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맡겨 놨냐”…언론계 향한 익명의 성토

인터뷰 요청 후 협찬비 요구 사례, 동종업 종사자 모인 블라인드 게시판 달궈

2018-03-21     안선혜 기자

[더피알=안선혜 기자] 매체 광고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기사와 광고·협찬비를 맞바꾸는 시도는 공공연한 일이 된지 오래다. 써 놓은 기사를 놓고 ‘딜(deal)’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선(先)인터뷰-후(後)청구’ 식의 일방적 거래도 빈번하게 이뤄진다.

이런 가운데 최근 커뮤니케이터들이 모인 블라인드 앱 게시판에 신문사 협찬 청구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글이 올라와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격공’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문사 측에서 사정해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기사가 나온 후 얘기에 없던 협찬비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기사로 장사하는 XX들, 혐오스럽다’란 제목에서부터 글쓴이의 깊은 분노가 느껴진다.

그는 맡겨 놓은 것 마냥 돈을 요구하는 태도를 지적하며 ‘한두푼도 아니고 얼마???’ ‘그 정도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용하다’ ‘기사도 쥐발가락 같이 썼다’ 등 적나라한 표현을 써가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를 본 다수의 이용자들도 댓글로 적극 공감을 표했다. 이들 댓글에서는 언론사(기자)와 기업 홍보실 간 이뤄지는 거래 관행을 엿볼 수 있다.

“돈 안 주면 갑자기 기사가 디스(공격하는 행위)가 되는 마법~”

“적어도 돈 받고 쓸거면 갑질이나 하지 말았으면”

“비용 발생하면 안 한다. 기사로는 예산편성 안 돼 있다고 해야 함. 진짜 기레기들 아오!”

“1000불렀다가 에이 왜이래 X소리마 하면 500, 할 생각 없으니 내려라 하면 그럼 300만 굽신, 혹은 이러시면 관계를 해칩니다. 관계드립. 뻔한거지 뭐”

기사 거래 전횡이 심한 매체사들에 대한 평가도 이어졌다. “공짜가 없는데…그냥 (인터뷰를) 하질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비롯해 비교적 유력지로 평가되는 언론사 실명을 거론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공유했다.

몇몇 신문사를 꼽아가며 “그 외에는 기자가 아니지”란 의견에는 “ㅋㅋㅋㅋ아직 안 당해봤구나ㅋㅋㅋㅋㅋㅋ”와 같은 반응도 올라왔다. 언론계 전반에 걸쳐 기사 거래 관행이 흔하게 자리 잡았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언론계 한 인사는 “정상적 광고영업이 힘들어지면서 진작부터 편집국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비단 몇몇 매체에 국한되는 일이 아니”라며 “부끄러운 자화상이다”고 씁쓸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