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는 인터넷 하위 문화 중 하나, 자연소멸 될 것”
“일베는 인터넷 하위 문화 중 하나, 자연소멸 될 것”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3.08.0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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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블 메이커된 일베…해결책은 ‘무관심 ’

* 일베는 왜 ‘공공의 적’이 됐나 기사에 이어...

[더피알=서영길 기자] 일베충들이 상시로 사용하는 용어들을 보면 전라도나 전라도인을 비하해 ‘홍어(전라도 대표음식)’ ‘까보전(까고 보니 전라도)’ ‘통수 시전(전라도인이 뒤통수를 잘 친다는 의미)’ ‘7시 외국(지도상 전라도가 7시에 위치)’ 등 그들만의 은어로 소통한다. 또 한국 여성에겐 ‘김치녀’라는 딱지를 붙여 한국 여성들은 허영이 많고, 생각이 없는 이들로 매도하기도 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희화화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일베에선 전직 대통령의 호불호가 확연히 구분되는데,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은 우상시 하는 반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적대감을 드러낸다.

▲ 한 네티즌이 일베 사이트를 보고 있다.

박정희·전두환에겐 각각 ‘원조가카’ ‘전땅크’ 식의 호칭을 붙여 존경심을 드러내는 데 반해 김대중에겐 다리를 절었던 모습을 비하해 ‘쩔뚝이’라고 폄훼하고, 전라도 사람과 김대중을 엮어 ‘슨상님(선생님의 전라도 사투리)’ ‘ASKY (아따 슨상님 계실적엔 이런일 없었는디)’ 등의 말로 조롱하기도 한다. 노무현 역시 코알라와 합성한 사진을 빗대 ‘노알라’ 등의 표현으로 모욕하며, 각종 패러디물을 쏟아낸다.

특히 ‘운지’와 ‘민주화’는 일베에서 만들어낸 대표적인 비상식 은어로 꼽힌다. 운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조롱하는 뜻에서 생겨난 말로 일베에서 죽거나, 떨어진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는 1990년대 건강음료 ‘운지천’ TV광고에서 배우 최민식이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외치며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마치 노 전 대통령의 투신자살과 비슷하다는데 착안해 한 일베충이 만들어 낸 패러디물에서 유래됐다.

이와 함께 민주화라는 뜻도 본래의 그 의미와는 완전히 다르게 사용된다. 일베충들이 사용하는 민주화의 의미는 ‘비추천’ 또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도 넘어선 조롱·희화화…일베글에 대한 규제 시스템은 전무

문제는 이같은 의미를 담은 은어들이 자연스레 대중에게 녹아들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들의 공간에서만 통용되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일베가 수많은 회원을 바탕으로 확산력을 갖기 시작하면서 젊은층 위주로 이들의 은어나 신조어들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로 지난해 가수 김진표는 한 케이블 방송에서 운지의 어원도 모른 체 헬기가 추락하는 모습을 보고 “헬기가 운지했다”는 표현을 써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또 얼마전엔 걸그룹 씨크릿의 전효성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라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고 발언해 민주화가 마치 ‘개성을 존중하지 않고 억압한다’는 뜻인 것 마냥 받아들여져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보수 성향의 단체 ‘어버이연합’은 운지 등의 일베 은어를 그 어원을 알면서도 공개적인 시위 장소에서 플레카드에 버젓이 사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베가 우려스러운 점은 역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잘못된 역사 인식은 일베 은어들처럼 대중들에게 자연스레 스며들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일베는 얼마 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하 5·18)을 ‘광주 폭동’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5·18 기념일을 전후해 일베에는 5.18 관련해 수많은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대부분이 5·18을 ‘광주 시민들이 총을 들고 일어난 폭동’이라는 주장에 동조하는 것들이었다.

▲ 일베 논란이 커지자 지난 5월 한 방송사에선 일베를 주제로 토론회를 갖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베에 대한 규제나 제도적인 필터링 장치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우리에게 들어오는 인터넷 사이트 민원 중 일베와 관련된 것이 가장 많다”면서도 “일베를 제재해 달라는 불만이 하루에도 몇 건씩 들어오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많아 법적으로 제재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상시로 일베를 모니터링 하고 있고, 청소년에게 유해한 게시물의 경우 삭제하라고 운영자에게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이같은 일베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그동안 진보 성향의 네티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을 장악하다, 그 기반을 SNS로 옮긴 이유가 크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백이 생겼고, 이를 보수 성향의 네티즌들이 메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진보 성향의 논객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해 주고 있다.

“일베 논란, 이념 문제 아닌 상식과 몰상식 문제”

민 교수는 일베를 “다양한 인터넷 하위문화 중 하나”로 규정했다. 그런데 언론이 이같은 하위문화를 키워주는 측면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하위문화는 그들만의 닫힌 문화, 즉 극단적인 표현, 독특한 어법이나 은어를 개발하고 공유해 다수의 사람들과 구분 지으려는 모습을 띤다”며 “그런 정서를 갖고 자기들끼리 노는 집단을 언론에서 집중 조명해 주며 이 친구들(일베충)에게 ‘우리도 사회의 조명을 받는구나’하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 행태를 꼬집었다. 이 때문에 일베 스스로 ‘확장성’을 지향하는 정서로 변했다는 것이다.

또 민 교수는 일베가 일으키는 사회적 논란에 대해 좌우의 이념적 잣대를 들이미는 건 “해괴망측한 논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일베 논란은 이념적인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 윤리와 반윤리, 정상과 비정상의 잣대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베를 폐쇄 하는 등의 강제적 규제에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며 반대하면서도, 일베 문제에 대한 가장 쉬운 해결책으로 ‘무관심’을 꼽았다. 자신들의 울타리 안에서 무슨 짓을 하든 내버려 두면 된다는 논리다.

또 온라인의 특성상 일베는 곧 ‘자연소멸’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이트 규모가 커지며 이질적 회원들도 그만큼 늘어나 일베 고유의 색깔이 희석되고, 약해져 자연소멸되는 생애 주기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일베의 성장 임계점은 이미 지나갔다고 본다”며 “이같은 자연소멸 과정은 인터넷 하위문화 커뮤니티가 그동안 쭉 겪어왔던 과정이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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