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는 왜 ‘공공의 적’이 됐나?
일베는 왜 ‘공공의 적’이 됐나?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3.08.0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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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리그’에서 ‘주류 사회’로 침투…언론기사, 일베 성장 견인에 톡톡히 역할

[더피알=서영길 기자] 5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기관보고 기조발언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이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를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일베 논란’이 또다시 거세지고 있다.

연일 주요언론의 입에 오르내리며 정치·사회적으로 큰 파동을 일으키고 있는 일베는 온라인 속 ‘그들만의 리그’에서 일반 대중에게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 일베를 향한 관심의 실체는 무엇이고, 우리사회는 왜 이토록 일베에 주목하게 됐을까?

▲ 일베 인터넷 사이트 메인화면.

실제 일베는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인터넷 사이트로 통한다. 포털만 봐도 하루에 몇 건씩 일베와 관련된 기사들이 올라오고, 일베에서 이슈화 된 사건은 곧장 인터넷 신문에서 기사화 되기도 한다. 이른바 ‘클릭 장사’가 되는 자극적 소재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몇몇 ‘일베충(일베 사용자가 자신들에게 스스로 붙인 명칭)’들은 게시물 제목에 ‘기자들아 이거 갖다 쓸래?’라며 대놓고 기자를 도발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언론이 알아서 해주는 홍보를 먹고 무럭무럭 자란 일베는 온라인을 넘어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급기야 공중파나 케이블 등이 나서 일개 온라인 커뮤니티를 두고 토론 혹은 진단을 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 언론인은 “쓰레기장을 두고 토론을 하는 경우가 또 있었나? 마치 ‘방귀, 어떻게 뀔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하는 것만큼 이상한 일”이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일베를 향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그만큼 뜨겁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처럼 일베가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거대한 ‘괴물’이 되면서, 언제부턴가 보수층을 대변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일베를 두고 보수우익 진영의 첨병이라 칭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일베는 그렇게 자의든 타의든 ‘보수’를 표방하는 이들이 지켜야 할 ‘성역’ 같은 존재가 되어갔다.

하지만 일베가 처음부터 보수를 표방하는 사이트는 아니었다. 최초의 일베는 디지털카메라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유머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 있던 한 게시판에 불과했다. 조회수가 많은 글을 따로 모아 저장하면서 ‘일간 베스트’라고 명명한 것이 효시가 됐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조회수를 따내기 위해 이용자들은 경쟁하듯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게시물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일베 게시판이 자극적인 게시물로 도배되다시피 하면서, 결국 관리자가 해당 게시물에 대한 삭제 조치에 나섰다. 그러자 이에 반발한 일부 회원들이 2010년 초 독립적으로 떨어져나가 커뮤니티 사이트를 만들었다. 그 사이트가 바로 지금의 일베로 발전했다. 이후 일베는 유머 사이트로는 놀라울 정도로 급격하게 몸집을 불려나갔다. 불과 3년여 만에 순방문자(UV)수 269만명, 페이지뷰(PV) 7427만건(코리안클릭, 5월 기준)에, 하루 평균 방문자 20만명, 동시간 접속자수 2만여명인 거대 사이트가 됐다.

이렇듯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베는 지난해 총선·대선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정치색을 띠기 시작했다. 애초 보수 성향을 띤 네티즌들이 모여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던 차원에 머물던 일베에 19대 총선이라는 국가적 이벤트가 놓이며, 보수라 자칭하던 네티즌들이 대거 유입됐다. 대체로 진보 일색인 온라인에 염증을 느끼던 네티즌들이 일베에 모여 스스로를 ‘병신’ ‘장애인’이라 부르며 일베충이라는 동질감과 소속감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유머 사이트→총선·대선 거치며 정치색 띠기 시작

이런 일베충들에게 본의 아니게 ‘떡밥’을 던져준 건 민주당이었다. 19대 총선 막판, 당시 서울 노원갑에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나꼼수 멤버 김용민씨의 ‘성희롱’ 발언이 발단이 됐다. 이어 김씨의 여성·노인·군인 비하 발언까지 줄줄이 터지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논란의 중심에는 일베가 있었다. 일베충들은 김씨의 최초 막말이 터진 직후부터 그의 과거 행적을 파헤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김씨의 잘못된 언행들을 하나둘씩 까발렸다. 일베충들의 이같은 ‘저격’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여론화 됐고, 이를 본 일베충들은 쾌재를 불렀다. 이는 결과적으로 김씨의 낙선으로 이어졌고, 그 파장은 민주당의 전반적인 총선 판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총선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맛본 일베충들은 대선 정국을 만나며 민주통합당을 위시한 진보세력에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 신호탄이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고가 의자’ 논란이다. 일베는 문 후보가 대선 운동의 첫 시작으로 내놓은 TV광고에 나오는 의자를 문제 삼았다. 일베충들은 저마다 ‘팩트’를 들이밀며 문 후보가 광고속에서 사용한 의자가 1000만원에 가까운 명품 의자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문 후보의 안경, 점퍼 등에 대해서도 고가라고 주장하며 ‘서민 대통령’을 내세웠던 문 후보와 민주당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이때부터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했던 일베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민주당 뿐 아니라 진보논객들과도 사사건건 부딪히며 그렇게 ‘주류 사회’로 올라왔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일베 현상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일베충들 하나하나의 ‘배설물(일베 게시물을 비유)’들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을 땐 일부에서만 논란이 됐던 전라도 비하, 여성 비하, 외국인 노동자 비하 및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조롱이나 희화화도 사이트가 유명세를 타자 사회 문제로 불거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일베는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트러블 메이커’로 자리 잡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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