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차 개드립 주인공’을 만나다
‘기관차 개드립 주인공’을 만나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5.01.1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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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선 오용태 차장…목소리로 행복 바이러스 팍팍!

매일 이용하는 대중교통에 예상치 못한 웃음 유발자들이 있다. 깨알유머가 녹아 있는 위트 있는 지하철 방송으로 짧게나마 승객들을 미소 짓게 하는 ‘별난’ 기관사가 그 주인공. 일상 속에서 작은 소통을 실천하고 있는 그들을 만나봤다.

[더피알=조성미 기자] “같은 종류의 동물이 세 마리 모이면 도축하는 동물팡 게임을 소리를 켜놓고 하는 승객분 때문에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동물팡 게임을 하시는 경우에는 이어폰을 이용해주시거나 진동으로 바꿔주시길 바랍니다.”

‘지하철 기관사 개드립’이란 제목으로 온라인을 떠돌고 있는 7가지의 센스 있는 방송 가운데 2번을 차지한 멘트의 주인공은 서울메트로 대림승무사업소의 오용태 차장이다.


인기드라마 미생의 ‘오차장’과 성과 직책이 같아 더 친숙한 오 차장은 “게임소리 때문에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온 가운데 애니팡이라는 말을 그대로 하면 광고하는 것 같아 재미있게 이야기하고자 고민한 끝에 나온 멘트”라고 후일담을 전했다.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오용태 차장의 방송은 기본적으로 재미있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시키니까 방송을 했죠. 그러던 중 힘 없이 어디론가 향하는 승객들의 모습을 보며, 방송을 해야 하는 것이라면 승객들에게 힘을 주는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기분 좋은 말, 재미있는 말 그리고 요즘처럼 추울 때는 따뜻한 마음을 담아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감성방송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게 된 것은 지하철 방송을 통해서도 감정전이(Transfer of affect)가 이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하철에는 적게는 700~800명, 많게는 4000~5000명의 승객들이 타고 있습니다. 제가 기분이 나쁘거나 힘이 없는 상태로 방송을 하면 저의 목소리를 듣고 덩달아 승객들 기운이 빠지거나 불쾌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마음을 다잡게 되더군요. 그래서 열차 내 방송을 할 때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이야기합니다.”

덕분에 승객들로부터 칭찬의 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친절하다, 재미있다는 긍정적 반응도 기억에 남지만, 무엇보다 기분 좋았던 말은 “목소리가 좋다였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모든 승객의 마음이 같은 것은 아니다. 안전운행을 위해 여러 가지 방송을 하지만 특히 차가 정비를 위해 기지로 들어갈 때는 하차 안내 방송을 반복하곤 한다.

“후회할 일 만드시지 마세요. 선택의 시간 5초 드리겠습니다”라는 그만의 재치 있는 멘트에 대부분의 승객들은 웃으며 내리지만, 방송을 많이 한다고 운전실을 발로 차며 욕설을 하는 승객도 있었다. 다른 승객들이 보고 말렸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타는 지하철에서 이런 상황은 비일비재하다.

때로는 험한 말을 듣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방송을 하는 이유는 매순간순간이 보람차기 때문이다.

2007년 9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오 차장은 이제 8년차가 되다보니 별도로 멘트를 준비하지는 않는다. 대신 신문이나 트위터를 보면서 이슈를 찾고 운행 중 떠오르는 말들을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임산부가 탑승하는 모습을 보면 임산부에 대한 자리를 요청하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가 자주 방송을 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한강을 지나가는 당산철교와 잠실철교이다. 한강을 지날 때는 승객들이 한강을 내다보기 마련인데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배치돼 있는 지하철의 좌석을 감안해 “혹시 앞사람과 눈이 마주쳤습니까? 그렇다면 웃어주세요”라며 긍정적인 감정이 전이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일상 속에서 작으나마 행복한 감정이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오용태 차장은 “2014년은 너무 힘들었지만 2015년은 좀 더 밝고 행복한 일이 생기길 바란다”는 새해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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