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준, 윤지오 그리고 팩트체킹

[기자토크] 미디어가 키운 유명인들의 논란과 언론의 몰염치

2019-07-02     강미혜 기자

[더피알=강미혜 기자] 최근 SNS상에서 떠들썩했던 사건을 뒤늦게 접하게 됐다.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인생멘토’로 유튜브에서 활약하는 신영준 박사 관련한 논란이다.

발단은 신 박사 페이스북 글이었다. 자신이 일하는 출판사에서 낸 신간을 ‘홀대’한 페친들을 ‘넷드링킹’(net+drinking, 온라인으로 형성된 인맥의 비생산성을 의미)으로 표현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소란 속에서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가 등판했다. 감 교수는 넷드링킹에 강제 포함된 지인의 분노를 대신해 신 박사 글이 “역대급 광역 어그로였다”고 공개 비판하며 그의 저서까지 평가절하했다.

신 박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 개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감 교수 이력을 개발자에 문의, 직접 체킹해 ‘허위경력’을 문제 삼았다.

결국 감 교수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하며, ‘왓슨 개발’ 후광 덕에 얻게 된 수입 전액을 기부하고 자숙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저명 학자와 난타전을 벌인 신 박사 또한 큰 후유증을 떠안게 됐다.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끈 그의 저서들이 여러 사람과 경로를 통해 ‘베껴 쓰기’ 의혹에 휩싸인 것. 진위 여부를 떠나 논란 자체로 명성에 작지 않은 생채기를 남겼다.

언론보도로도 알려진 ‘SNS 싸움’을 굳이 복기하는 이유는 해당 사건이 우리 사회 팩트체킹의 부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신 박사와 감 박사 모두 지식인 그룹에 속하면서 사회 여론에 영향을 끼쳐온 인물이다. 그런 그들의 유명세 기반이 예상 밖 언쟁을 계기로 체크 대상이 됐고, SNS로 연결된 집단지성이 집단수사로 돌변해 팩트체커 역할을 했다. (물론 지금도 시비를 가리는 중이긴 하다)

주목할 부분은 당사자 간 ‘폭탄 던지기’가 아니었다면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타이틀의 소유자가 미디어를 거치면서 유명인이 되고, 유명인이라는 이름값이 공신력을 더하고, 공신력이 사회적 권위를 부여함으로써 ‘팩트체크 면제권’을 주는 패턴이 반복된 셈이다. 실제 학위 논란이나 허위 이력, 논문 조작, 저작권 침해 등 개인 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행위들은 잘 드러나지 않다가 우연한 일로 뒤늦게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사안은 다르지만 한동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증언자 윤지오’도 이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크다.

윤지오 씨는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언자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장자연 10주기를 맞은 시점에서 고인의 사망 관련 해소되지 못한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로 평가됐다.

주요 언론이 앞다퉈 그의 주장을 보도했고 TV와 라디오, 인터넷을 막론하고 수많은 매체가 윤 씨를 인터뷰이로 초대해 10년 전 사건을 재조명했다.

그러면서 장자연 못지않게 ‘증언자’로 살아온 윤 씨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기사로 다뤄지며 정계와 언론계를 흔들었고, 윤 씨는 ‘성역’과도 같은 존재로 보호 받으며 후원금을 받고 자서전을 발간하며 비영리단체 설립자가 됐다.

문제는 ‘유일한 증언자’ 윤 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터져나온 것이다. 윤 씨와 친분 있던 한 작가가 그의 주장이 거짓이라며 함께 나눈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을 증거물로 공개한 게 결정적이었다.

윤 씨가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내용과 사생활, 이력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올랐고 기자와 변호사, 윤 씨 친적과 지인들, 그리고 수많은 네티즌이 수사대가 되어 팩트체킹에 나섰다. 그러면서 순식간에 여론이 바뀌었다. 증언자가 아니라 사기꾼이라는 비판 목소리와 함께 현재는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윤 씨는 메시지(증언)를 무력화하기 위해 메신저인 자신을 공격하는 ‘조작’이라고 반박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여러 정황을 고려해 봤을 때 메신저 자체가 공격당할 만하다고 판단된다.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증거’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유명인이 된 윤 씨를 언론이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확성기 노릇을 한 결과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상당수 언론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윤지오의 입을 빌려 장자연 사건을 파헤치고 각종 의혹을 제기했던 언론들이 ‘윤지오 의혹’에는 수개월째 침묵하고 있다.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의혹 자체를 거론조차 않는 건 이해하기 힘든 태도다.

윤 씨 논란은 언론이 기본적인 팩트체크 과정만 거쳤어도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윤 씨가 살고 있는 캐나다 현지 한인 커뮤니티를 취재하거나, 윤 씨 주장을 일관되게 부정한 김모 기자의 이야기를 경청만 했어도 얼토당토않은 ‘헛다리’는 짚지 않아도 됐다.

그럼에도 잘못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시침만 떼고 있고, ‘진실을 뉴스로 보도한다’는 언론조차 불편한 진실 앞에선 한쪽 눈을 감고 있는 모양새다. 팩트체킹 당한 지식인이 잘못을 시인하고 고개 숙인 것과 대조적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제기되고 있는 수많은 의혹과 비판 목소리는 저널리즘의 실체적 진실에 하등 도움 되지 않는 헛소리인 걸까. ‘따옴표’ 뒤에 숨은 언론의 몰염치는 누가 체크해야 하는 것인지 네티즌 수사대에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