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위기 인사이트] 더 글로리 PD도…방송가 휩쓰는 학폭 논란

더 글로리, 불타는 트롯맨, 피크타임…방송가 잇단 학교 폭력 논란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출발" 과거 조사, 체크리스트 작성으로 가해자 노출 막고 노력 근거 만들어야

2023-03-17     최소원 기자

하나의 이슈를 선정, 전문가 코멘트를 통해 위기관리 관점에서 시사점을 짚어봅니다.

더피알타임스=최소원 기자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장면 일부. 출처=넷플릭스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장면 일부. 출처=넷플릭스

이슈 선정 이유

학교폭력을 당한 주인공이 성장해 가해자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드라마가 다루는 문제에 공감하고 통쾌한 복수를 바라는 시청자가 많다는 의미다.

“학폭은 너(박연진)나 위험하지, 우리 같은 일반인이 뭔 타격이 있어?” 극 중 가해자 무리 중 한 명이 내뱉은 대사다. 이제는 유효하지 않은 말이다. 소셜미디어의 보편화와 일반인 출연진이 등장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증가 등으로 학폭은 더 이상 일반인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해묵은 과오가 아니다. 방송가에서는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이슈를 사전차단하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사건 요약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되기 전, 더 글로리를 연출한 안길호 PD가 학폭 논란에 휩싸여 충격을 안겼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1996년 필리핀 유학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그가 중학교 2학년 2명을 친구들과 집단 폭행했다는 폭로 글이 올라왔다.

MBN의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 중이던 황영웅은 2월 말 상해 전과에 이어 학교폭력 가해자였음이 폭로됐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은 일부 인정하면서도 강연 강행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고, 제작진도 옹호 발언을 하며 비난 여론을 키웠다.

JTBC가 방영 중인 아이돌 서바이벌 예능 ‘피크타임’의 김현재도 지난 6일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폭로자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졸업까지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언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다고 밝혔다.

현재 상황

안PD는 처음 의혹을 부인하다가 지난 12일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여론은 학교폭력을 다룬 드라마를 연출한 사람이 학교폭력 가해자였단 사실과 최혜정을 연기한 배우 차주영의 인터뷰에 더 크게 분노했다. 인터뷰에선 “출연 배우들은 학폭 관련 이력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캐스팅이나 촬영에 들어간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황영웅은 잇따른 폭행 의혹으로 결승 2차전을 앞둔 지난 3일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후 황영웅 팬덤이 하차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자선 팬미팅을 준비하는 것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제작진은 14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시상식까지 진행하는 뻔뻔함으로 지탄받았다.

피크타임 제작진은 10일 공식 입장을 통해 주장이 엇갈려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면서도 당시 교사 및 지역 경찰들에게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등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을 알렸다. 13일에는 단시간에 종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에 하차를 결정했다고 밝혔고, 같은 날 김현재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의혹을 부인하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주목할 키워드

폭로, 이슈관리, SNS, 일반인 출연진

전문가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

코멘트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 이 이슈의 가장 큰 문제는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폭로로 학폭 논란에 휩싸이면 사실 확인 없이 곧바로 폭로한 사람은 피해자, 지목당한 사람은 가해자로 나뉜다. 이 상황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10~20년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을 되살려 끄집어내야 하기에 사실 확인 자체가 어렵고, 잘못된 관계를 교정하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명확한 사실 확인이 된 이후에는 단순하다.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출발이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고 사과하는 것은 도덕적·윤리적인 방법일 뿐 아니라 위기관리에서도 그 이상은 없다. 이후 피해자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해 그 과정을 언론과 팬들에게 공표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만일 피해자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연예 활동이나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 모습이 노출되면 뭇매를 맞을 수 있다.

폭로 내용이 본인이 기억하는 것과 너무 다르다며 반박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무엇이 합리적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 몇십 년 전 사실관계를 논하는 건 애초부터 두 사람의 입장이 달랐기에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부분을 평가하는 건 결국 언론과 대중, 팬이다.

당시 친구들과 선생님 등 제3자의 입을 통해 사실관계를 교정하고 누명을 벗는 일은 필요하지만 이후 법적 대응까지 갈 경우, “많이 억울했구나”하는 긍정적인 여론과 “뻔뻔하다”라는 부정적인 여론 중 무엇이 만들어질지 모른다. 훼손된 이미지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여론을 가늠한 후에 법적 조치를 예고하고, 실행해야 한다.

방송 제작진이나 주변인이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힐 때도 마찬가지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인들이 개입하는 것은 또 다른 이슈를 만들어낼 뿐, 크게 도움 되지 않는다. 대중이 분노하고 있을 땐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보다 대중을 진정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방송사에서는 학폭 이슈에 대해 사전 예방과 사후 조치를 미리 생각해야 한다. 과거에 보도되거나 폭로된 자료를 조사하고 증언을 듣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정치인들이 장관이 됐을 때 작성하는 공적 조서같이 사전에 관련 이슈에 관한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으로 부적절한 인사를 거를 수 있고, 혹여 거짓으로 작성해 문제가 발생한 때에도 기업이나 방송사가 기울인 노력의 근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