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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결국은 1%에 달려 있다[정용민의 Crisis Talk] 반복되는 딜레마…결론은 하나

[더피알=정용민]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돌입해 클라이언트사 대표이사 및 핵심 임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이런 말들이 나온다.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가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일선 직원들이 위기 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좀 알아야 하니 잘 부탁드립니다” 회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와 역량에 주로 관심을 보인다.

다양한 최근 사례를 들면서 “A회사 같이 되지는 말아야 하겠습니다” “B회사 같은 경우도 직원들이 그런 짓을 저질러서 큰일을 치르지 않았습니까?” “직원들이 좀 스스로 깨쳐야 위기가 관리될 것 같습니다”라는 평을 하기도 한다.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이런 생각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그 이후 팀장들과 위기관리 업무를 실행하는 일선 직원들과의 이야기다. 회사 조직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그들에게서는 위기관리와 관련해 이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상황이 발생되면 일선에서는 초기 대응에 집중하고 추가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해야 하는데, 그 판단이 잘 안서는 게 문제입니다”

“매뉴얼에 따라 상황 보고를 하고 대응 방향이 정해지길 기다리는데 그게 그렇게 오래 걸립니다. 어떤 때는 끝까지 대응 전략이나 방향에 대한 의사결정이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에서 결정만 해주시고 포지션만 확실하게 정해주시면 실행은 저희가 하죠. 실행은 사실 큰 문제는 아닙니다”

상당히 다른 생각이다. 상위 1%의 위기관리 관심과 우려는 나머지 99%에게 있는 반면, 위기관리에 대한 99%의 관심과 우려는 상위 1%를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조직 내에서 왜 이런 다름이 존재하는 것일까? 과연 상위 1%의 시각이 정답일까? 아니면 나머지 99%의 시각이 맞을까?

위기관리 컨설턴트로서 매번 마주하는 딜레마다. 그리고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은 하나다.

상위 1% 리더들이 위기관리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다. 이는 여러 기업들의 성공과 실패 사례들을 통해서도 반복적으로 검증되고 있다. 왜 조직 내 상위 1%의 역량이 위기관리 성패를 나누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를 정리해 보자.

첫째, 위기관리 업무는 상당 부분 ‘정치적 행위’다. 기업들 중 실제 정치권과 같은 수준의 사내 정치로 조직 내 군웅할거(群雄割據)가 존재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정치적 행위란 그런 의미의 정치는 아니다. 위기관리 실행팀 차원에서는 위기가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관리 목적에 먼저 주목하게 된다. 이번 위기를 통해 조직 내에서 자신이 잃을 수 있는 부분과 얻을 수 있는 부분을 따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곧 위기 시 관리의 목적에 있어 조직의 것과 실행하는 개인의 것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같은 의사결정과 지시에도 반응하는 실행 직원들의 격차는 다양해진다. 일사불란함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상위 1%의 역량이다.

그들 스스로 정확한 위기관리 목적과 그에 기반한 실행 원칙들을 강하게 강조해야 위기관리에 그나마 성공을 기할 수 있게 된다. 그 목적과 원칙을 따르지 않는 조직원들에게는 그에 상응한 사후 평가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또한 상위 1%에게서만 나올 수 있다.

둘째, 위기관리는 고품질의 정보와 첩보가 기반이 돼 주어야 한다. 위기관리는 물론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상황과 관련된 시의적절하고 정확한 정보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문제는 그러한 강력한 정보 자산 대부분이 상위 1% 그룹에게 집중돼 있고 그 안에 고여 있다는 점이다.

위기대응의 큰 의사결정을 하는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 자산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의 문제는 없다. 그러나 귀중한 정보 자산을 일선 실행팀과 전략적으로 공유하고, 업데이트하고, 실제 실행 역량으로 연결시키게 만드는 주체 또한 상위 1%여야 한다.

상위 1% 그룹에서 “왜 일선에서는 이런 내용도 알지 못하고 그런 실행을 했는가?” “직원들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누가 함부로 그런 판단을 하라고 했는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거나, 반대로 나머지 99%에서 “그런 정보는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진작에 그 내용을 알았으면 그렇게 시행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그런 정보를 아무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는가?”하는 푸념이 나온다면 그것은 대부분 상위 1%의 사려 깊지 못한 위기관리 리더십 때문이다.

셋째, 저품질 의사결정그룹을 이기는 고품질 실행팀은 없다. 상황 관련 보고를 얼마나 빨리 받아 처리하는가에 위기관리 초기 성패가 달려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아무리 빠른 일선이라 해도 느린 의사결정그룹을 이길 수는 없다. 조직 내 상위 1%로 이뤄진 의사결정그룹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의사결정이라는 것이 다 절차가 있고, 책임이 있는 것인데 함부로 할 수는 없다” “상황과 관련한 여러 다양한 정보들이 모두 취합돼야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전략적으로 어떤 의사결정이 맞는 것인지 숙고의 시간과 리스닝의 과정이 더 필요하다” 위기관리의 신중함에 있어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위기 시 대응을 위한 의사결정은 ‘일선에서 필요한 시기’에 맞춰 적시에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대응 커뮤니케이션을 개시하는 시점을 가르는 기준이 ‘이해관계자들이 질문하는 때’라는 원칙과도 유사하다. 일선에서 절실하게 원하는 시점에 내려오는 의사결정이야말로 위기관리를 성공으로 이끄는 최대 자산이다.

그렇지 못한 기업의 경우 이런 말들이 일선에서 나온다. “최초 보고한지가 언제인데 왜 아직도 아무 지시가 없는 거지?” “대표이사까지 보고가 되기는 된 건가?”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는데, 이 상황 또한 지속 보고해야 하는가? 아무런 피드백이 없어서 불안하다”는 이야기들이다.

물론 의사결정그룹의 느린 스피드뿐 아니라 잘못된 의사결정 자체도 위기관리 실패를 이끄는 큰 이유다. 일선에서 “이런 지시가 어떻게 내려올 수 있을까?” “지시 받은 그대로 하게 되면 더욱더 상황은 악화될 텐데 어쩌나?” “이건 문제가 있는 방향인데, 담당 임원에게 다시 물어봐야겠다”는 반응이 있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저품질의 의사결정그룹 만큼 위기관리 시 실무자들에게 무서운 대상이 없다.

넷째, 비행기 사고 후 컨트롤타워 개장은 아무 소용이 없다. 평소 공항 활주로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수백 대라 치자.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관제탑인 컨트롤타워는 그 모든 비행기들이 안전하게 뜨고 내릴 수 있도록 시종 관제한다. 그들이 평시 하고 있는 활동 자체가 위기관리인 것이다.

평시에는 관제탑이 정규 운영되지 않고 있다가, 비행기들끼리 활주로에서 엉켜 사고가 나면 그때 가서 관제탑이 운용되는 상황을 한 번 상상해보자. 불타오르는 비행기와 활주로를 뛰어 다니는 승객들과 구조요원들을 관제한다는 목적이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기업의 위기관리 컨트롤타워도 마찬가지다. 기업 내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를 하려면, 평시에도 위기요소를 찾아내고 이를 관리하는 활동을 하는 컨트롤타워 운용이 매우 중요하다. 이슈와 위기요소들을 지속적으로 트래킹하면서 문제 발생 자체를 사전 관리하는 활동처럼 성공적인 위기관리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컨트롤타워는 그래서 평시 규정된 활동을 지속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 구성원이 더욱더 지속적으로 훈련 받고, 토론하고, 시뮬레이션에 참여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조직 내 상위 1%의 교육, 훈련, 트레이닝, 시뮬레이션 경험의 양과 수는 나머지 99%의 그것을 훨씬 압도해야 맞다.

상위 1% 위치에 오르기 위해 20~30년을 노력한 핵심 임원들이라면 그래야 한다. 그들 스스로 완전하게 훈련돼 있어야만 위기 시 제대로 된 의사결정과 지시를 하달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에 급조된 컨트롤타워가 위기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왕도는 없다.

다섯째, 위기관리는 예산과의 싸움이다. 예산은 조직 내에서 곧 힘이다. 산속에 고립된 등산객을 찾기 위해 수백억 원짜리 구조전용 헬리콥터를 여러 대 띄우는 조직과 헬리콥터 운영 예산이 없어서 구조팀을 도보로 몇 시간씩 등산하게 하는 조직 간에는 분명 상황관리 결과에 있어 차이가 있다.

“왜 위기관리가 이렇게 밖에 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에 “예산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또는 “저희에게 정해진 예산이 부족해서 그나마 그것이 최선입니다” “저희 일선이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예산은 저희 소관이 아닙니다”라는 답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위기관리를 이끄는 상위 1% 의사결정그룹의 예산 지원과 결심이 실제 현장과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이라면 상위 1%의 의사결정그룹이 적극 챙겨 확보해야 한다.

예산 지출 프로세스가 복잡하거나, 추후 내부 감사 주제로서의 우려가 있거나, 컴플라이언스 차원의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그룹은 조직 내 상위 1%뿐이다. 이런 실제적인 개념과 노력은 평시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에 점검할 수 있다. 그 시뮬레이션 과정에는 필히 상위 1%가 존재해야 한다.

여섯째, 평시 관심과 투자 또한 1%의 몫이다. 위기관리는 ‘마땅히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적시에 하는 것’이라는 정의가 있다. 평시에 과연 우리 기업이 위기관리를 준비하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가해야 하는가, 어떤 예산을 가지고 해야 하는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위해서는 또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가, 그리고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누가 어떻게 일사불란함을 유지해야 하는가 등등에 관한 것들을 스스로 하는 것이 곧 위기관리다.

이런 모든 중요한 관심과 노력과 투자는 기업 내에서 누구에 의해 결심되는가? 당연히 상위 1%의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위기관리 성패는 상위 1%의 의사결정그룹의 역량에 따라 갈린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관심, 주목, 투자, 교육, 훈련, 시뮬레이션 경험이 없거나 부족한 상위 1%처럼 취약한 위기관리 주체가 없다. 나머지 99%가 아무리 훈련돼 있어도 위기관리 전쟁에서 이기기는 힘들다. 이는 딱히 기업만이 아닌 모든 조직에게도 공히 적용되는 진리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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