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행 열차’ 들어옵니다~
‘감성행 열차’ 들어옵니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5.01.13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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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여러분은 한 번씩 웃어주시기 바랍니다…현대인 위로하는 지하철 감성방송

[더피알=조성미 기자] 직장으로 학교로, 그리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대중교통 안에서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대부분이 타인과의 짧은 눈맞춤 한 번 없이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잠시나마 졸고, 이어폰을 꽂고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들기 일쑤다. 이렇듯 그저 각자의 길을 가기에만 바쁜 현대인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이가 있으니, 바로 대중교통의 안내방송이다.
 

대중교통의 안내방송은 기본적으로 버스나 지하철의 정류장 및 안전운행을 위한 사항을 녹음된 음성으로 들려주는 식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버스 기사나 지하철 기관사가 직접 육성으로 이야기를 건네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깨알유머가 녹아 있는 위트 있는 방송은 짧게나마 승객들에게 웃음을 준다. 최근에는 열차에서 흘러나오는 방송을 촬영해 유튜브 등 온라인에 올리거나, 기관사 멘트를 옮겨 적은 글이 SNS 등을 통해 퍼져나가기도 한다.

실제로 온라인상에는 ‘지하철 기관사 개드립’이라는 글이 유행하기도 했다.

강남스타일이 유행하던 때 2호선 강남역에서는 “여러분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강남, 강남역에 정차하고 계십니다”는 기관사의 안내방송에 말춤을 추며 내리는 승객이 있었다는 이야기부터, “저출산 시대에 임산부는 국가유공자와 다름없습니다. 임산부가 보이면 자리를 양보해주시고, 그냥 배가 나온 분이라도 귀엽게 여겨 자리를 양보하셔도 괜찮습니다”는 재치 있는 멘트까지 우연히 만난 기관사들의 센스 만점 방송이 화제를 모았다.

생각지도 못한 말 한마디에 위로를 얻었다는 이들도 있다. 어수선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유독 추운 겨울을 보내던 지난 12월, 트위터에는 기관사들의 말에 따뜻함을 느꼈다는 소감들이 이어졌다.

# 오늘 아침도 다른 때와 다름없이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하고 있었는데 지하철에서 방송이 나왔다. 마음이 가벼워지는 금요일이니까 조금만 더 힘내서 즐거운 주말 맞이하라는 기관사님의 방송. 갑자기 오늘이 금요일 같아지고 힘이 났다. 헤헤. _ 트위터리안 @wantpassion

# 아까 진짜 극도로 우울한 상태에서 7호선 타고 있었는데 기사?아저씨가 남들은 알아주지 않 아도 우린 모두 열심히 살고 있다고, 오늘 하루도 수고한 내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해주라고 했다. 지하철에서 그런 방송은 처음 들었는데 진짜 눈물날뻔.... _ 트위터리안 @BBo_Uranus

승객 안전을 위한 소통 실천

이처럼 대중교통 방송이 때로는 감동적이게, 때로는 유쾌하게 승객들에 다가서고 있지만 사실 버스 기사나 지하철 기관사가 방송 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운행 중 안전을 위해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데다,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근무 시간도 불규칙하기에 방송 준비 등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또 하나의 어려움이다. 여기에 대중교통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오가는 만큼, 똑같은 말에도 즐겁게 웃는 승객이 있는가 하면, 시끄럽다고 타박을 주는 승객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방송에 참여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회사 차원에서 기관사별 특색있는 방송을 장려하고 있는 서울메트로는 이를 ‘감성방송’이라고까지 이름 붙였다. 아울러 승객들과 소통하고자 기본적인 매뉴얼과 다양한 교육까지 진행한다.

▲ 온라인에서 인기를 끈 '지하철 기관사 개드립'의 일부분

서울메트로 열차에는 차량 맨 앞에서 운전을 하는 기관사와 함께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차장이 열차 끝에 탑승한다. 차장은 승객의 안전과 관련된 전반을 책임지면서 안내방송까지도 맡고 있다. 이렇게 안내방송을 하는 ‘행복방송지기’는 현재 300여명에 달한다.

김홍기 서울메트로 운전처 차장은 “열차 내 안내방송은 기본적으로 안전에 대한 것과 목적지에 대한 것이어서 이에 대한 지시는 있지만, 감성방송에 대한 별도의 지시는 이뤄지지 않는다”며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기관사 각자의 노력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무적인 것은 아니지만 고객과의 소통 측면에서 권장하는 만큼 조직 차원에서 다양한 교육과 참여를 위한 독려 시스템을 마련해두고 있다.

우선 열차 내에서 방송을 담당하는 기관사들을 대상으로 승객들이 쉽게 방송을 인지할 수 있도록 표준어에 맞는 억양을 교육한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아나운서 출신의 강사를 초빙해 기관사들의 발성과 발음, 억양 등을 교정한다.

또 행복방송지기들 스스로도 방송을 깔끔하게 하기 위해 교정하는 모임을 갖고 있다. 사업소별로 모임이 있는 가운데, 지난 2012년에는 자체적으로 행복방송지기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안내방송과 운행에 있어 필요사항과 개선사항을 피력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경쟁을 통해 감성방송의 의지를 고취시키고 우수 사례를 살펴보는 경진대회도 개최한다. 매해 9월 감성방송을 통해 승객과의 소통에 노력한 기관사를 대상으로 ‘친절방송왕대회’를 실시하고 있는 것. 1등에게는 서울시장표창을, 2~4등에게는 사장표창으로 노고를 격려한다.

더불어 매년 봄에는 방송뿐만 아니라 승객들의 쾌적한 열차 이용과 편리 개선을 연구하는 ‘고객행복경진대회’를 열어 승객들의 불편을 줄이는 실질적인 개선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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