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PR이 ‘산업’이 될 수 없는 이유
한국PR이 ‘산업’이 될 수 없는 이유
  • 신인섭 (admin@the-pr.co.kr)
  • 승인 2014.02.13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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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섭의 글로벌PR-히스토리PR

[더피알=신인섭] PR비와 광고비 집계는 방식부터 다르다. 대개의 광고는 매체를 통해 집행되기 때문에 광고비 산정이 가능하다. 주식회사의 연례 손익계산서 항목에도 광고비가 공표된다. 세계 어느 나라건 광고비를 발표할 때에는 매체에 게시(揭示)된 것이 기준이다. 같은 광고라도 할인율이 다를 수 있고 광고 단가도 광고주에 따라, 또 게재 및 조건에 따라 각기 다르다. 그래서 광고비 집계는 어느 통계이든 반드시 추정(推定. Estimate)이라고 한다.

반면 PR비는 발표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발표할 수가 없다. 그래서 PR비 계산은 PR회사의 수입(Revenue)이 기준이 된다.


세계 광고비 조사 자료는 널리 알려진 것만 5~6개가 된다. 대부분 거대 광고회사 계열의 매체대행사 자료다. 광고계는 물론이고 국제신문협회(WAN)나 국제잡지협회(FIPP)도 인용하는 자료는 프랑스 퍼블리시스그룹(작년 여름 미국 옴니컴과 합병) 계열 매체대행사인 제니스옵티미디어(ZenithOptimedia)가 발표하는 광고비 예측(Advertising Expenditure Forecasts)이다.

세계 PR비 발표는 2012년까지 2개 회사가 했다. 홈즈(Holmes)와 국제커뮤니케이션 자문기구(International Communications Consultancy Organization. ICCO)이다. 홈즈는 소정의 보고 서식에 따라 PR사가 제출하는 자료에 따르고, ICCO의 경우 회원국 PR 단체를 통해 받은 추정 자료에 따라 집계해서 발표한다. 그런데 2012년엔 홈즈와 ICCO가 합동해서 세계 PR 보고를 발표, 홈즈리포트가 유일한 국제PR비 자료가 됐다. 미국 내 PR비 조사 발표는 오드와이어즈(O'Dwyers')를 통해 이뤄지는데, 미국 PR회사뿐이고 또한 독립회사만이 대상이어서 대규모 광고회사 그룹 계열회사는 제외된다는 한계가 있다.

세계 PR비 3년 연속 평균 8% 성장

2012년도 홈즈리포트(Holmes Report)를 보면 세계 33개국 250개 PR회사 수입, 전년 대비 성장률, 일부 회사의 사원수가 발표돼 있다. 이에 따르면 2012년 250개사 합계 PR비는 약 110억 달러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8% 성장한 것으로, 3년 연속 평균 8% 성장을 기록했다.

한편 제니스옵티미디어 자료에 의하면 세계 광고비는 2010년에 7.3%, 2011년 3.8%, 2012년 3.5% 각각 성장했는데 이 수치를 PR과 대비하면 세계 PR시장의 성장은 놀라울 만하다. 특히 2012년 성장을 주도한 PR회사가 글로벌 광고회사그룹 계열의 PR사가 아니라 중소 독립 PR사였다는 점도 크게 주목된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PR에도 두 가지 새로운 흐름이 뚜렷하다. 하나는 매체에 일어나는 변화로 스마트폰의 급격한 확산, 모바일화, 소셜미디어에 나타나는 각종 변화 등에 의해 PR업무가 다양해져서 특수 기술과 지식을 요구하는 경우다. 또다른 하나는 글로벌 시장을 놓고 지역이나 지방(국가)에 알맞은 PR업무가 증가, 특정 지역이나 지방 전문회사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홈즈리포트를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이 보고에 나와 있는 PR회사를 국적별로 살펴보면, 미국이 102개사로 전체의 40.8%를 차지한다. 이어 영국 59개사(23.6%), 독일 22개사(8.8%), 프랑스가 6개사(2.4%)로 4개국 합계가 189개사로 약 76%다. 나머지 15개국에선 국가당 겨우 1개 PR회사만이 포함돼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전세계 PR회사 중 홈즈리포트에 포함된 250개 PR사 보다 누락된 회사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수록된 250개 PR회사 가운데 1억 달러 이상 수입이 있는 곳은 18개에 불과하다. 미국이 13개사로 단연 압도적 위치에 있고,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2개사, 독일이 1개사다. 5억 달러 이상의 수입이 있는 3개사 역시 모두 미국 PR사이다.

세계 PR시장 미국 파워 압도적…홈즈리포트 250개社 중 41%

한국의 경우 한국PR기업협회(KPRCA) 회원사는 34개인데, 이중 홈즈리포트에 수록된 회사는 3사(1개사는 회원이 아니고 2개사는 다국적회사의 지사)에 불과하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도 PR협회 소속 PR사나 관련회사는 150여개에 달하지만, 홈즈리포트에 수록된 회사는 2개사뿐이다.

중국에는 약 1만개의 PR회사가 있는데 1개사만이 포함돼 있다. 차이나 미디어 리서치(China Media Research) 2009넌 7월호에 발표된 글에 보면, 2000~2007년 기간에 중국 PR비는 15억 위안에서 108억 위안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위안화의 환률 변화를 기준해 미 달러로 환산해 보면 이 금액은 1억8000만 달러에서 14억2000만 달러로 증가한 것이다. 단, 주의할 것은 이 숫자는 2007년까지라는 사실이다.

▲ 자료출처=홈즈리포트, 2013 / 자료에는 정확한 합계가 나와 있지 않고 110억 달러로만 표시돼 있다.

서방 선진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영국 PR회사 단체에 가입한 회원사는 약 150개사인데 반해, 홈즈리포트에는 59개사만이 수록됐다. 이유야 어떻든 홈즈리포트에 수록되지 않은 회사가 훨씬 많다는 의미이고, 이같은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세계 PR비는 홈즈리포트가 추산한 110억달러를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10대 PR회사 가운데 7개사는 미국회사이고 2개사가 프랑스, 1개사가 영국회사이다. 이들 가운데 2개사만이 독립회사이고, 나머지 8개사는 모두 광고그룹 계열 다국적 회사이다. 10대사의 수입 합계는 43억8000만 달러다.

한국 PR산업, 왜 정확한 ‘숫자’가 없나

홈즈리포트에 수록된 한국 PR회사 3곳은 수입(Revenue) 기준으로 프레인(82위)이 1700만 달러로 나와 있고, 피알원(92위)이 1475만 달러, 그리고 KPR(143위)이 844만 달러로 뒤를 잇고 있다. 이들 3사 합계는 4019만 달러에 이른다. 한국PR기업협회 회원사는 34개사이므로 9%가 홈즈리포트에 수록된 셈이다. 피알원은 2013년 보고에 처음 수록됐다.

홈즈리포트에 자료가 등재됐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자료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는 사실 자체로 투명성을 지향하는 회사라는 느낌은 갖게 한다. 그리고 나라별로 상당수 PR회사가 등재돼 있으면 그 나라 PR산업이 상당한 수준에 있다는 반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광고협회가 발행하는 <광고계 동향> 2013년 8월호에는 연례 PR산업 특집이 있다. 27개 PR회사가 있는데 20개사의 취급액(수입) 합계는 967억9000만원이다. 달러로 환산하면 대략 8600만 달러가 된다. 이 금액이 한국 PR시장의 크기일까? (다국적 PR회사 가운데는 사베인즈 옥슬리법에 따라 보고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홈즈리포트와 <광고계 동향>에 특집을 보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국의 PR산업’이란 말이 성립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산업이라 부르려면 정확치는 않더라도 그 규모가 금액으로 표시돼야 하는데, 과문한 탓인지 아직 이런 숫자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수십 개 대학에 광고홍보학과가 있다. PR이란 낱말이 들어 있는 단체도 여럿 있다. 학회로는 한국PR학회가 있다. 하지만 전체 PR비를 산정하려는 노력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120년 전에는 갑오경장이 있었다. 금년이 다시 갑오년이다. 개혁까지는 필요 없지만 제발 한국 PR비에 대한 추정 자료라도 내놓고 PR산업이란 말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인섭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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