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 커뮤니케이션 경영이 시급하다
‘진성’ 커뮤니케이션 경영이 시급하다
  •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 (admin@the-pr.co.kr)
  • 승인 2013.12.09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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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Angry)’를 내는 공중에게 필요한 것은?

[더피알=강함수] 최근 3년간 여러 기업들에 발생한 부정적 이슈나 위기 상황을 살펴보면, 기업의 책임 여부를 떠나 공중들의 감정적 ‘화(angry)’가 일방적으로 표출됐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발견하게 된다. 디지털로 인해 사람들 누구나 자신을 충분히 표현하고 사람들 간에 의견과 감정을 어떤 규제나 검열 없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원료를 생산하는 근로자들을 부당하게 대우하고 근로환경이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해당 제품의 고객이 아닌 사람들조차 해당 기업에 대한 일방적 비난, 과장되고 격한 화를 내게 된다. 매스미디어 중심의 환경에선 일반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이 표출되고 반영되지 못했다면, 지금은 실시간에 수많은 분노와 질타, 비난, 비속어가 동원된 감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중 분쟁 해결에 가장 권위 있는 중재자인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로런스 서스킨드 (Lawrence E. Susskind) 교수는 이러한 공중의 책임 요구를 ‘화가 난 공중’ 또는 ‘분노한 공중’이라는 개념으로 규정하고, 기업이 왜 분노한 공중에게 대응하고 그들을 감싸 안아야 하는지를 그의 저서 ‘딜링 위드 언 앵그리 퍼블릭(Dealing with an Angry Public)’에서 제시했다.

기업은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공중을 상대로 방어적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행동을 거듭하게 되고, 이 때문에 과도한 시간과 인력을 소모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는 곧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조직의 ‘커뮤니케이션 자산’이다. 미국의 위기관리 전문가 미셀 헤릿(Keith Michael Hearit)은 커뮤니케이션 자산을 경영 자산의 일부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조직 경영에 있어 자금, 인력, 생산 능력 등도 중요하지만, 조직이 사회적인 담론을 형성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제 기업은 공중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미디어의 다양화, 소비자주의의 팽배, 조직에 대한 사회적 책임성 요구 증가 등으로 인해 끊임없이 부정적인 상황과 위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며, 기업은 그런 상황에서 ‘방어와 사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러운 일이 됐고 조직의 일상 업무가 됐다.

기업, 공중과 ‘대화’ 시작할 때

기업은 사회구성원의 ‘등장인물’로서 위기와 관련된 담론을 주도하고 사회적인 ‘드라마’를 형성해 가는 구성요소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 기업이 공중과 의미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개념은 ‘진정성(Authenticity)’이다. 이 단어는 철학과 심리학에서 오랫동안 다뤄진 개념이다.

진정성은 공중관계(Public Relationship)에서 논의되고 있는 ‘순수성적 신뢰성(Integrity Trust)’이라는 개념과 유사하다. 순수성적 신뢰성은 기업이 공중과의 관계를 형성할 때, 기업에 우호적인 이미지를 높이려는 의도된 관계 형성이 아닌 순수한 의도의 관계 형성을 위한 신뢰를 의미한다. 즉, 진정성은 형식적 측면이 아닌 교감 혹은 감정의 자연스러운 전이나 전달이다.

예컨대 진정성은 어떤 특정 형식을 갖춰 표현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전이 또는 전달되는 느낌이다. 
                                                                         

▲ 기업은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의 질을 어떻게 개선하고 유지하고 관리해 나갈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제품을 넘어 마켓과 고객은 기업의 실제적인 ‘대화’를 요구한다.
그것은 관대함, 겸손함, 융통성, 성숙함, 유머감각 그리고 결점에 대한 인정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 등 일종의 인간성과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인가?

우선 특정 상황에 대한 거짓이 없어야 한다. 둘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며 셋째, ‘피해자’ 또는 ‘상대’가 결정한 책임의 범위를 내부 조직에서 공감해야 한다. 넷째, 진심이라는 마음을 증명할 방법에 익숙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이미 가지고 있거나 어떤 상황에서 발견된 내적 문제점을 먼저 인정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기업은 앞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우수성, 혁신과 개선의 의지, 국제적 비즈니스의 성장 등과 더불어 ‘진정성’을 어떻게 기업 전반에 담을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제일 먼저 ‘진성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대상은 바로 내부 구성원이다. 내부 구성원은 고용된 직원이기 이전에 회사의 고객이며 이해관계자이고 커뮤니케이터이다. 회사의 쟁점이나 사안에 대해 그들이 먼저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그들의 ‘입’에서 나온 평가는 기업의 명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미지, 아이덴티티 보단 ‘실제(Reality)’ 관리에 집중해야

기업 명성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폼브런(Fombrum)은 기업 명성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차별성, 일관성, 가시성, 투명성 그리고 진정성 등 5가지 요소를 강조한다. 이 중 진정성은 명성을 구축하고 유지, 방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결점이나 약점, 실수, 잘못 그 자체보다는 그것에 대한 인정과 공감, 어떤 태도로 대처하는가를 보고 진정으로 신뢰하거나 진심으로 ‘친구’가 된다.

기업에는 다른 원리가 적용될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감시의 눈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많아지고, 관리해야 하는 조직은 점점 더 복합해져 가기 때문에, 위험 사안을 숨기거나 축소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이제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기업에 대한 책임성의 요구는 개별적인 위기 사안에 대한 책임보다는 더 근본적인 쟁점들, 즉 투명 경영, 사회 기여, 공공 이익, 공중 관계 등에 대한 책임을 함께 요구한다.

당장 개별 위기 사안에 대한 책임성에 급급해서 근본적인 치유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위기는 계속해서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 이미지나 아이덴티티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기업은 이해관계자의 인식을 듣고 읽어야 한다. 그리고 기업 실제에 점진적으로 변화를 가져가야 한다. 기업의 다양한 조직 부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직면하는 비즈니스 위기나 상황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부여하는 진정성의 가치와 커뮤니케이션 자산을 관리하는 문제는 중요한 경영 과제가 됐다.

만약 우리 기업은 산업적 배경이 달라 달려드는 고객과 시민들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판단이다. 진정성의 가치와 커뮤니케이션 자산을 관리하는 영역은 사후적 대응이 아니다. 그것은 사전적 조치이며 보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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