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인이 정치를 하면 어떨까?

김광태의 홍보 一心

2013-11-11     김광태

[더피알=김광태] 요즘 매일 접하는 언론의 정치면을 보면 숨이 콱 막혀온다. 하루라도 여야 간 싸움이 쉴 날이 없다. 서로가 어떤 사안에 결론부터 먼저 내놓고 싸운다. 그리고 우긴다.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그것을 틀렸다고 우기는 세상. 그것이 오늘의 한국 정치1번지다.

말만 미래창조지 우리사회가 거꾸로 가도 한참 거꾸로 가고 있다.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소모적 정쟁. 국민이 안중에 있기나 한가. 정말로 걱정된다. 정치권이 이 모양이니 우리사회도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 자료사진. ⓒ뉴시스


모든 계층이 서로 간 질시와 반목으로 얼룩져 있다. 이념적 가치는 좌우로 갈라져 있고, 빈부 차는 날로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회 곳곳에 이기주의가 팽배해져 가고, 갈등과 분열의 골은 점점 더 깊어만 가고 있다.

어찌해야 이 난관을 수습할 수 있을까. 오랜 홍보생활의 안목으로 볼 때 답은 바로 국민대통합을 실현하는 데 있지 않나 싶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고 약속했고, 조직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조직이 전혀 가동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해관계가 각기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 통합한다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이랴.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홍보쟁이로서 한 번 생각해 본다. 결국 통합이 안 된다는 것은 사회 저변에 ‘소통’이 안 되고, ‘불통’으로 꽉 막혀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실례를 든다. 필자가 곤욕을 치른 일들이다.

한번은 은퇴한 회사 동기모임에 갔다. 대부분 나이가 60대 기득권층이라 모두가 보수우익이다. 이 자리에서 우연히 정치 현안에 대한 문제를 갖고 갑론을박하게 됐다. 그때 보수 논리가 너무 일방적이라 필자가 강한 톤으로 반론을 폈다. 그러자 갑자기 날아오는 화살이 “쟨 기자들과 오래 만나더니 빨갱이가 다 됐나봐”였다. 참 어이가 없고 황당했다. 그러나 우군이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왈가왈부 의미가 없기에 조용히 입 다물고 술이나 마시다 왔다.

또 한 번은 40대 후배들과의 모임이었다. 이 자리에서도 역시나 정치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진보 좌익 성향의 후배들이라 현 정권에 대한 비난이 난무했다. 너무 심하다 싶어 이야기에 끼어들어 나무랐다. 그러자 대뜸 “선배님은 어버이연합회 회원입니까, 어찌 그리 실상을 모르세요” 하면서 “역시 나이 들면 빨리 **야지” 하는 게 아닌가. 어안이 벙벙하고 어찌나 기분이 상한지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와 버렸다.

모든 사물의 이치는 양면성을 갖는다. 그 양면성이 정반합(正反合)을 만들어내면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균형 발전시켜 나간다. 비행기가 공기 저항 없이, 자동차가 바퀴의 마찰 없이 어떻게 앞으로 나갈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아주 쉽게 이해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우리사회는 이념의 잣대로 양분돼 대립한다. 소통이 철저히 진영논리에 꽉 막혀 합(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럴 때 구원투수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기술자 홍보인을 등판시키면 어떨까? 그야말로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격이 되지 않을까?

홍보인은 공중과 조직체 사이의 수문장이다. 누구보다도 안과 밖의 민심을 잘 읽는다. 그리고 이를 잘 조율을 해 합(合)을 이뤄내는 전문가다. 설득 커뮤니케이션을 주업으로 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탈권위자요 겸손과 하심이 몸에 배어있다. 항상 상대 이야기에 귀가 열려 있고, 역지사지(易地思之) 사고가 발달돼 있다. 미디어도 잘 활용한다. 매일매일 ‘행복뉴스’가 국민들에게 배달된다. 국민행복시대가 열린다.

이렇듯 홍보인의 자질은 정치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홍보인 출신인의 정치인은 없다. 그게 아쉽다.



김광태

온전한커뮤니케이션 회장
서강대 언론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