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와 법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홍보와 법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 김광태 (doin4087@hanmail.net)
  • 승인 2013.09.04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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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의 홍보 一心] 오너리스크에서 위기관리 제1 수칙은…


[더피알=김광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예상한 대로 대기업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골목 상권에서부터 각종 불공정 거래에 의한 세무조사, 오너 비리에 대한 검찰조사에 이르기까지 한꺼번에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일부 그룹 총수는 구속까지 됐다. 불경기에 재무·경영 리스크에 오너 리스크까지 더해진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바빠지는 부서가 있다. 다름 아닌 홍보와 법무팀이다. 특히 오너 리스크가 발생하면 이들 부서는 사내 위상까지 확 달라질 정도로 역할이나 기능이 중요해진다.

헌데 문제는 홍보팀이다. 법무는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 바깥의 법무 법인을 활용하면 되지만 홍보는 그럴 수가 없다. 보안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회사의 내용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위기 대응을 외부에 맡길 수는 없다.

그래서 평상시 늘 경영진에게 위기 발생에 대비해 홍보팀 전력을 보강해야 한다고 강변하지만 소귀에 경읽기다. 결국 홍보팀 전력 보강은 사후약방문 격으로 뭔가 터지고 나서야 이뤄진다.

위기가 닥치면 평상시 비용 쓰는 것에 대한 인색함도 자취를 감추곤 한다. 어느 최고 경영자는 홍보팀을 향해 “곳간 활짝 열어 놨으니 돈에 구애없이 갖다가 쓰고 확실히 막아 주시게나”하고 전폭적 지원과 함께 강한 주문을 하지만, 홍보 수장으로선 매우 부담스러운 이야기다. 회사가 인적·물적 모든 것을 다 지원해줬는데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결국 홍보 수장의 능력 부족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홍보와 법무가 싸우면 어느쪽이 이길까? 지금까지는 법무였다. 왜일까?

우선 홍보는 오너 위기시 정서를 다루는 입장에서 사회와 여론을 어떻게 설득하고 공감대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포인트를 둔다. 반면 법무는 오로지 법에 근거해 법망을 벗어날 수 있는 논리 만들기에만 역점을 둔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나 최고경영자는 대개 홍보 보다는 법무 의견에 손을 들어준다. 무엇보다 법무가 당장 눈앞에 닥친 법적 구속력을 벗어나게 하는 가능성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홍보 위기관리 수칙을 보면 첫 번째가 거짓말을 하지 말라다. 순간적으로 모면 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나중에 거짓으로 판명될 경우 도덕성 문제로까지 비화돼 그 피해는 더 커진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그래서 홍보 입장에서는 위기가 발생하면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솔직히 말하고 용서를 구하는 쪽을 택한다.

하지만 법무 입장은 다르다. 잘못을 인정하면 안된다. 그게 빌미가 돼 무죄 판결 받을 수 있는 것을 유죄로 확정시킨다는 것이다.

실제 위기시 홍보임원이 요즘 세상에 비밀이 어디있느냐. 괜히 거짓 논리로 대응했다가 들통 나면 언론에서 기사로 막 써대고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일으킨다”고 공격을 하면, 법무는 “그런 기사가 나오는 걸 막으라고 홍보팀 두고 있는 거다. 사실대로 이야기할 거 같으면 홍보팀은 왜 두느냐”며 한술 더 뜬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흔히 법정에서 판사 사실 질문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오너들의 답변이 “잘 기억이 안 납니다”다.

올해도 모 기업의 사과문에는 “피해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다 하겠다”는 문구가 있다. 아마도 법무의 논리가 반영된 것일 게다. 법대로만 하겠다는 뜻인 셈이다. 이런 태도로는 앞으로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하긴 어렵다.

지금 국민들은 기업에게 베품과 따듯한 감성을 요구하고 있다.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소통하는 착한기업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시 법무보다 홍보가 나서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김광태

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서강대 언론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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