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이 가벼운 미디어 상업성, “유감”
참을 수 없이 가벼운 미디어 상업성, “유감”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3.11.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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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인권’ 망각한 에일리 누드 사진 유출

[더피알=강미혜 기자] 스물넷 어린 여가수의 나체사진이 온 인터넷 공간을 달구었다. ‘빼빼로데이’라 불리는 11월11일은 아마도 그녀 일생에 가장 잔혹한 날로 기억될 듯하다. 누드 사진 유출로 곤혹을 겪고 있는 가수 에일리 얘기다.

여자 연예인의 벌거벗은 사생활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이 유출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잘 나가던 여배우나 여가수가 누드 유출 건으로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던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 국내 연예매체 <디스패치>는 에일리 누드사진 이슈가 터지자마자 ‘단독’을 앞세워 ‘前 남친, 에일리 사진 유출…금전 목적 녹취록 공개’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사진은 해당 기사 캡처.

하지만 대부분이 특정 연예인에 악감정을 품거나 대가를 요구한 개인의 악행으로, 대중의 집단 관음증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확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에일리 누드 건은 다르다. 철저히 미디어 상업주의에 의해 계산되고 의도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에일리 누드사진이 최초 게시된 곳은 영어권 최대 한류 사이트인 <올케이팝>이다. 올케이팝이 지난 10일 오후 ‘에일리일지도 모르는 여성의 누드 사진 유출’이라는 제목의 사진을 올린 게 발단이 됐다.

올케이팝측은 해당 사진과 관련,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 판단하라’로 설명했지만, ‘스스로 판단’해야 할 만큼 한 여자의 알몸사진이 대중의 알권리 충족에 부합하는 주제인가는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여기에 국내 연예매체 <디스패치>의 가세로 에일리 누드 이슈는 일파만파로 번져나갔다. 디스패치는 에일리 누드사진 이슈가 터지자마자 ‘단독’을 앞세워 ‘前 남친, 에일리 사진 유출…금전 목적 녹취록 공개’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골자는 지난 7월 에일리의 전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인물이 금품을 요구하며 누드사진 제공 의사를 밝혀왔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 디스패치는 그와의 통화 기록까지 공개하는 ‘친절함’을 보였다.

디스패치측은 기사를 통해 “일단 사진 출처 자체가 불법이었다 (…) 지극히 개인적인 사진이기에 유포 자체가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법적인 일에 대해 ‘단독’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여 대대적으로 보도한 그 저의가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누드사진을 최초 게시한 올케이팝과 누드사진 속 인물이 에일리가 맞다고 방점을 찍은 디스패치의 ‘합작’으로 에일리 누드사진 이슈는 11일 인터넷공간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그리고 후속보도가 연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 11일 온라인 공간을 도배한 에일리 누드사진 이슈 관련, 오늘(12일)까지 후속보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사진은 포털사이트 화면.

지극히 사적이지만 그래서 더 지극히 선정적 소재에 대다수 언론은 실시간으로 에일리 관련 기사를 보도하는 부지런함을 보인다. 또 대중의 호기심은 기사클릭과 기사퍼나르기로 이어져 피해자를 두 번 세 번 울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낸다. 그 속에서 스물넷 어린 여자의 인권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지난 7월 대한민국은 ‘자살 관망’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의 투신 퍼포먼스를 보는 미디어의 눈은 흥미로 일관됐으며, 대중도 그에 적극 동조했다. 공영방송 <KBS>는 자살 생중계라는 언론 역사상 전무후무한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미디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대중의 외면을 받는 언론은 이제 생존이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그래서인지 많은 언론이 경쟁적으로 선정적·자극적 보도를 일삼는다.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악플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언론은 악플을 부르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범죄도 흥밋거리로 둔갑시켜버리는 언론의 과감성. 피해자를 제2의 피해자, 제3의 피해자로 만들어버리는 천박한 미디어 자본주의. 그 끝이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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