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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도 길다…이제는 5초 승부
15초도 길다…이제는 5초 승부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5.10.13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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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뛰기’ 건너려는 간절한 외침 ‘트루뷰 광고戰’

[더피알=이윤주 기자] “손대지마! 스킵 버튼에 손대지마!” “건너뛰기를 누르는 손은 나쁜 손” “누르지마! 내가 이거 설명하려고 몇 시간 촬영한 줄 알아요?”

광고 화면의 모델이 시청자에게 말을 건다. 한결 같이 스킵(skip) 버튼을 누르지 말라는 간절한 외침이다. 유튜브의 트루뷰(TrueView) 광고가 도입되면서 온라인 광고계엔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 사진: 전시몰 유튜브 영상.

영상 포털 유튜브는 온라인 시대 매력적인 광고판이다. 영상 앞뒤로 붙는 5초 광고는 잠시나마 소비자의 시선을 붙잡아둔다. 그런데 얄미운 소비자들은 그 짧은 순간도 기다려주지 않는다. 과감히 스킵 버튼을 누르며 거부 의사를 확실히 표한다. 5초 내에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만 스킵의 굴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유튜브는 이처럼 ‘기다려주지 않는’ 시청습관을 분석, 진작부터 광고주와 사용자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지난 2012년 4월 본격적으로 선보인 트루뷰 광고가 그것이다.

‘진짜로 본 광고’라는 의미의 트루뷰는 사용자에게 직접 광고를 선택해 볼 수 있는 권리를 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광고 시작 후 5초가 지나면 ‘건너뛰기(skip)’ 버튼이 생성돼 원하면 즉시 광고를 그만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동영상 광고 중 트루뷰 비중은 85%에 달할 정도로 단기간에 가장 빨리 성장한 광고 포맷으로 평가받는다.

과금 방식도 친절하다. 사용자가 광고를 건너뛰지 않고 끝까지 다 본 경우에만 과금한다. 광고주 입장에선 효과적으로 광고비를 지불하고, 사용자들은 강제 시청을 하지 않아도 되니 누이 좋고 매부 좋다.

실제로 2013년 국내 유튜브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광고를 선택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주 좋은 기능’이라고 답한 비율이 68%에 달했다. 또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유튜브에서 자사의 광고를 건너뛸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광고주에 더 호감이 간다’(51%)고 했다.

LG유플러스는 트리뷰 광고의 ‘얼리어답터’ 격이다. 2013년 김슬기와 신동엽을 모델로 두 번의 트루뷰 광고를 제작했다.

▲ lg유플러스는 김슬기를 모델로 광고를 건너뛰려는 사람들에게 윽박지르는 트리뷰 광고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사진: 해당 영상 화면.
이 회사 마케팅팀 인병현 과장은 “기존 광고 방식 대신 5초간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장면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며 “자막이나 콘티 자체를 없애고 모델이 중심이 돼 광고를 끌어나가는 스토리였는데 국내에서는 최초의 시도였다”고 말했다.

당시 김슬기는 ‘국민 욕동생’ 캐릭터로 잘 알려진 상태였는데, 스킵을 거부하는 그의 강렬한 호소가 귀엽고 신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혹 성공 or 스킵 신세

실제 김슬기 광고의 경우, 5초 이후 재생 비율이 다른 영상 대비 10~20% 이상 높게 나타났다. 평균 조회율이 약 90%(광고의 전체 러닝타임 중 90%를 시청)로서 유플러스 전체 온라인 광고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광고 노출과 효과 측면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트리뷰 광고가 기존 광고시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고, 앞으로도 가져올 것이라 전망한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트루뷰 광고에 대한 반응은 광고주, 광고회사, 소비자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광고주 입장에선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새로운 광고기법을 개발해 광고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자연히 실무에서 제작을 담당하는 광고회사 크리에이터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선택권이 넓어진 소비자는 나쁠 게 없다. 광고 콘텐츠가 재밌으면 계속 보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건너뛰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비자 주도 하에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은 트루뷰가 가져온 긍정적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이철한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최근엔 광고의 퀄리티가 높아지고 온라인을 기반으로 길이 제한도 없어지면서 하나의 작품이 돼가는 추세다. 모델도 연기를 해야 한다”며 “앞으론 프로그램과 광고의 경계가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니뮤직

‘스킵 더 AD 페스티벌(skip the AD Festival)’은 시청자를 심사위원으로 만든다. 조회수를 통해 오디션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참가자들은 5초 간 자신의 끼를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스킵하고, 마음에 들면 광고를 클릭해 나머지 음악을 들으면 된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무관심이 폭력입니다’라는 주제로 제작한 광고 캠페인이다. 영상에서는 한 여자가 폭행을 당하고 있다. 무관심(skip)을 누르면 폭력은 더 심하게 계속되고, 관심(Don’t skip)을 누르자 폭력은 멈춘다. 스킵버튼을 이용해 공익 메시지를 전한 예다. 

네일(NAIL)

한 남자가 등장한다. 옆에는 목줄과 전기줄이 연결된 개가 있고, 그 줄은 스킵버튼에 연결돼 있다. 개가 감전될 수 있으니 스킵하지 말라고 귀엽게(?) 협박하는 광고다.

가이코(GEICO)

Unskipable(스킵할 수 없는)광고다. 5초 안에 모든 광고가 끝나기 때문. 그리고 5초 후에도 배우들은 그 자리에서 멈춘 채 가만히 있다. 시청자들은 다음 상황이 궁금해 계속 보게 된다. 

버거킹

메뉴를 시켜놓고 남자 둘이 앉아 있다. 그들은 “유튜브 프리롤 광고 최악이야. 동물 영상 보려 했더니, 쓸데없는 버거킹 광고나 보게 되고 말이지”라며 대화를 나눈다. 시청자들의 속마음을 그대로 담아내 끝까지 보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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