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PR·광고·CSR을 모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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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5.1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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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히스토리] 1930년대 유한양행 광고

[더피알=신입섭] 1936년 11월 22일 서울에서 발간되던 유일한 영자 일간지 <서울 프레스(Seoul Press)>에는 ‘Season’s Greetings(즐거운 연말연시 되세요)’라는 제목의 광고가 실렸다. 내용을 살펴보면 광고라기보다는 한 편의 아름다운 시 같다.

▲ 1936년 11월 22일 <서울 프레스>에 실린 유한양행의 'season's greetings' 광고.

“If but one child should grow more strong,
If sweeter things should come along,
Because I bought one Christmas Bond,
My act would be a song!
If just one lamp should burn more gay
In one more home along the way,
Because Good Health had come to stay,
It would be a worthy thing!
If but one soul should grow more tall
Throught being housed by stronger wall,
My little act would seem to be
A flame that lit Eternity!”

“내가 크리스마스 채권을 샀기 때문에
단 한명의 어린이라도 더욱 튼튼해지고
즐거운 일이 생기게 된다면
내가 한 일은 노래가 될 것이다!
누군가 건강을 되찾게 되어
어디든 어느 한 가정에서
따뜻한 등불이 더욱 즐겁게 비치게 되면
그것은 값진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든든한 울타리에서
단 한 사람의 영혼이라도 더욱 굳건해진다면
내 작은 행동은 영원 불멸의
불꽃이 되리라!”

Join our ever increasing Roll of Honour by subscribing to a Christmas Seal Health Bond! If possible take out Life Membership. Give the campaign a real boost and a worthwhile Christmas present on the occasion of its Fifth Anniversary and thus help many souls back on the road to health and service. Ask your own local chairman for particulars.   

크리스마스 실 건강 채권을 사서 늘어나는 우리의 역군이 되십시오! 될 수 있으면 평생회원이 되십시오. 이 캠페인을 북돋아 주시고 5주년을 맞는 이 캠페인에 값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 주십시오. 그러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건강과 봉사의 길로 되돌아 갈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자세한 내용은 지역 회장에게 문의해 주십시오.

▲ 1936년에 나온 크리스마스 실.
마지막 줄에는 고딕체로 쓴 ‘CHRISTMAS SEAL COMMITTEE OF KOREA(한국 크리스마스 실 위원회)’가 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Courtesy of NEW ILHAN CO.(유일한 회사의 허가로)’라는 말이 쓰여 있다. (유한양행 설립자인 유일한씨는 평양 태생이다. 평안도에서는 유(柳)를 ‘누’라고 발음했다. 그래서 영어로는 ‘New(뉴)’라고 썼을 것이다)

‘유일한 회사’란 현재의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씨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인데, 이 광고의 지면을 사서 제공한다는 뜻이다.

1936년, 무려 77년 전의 일이다. 당시 한국 사회에선 기업광고니 기업PR이란 말이 없었고, 요새 흔히 통용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 의미조차 생각 못했던 시절이다. 그런 때에 유일한은 자신의 돈을 들여 크리스마스 실을 사라는 운동을 위한 광고를 낸 것이다. 참고로 한국에서 크리스마스 실이 시작된 해는 1932년으로, 기독교 선교사들에 의해 시작됐다.
 
유일한씨의 회사(유한양행)가 내보낸 광고에 누가 이런 멋진 글을 썼는지는 알 수 없다. 필자의 번역이 서툴러 영어 원문의 감동이 많이 줄었을 수도 있다. 그 뜻은 살아 있을까? ‘PR이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면 과대일까?



신인섭 교수

(전)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객원교수
(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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