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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점유율로_경쟁하는_시대 +1[브랜드텔링 1+1] 융합 가속,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경험점유율로_경쟁하는_시대 1에 이어

[더피알=원충렬] 경계(境界)라는 것이 참 묘하다. 살면서 많은 부분에서 이 경계를 느끼게 된다. 분명히 존재하는 것은 알고 있는데, 그 경계선이 흐릿한 경우는 참으로 많다. 예를 들어 사회에서 만나는 누군가를 향한 관심이 어디까지는 호의가 되고 어느 순간엔 오지랖이 된다. 썸남썸녀가 연인이 되는 순간은 또 어떠한가. 스스로 선을 그어 ‘오늘부터 우리는!’ 할 때까지 보이지 않는 감정의 경계를 서성이고 두드리고 넘나든다.

이러한 모호함 탓일까? 사람들은 반드시 어느 순간 자의적으로 경계의 선을 만들어 명시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존재할 리 없는 국경선이 만인의 인식 속에 그어지고, 카오스로 가득한 자연 현상에도 카테고리라는 것이 생겨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틀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심지어 경계(警戒)하기도 한다. 이런 게 사람이 지닌 정리의 본능이자 질서에 대한 갈망인 걸까? 안타깝게도. 그러한 본능과 갈망은 실제의 세상이 그렇지 않다는 기본 원리의 반작용 같다는 생각도 든다.

무한도전의 상대는 불후의 명곡이 아니다

최근 각 사업군의 경쟁 양상을 보면 그들 간의 경계라는 것이 애초 인위적으로 합의된 관념에 불과한 것이었구나 싶은 것들이 많다. 10년 전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라는 인상적인 제목의 책이 있었다. 그때 예시하던 미래 시장의 경쟁 구도는 실제로 현실이 됐고, 더욱 심화됐다. 마켓 셰어 관점에서 보자면 경쟁의 역학관계를 바로 해석하기 어려운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진 것이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더 이상 경계를 나눌 수가 없다. O2O(Online to Offline)가 흥하며 여러 가지 접점들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접점에 만족하지 않고 융합돼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옴니 채널이라는 가능성에 모든 유통사들이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한다.

각 미디어와 콘텐츠들도 시간점유율이라는 측면에서 재해석된 지 오래이다. 동일 포맷의 미디어에서 시청률 경쟁은 의미가 없어졌다. 그 시간에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비로소 제대로 된 경쟁 구도가 확인된다. 무한도전을 보는 시청자의 모수가 아예 달라진다. 불후의 명곡을 보기 때문이라기보다 그 시간에 누군가는 게임을 하고 있고, 다른 누군가는 복합몰에서 쇼핑을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라이프스타일의 다채로운 변화상을 추적하지 않는 한 현상에 대한 분석조차 불가하다.

실제 삶에 대한 추적을 단지 시간점유율만으로 해석하기에도 이제는 한없이 부족한 느낌이다. 다른 카테고리의 선택이 동일한 기준선상에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주말에 스타필드에 가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는 결정은 롯데월드몰에 가야겠다는 선택지와의 갈등에서 이뤄진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사고의 핵심이 어떤 쇼핑몰을 갈까가 아니라 이번 주말에 어떤 여가를 보내고 싶은 것인지, 혹은 그런 욕망을 일으켰던 주중의 상황들에 기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삶을 리프레시하기 위해 자신을 치장하는 소비를 해야겠다는 욕망의 발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스타필드의 경쟁자는 29CM일 수 있다. 혹은 요즘 삶이 너무 무료해 사람 많은 핫한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스타필드의 경쟁자는 대림미술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은 경험의 문제로 귀결된다. 어떤 서비스나 제품이 어떤 경험을 주느냐를 통해 바라보면 경쟁의 틀은 훨씬 다양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그 경험이 한 사람의 삶 속에서는 분절되기 보다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속된 인과관계 안에 있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

최근 애플과 이케아가 손잡고 AR 쇼핑앱을 만든다고 공개했다. 이 앱은 소비자가 매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가구의 디자인, 크기와 높이 등을 AR로 확인해 고객이 가구를 직접 집에 배치했을 때 어떤 모습일지 쉽게 떠올릴 수 있어 구매 결정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케아 AR 카탈로그 영상 화면 캡처.

자, AR 쇼핑앱은 과연 누가 누구의 경쟁자이게 하는 것일까? 애플이 만든 앱이니 삼성이나 구글일까? 이케아가 만들었다고 하니 소규모 가구점이나 아마존일까?

당장은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만, 이 앱이 만드는 경험을 삶 속에서 해석하면 다른 가능성들이 보인다. 사람들은 좀 더 쉽게 가구를 배치해보고, 집이라는 가장 밀접한 삶의 공간을 손쉽게 변화시켜볼 기회를 얻게 된다. 그것이 재미있고, 또 가치 있게 느껴진다. 그 뛰어난 접근성으로 인해 가구라곤 1도 관심 없던 사람조차 내 방이 이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가구를 배치해보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기꺼이 그것을 구매하고, 또 설치하는 과정을, 그로 인한 만족된 경험까지 얻는다. 그 사람은 게임하는 시간이 한 시간 줄었다. 그리고 가구에 투자한 금액으로 인해 옷을 사는 지출을 줄인다. 심지어 집에 있는 시간이 즐거워져서 주말의 외출 시간마저 줄어버렸다. 그런 사람이 처음엔 수만에서 수백만까지 계속 늘어간다면?

싸움은 오래 전부터 전개돼 왔다

물론 그런 일이 쉽게 벌어지진 않을 것이니 과장된 예측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미 돌아보면, 그렇듯 하나의 새로운 경험이 삶 속으로 침투해 들어오며 수없이 많은 산업에 각기 다른 영향력을 행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카카오택시가 생기면서 짧은 거리의 택시 이동이 잦아지고, 와비파커가 생기면서 안경 구매의 동선부터 패턴이 모조리 변화해버린다. 넷플릭스는 큐레이션을 통해 집안에서 보내는 여가의 가치를 질과 양적인 측면에서 모두 재활성했다. 아마존이나 구글은 말할 것도 없고. 경쟁을 분석하고 예측하며 왜 경험의 관점에 바라보지 않는가? 단지 그 경계가 잘 파악되지 않기 때문이라도, 그 경계가 수시로 새롭게 점유되고 정복되는 피 튀기는 싸움은 이미 오래 전부터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원충렬

브랜드메이저, 네이버,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등의 회사를 거치며 10년 넘게 브랜드에 대한 고민만 계속하고 있음.

원충렬  thepr@the-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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