LG유플러스 상무(57)는 2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LG 홍보맨으로 활약했다. 우직하면서도 저돌적인 홍보 스타일로 ‘터프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전 상무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LG그룹에 입사, 회장실과 LG상사 홍보과장을 거쳐 1999년 1월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 홍보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4년 LG텔레콤 고객서비스 실장, 2006년 LG텔레콤 콜센터 자회사인 CS리더 대표로 재직하며 잠시 홍보에 손을 뗐다가, 2010년 LG텔레콤·LG파워콤·LG데이콤 3사가 LG유플러스로 통합되면서 초대 홍보 사령탑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LG유플러스라는 새로운 사명이 시장에 잘 포지셔닝되도록 홍보 전령사로서 역할하며 기업 이미지 변신을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서비스 전국망 완성’이라는 홍보 이슈를 광고·마케팅 전략과 잘 접목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서울AP클럽이 제정한 올해의 홍보인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 뚝배기 홍보의 승부사 장영호

장영호 전 LS전선 상무(56) 또한 30여년간 홍보계에서 활약한 베테랑이다. 그는 서두르지 않는 ‘뚝배기’ 같은 성실한 홍보로 PR계에서 두터운 신뢰를 쌓았다.
 
연세대에서 신문방송학과를 전공한 장 전 상무는 그룹과 전선을 오가며 홍보 수장으로서 활약 했다. 1982년 LG그룹 홍보팀에 입사하며 홍보와 첫 인연을 맺었고, 이후 LG전자를 거쳐 2003년 LS전선, (주)LS 등으로 옮기며 오랜 세월 홍보 한 우물을 팠다.

홍보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 홍보인들은 언론인 출신이 아닌 순수 기업 홍보맨으로, 해당 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며 기업 홍보 분야를 이끈 1세대”라고 평가하면서 “오랜 세월 홍보 한 우물을 파며 여론전과 전략 홍보의 기틀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기업 홍보·광고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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