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마케팅의 관건은 ‘자존심 살리기’
시니어 마케팅의 관건은 ‘자존심 살리기’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3.04.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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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硏 “시니어 먼저 잡는 기업, 마케팅 전쟁서 한 발 앞설 것”

 

최근 노년층 소비자에게 눈을 돌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는 평균 수명이 연장되고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중·노년층으로 편입되는 시기와 무관치 않다. 이른바 ‘시니어 마케팅’이 마케팅의 한 축으로 급부상하며 노령의 소비자들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더피알=서영길 기자] 100세 시대를 맞으며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 ‘시니어 마케팅’은 과거 낭만적인 것만을 추구하던 ‘실버 마케팅’과는 그 출발부터가 다르다. 1990년대 우리 경제가 호황을 누리며 잠시 나타났던 실버 마케팅은 대체로 전원주택이나 건강식품 등에 관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시니어 마케팅은 보험이나 아웃도어 같은 좀 더 현실적인 것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이처럼 시니어들이 소비자로서 당당하게 기업 매출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인식이 커지며, 시니어 소비자들의 경제활동을 눈 여겨 보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의 지갑을 여는 접근법은 젊은 소비자층과는 분명 다르다. 시니어 마케팅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김재문 수석연구위원은 ‘시니어 마케팅의 출발점’이란 보고서에서 “시니어 소비자들은 자신들에게 적합한 상품을 자존감이 상하지 않는 방식으로 편리하게 받아들이고 싶어한다”고 설명하며 “점점 중요해지는 시니어 소비자의 마음을 먼저 얻는 기업이 미래의 마케팅 전쟁에서 한발 앞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7명의 시니어 소비자를 심층 인터뷰해 내놓은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결국 시니어 마케팅의 출발점은 이들의 ‘자존심’을 어떻게 지켜주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예컨대 나이가 들면 배가 나오거나 눈이 침침한데, 시니어 마케팅은 이런 점을 잘 파악해 이를 쑥스럽지 않게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시니어 소비자는 돈이 있으면서도 쓰지 못하는 존재다. 시니어 마케팅의 기본 방향은 이같은 시니어 소비자의 특수한 상황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보험과 아웃도어 업계가 시니어 마케팅에 가장 먼저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최근의 보험 상품들이 가족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성격이 강해진 것도 시니어 마케팅 영향이 컸다. 수명은 늘어가고 의료비 등의 걱정이 커진 중·노년층이 비싼 가격에도 자신만을 위한 보험에 가입하는 경향이 강해진 이유다.

또 이와 궤를 같이 하는 곳이 아웃도어 업계다. 지난해 우리나라 아웃도어 의류 및 용품 시장 규모는 약 5조8000억원으로 조사됐다. 2006년 1조2000억원에서 6년새 5배 가까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 김 연구위원은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이같은 급 성장세를 시니어들이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30대 이하의 젊은층의 구매도 많지만 아웃도어 시장의 급성장을 견인한 것은 중년층 소비자며, 아직까지도 핵심 구매층은 중년층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시니어들, 노인 제품 찾는 자기 모습 보여주기 싫어해”

그는 시니어들이 아웃도어에 주목하는 이유로 “편안하고 멋있으면서 오래 입을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젊은 층이 쓰는 제품인데 시니어도 쓰기 편한 제품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을 들며, “시니어는 매장에서 노인용 제품을 찾는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또 <동아일보>에서 지난 3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소비자의 36%가 ‘아웃도어 의류를 입으면 자신이 더 젊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시니어들의 이같은 심리를 뒷받침했다.   

이렇듯 시니어 소비자들은 자존심이나 체면을 중시하는 소비행태를 취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런 자존적 소비는 지속될 전망이라고 김 연구위원은 밝혔다. 다만 세부적인 면에서 돈이 덜드는 자존형 소비를 계속 찾아나갈 것이고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시니어 마케팅에 적절한 전략으로 ‘유니버설 디자인’과 ‘시간을 멈추는 상품’ 등을 예로 들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다양한 특성을 지닌 사람들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일컫는데, 시니어 마케팅에서도 이같은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그 예로 휴대전화를 들며 “기업에서 휴대전화를 내놓으며 노인 전용으로 쉬운 메뉴만 만들어 내놓으면 이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단순함을 기본으로 하지만 젊은층 등 심화 사용자를 위한 복잡한 인터페이스도 함께 제공하는 것이 좋다. 결국 젊은층이 쓰는 제품인데, 시니어도 쓰기 편한 제품이 최선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니어 소비자는 고장 등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시간을 멈추는 상품으로 이들에게 어필해야 한다고 김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그는 “시니어 소비자들은 제품 고장 등에 대해 심리적 부담감이 큰 만큼 적절한 서비스를 받았을 때의 만족감 또는 받지 못했을 때의 실망감이 젊은 소비자에 비해 더 크기 때문에 세심한 서비스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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